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16일 오후 취임 인사차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21.6.16(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16일 오후 취임 인사차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21.6.16(사진=연합뉴스)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이 지난 1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나오면서, 그동안 '단일대오'를 고대하던 야권 지지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는 모양새다. 거꾸로, 단일화가 성공했다면 향후 야권 지지율 상승에 순기류를 탈 수 있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동안 '외연 확장'을 목표로 달려오던 국민의힘의 경우,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형식의 합당에 성공했을때 기존에 해왔던 외연 확장의 동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합당 결렬 선언' 이후 등장한 것이 바로 '냉각기 유지론'이다.

'냉각기 유지론'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최근 국민의힘의 통합 사례의 실익을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해 2월 중순 기존 야권 국회의원 최다 인원을 가진 수적 강세 정당인 자유한국당을 주축으로 새로운보수당, 전진당과 함께 '미래통합당'이라는 정당으로 재탄생했다. 각종 정치적 쟁점의 극명한 색채를 띄고 있던 일부 정당 간 통합으로 그 시너지 효과가 어떨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정치세력의 대표성이 담긴 행보로 지지자들로 하여금 신임을 받음으로써 정치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미래통합당의 당시 통합 이후 과제였는데, 지난 4·15 총선에서 오히려 쪼그라들고 말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16일 오후 취임 인사차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21.6.16(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16일 오후 취임 인사차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21.6.16(사진=연합뉴스)

오히려 야권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결과로 귀결됐다. 한마디로 통합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풀이로 연결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론에 대한 대표성은 얼마나 될까. 최근 국민의힘은 '외연 확장'을 내세우며 각종 중도-서진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같은 국민의힘의 경우 국민의당을 흡수 합당하면 중도-서진 정책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일까. 이를 비춰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의 경우다.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있던 이들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상당한 지지율 변동폭을 매주 경험 중이다. 앞서 밝힌 일명 '통합'의 시너지 효과의 반동이 작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민의힘은 지지율 상승을 위해 어떤 진단으로부터 어떤 전략을 도출해 내야 할까.

이는 이언주 前 미래통합당 의원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 전 의원은 이미 '정당간 통합'을 직접 경험해본 인물이다. 직접 당대당 통합 논의에 참여해봤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해봤던 인물인 만큼 향후 국민의힘의 전략적 행보에 대해 나름대로 진단하기도 했다.

다음은 "냉각기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한 이언주 전 의원의 17일 SNS 내용 전문이다.

이언주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이언주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전문]

안철수 국민의당과 우리 국민의힘 간의 합당협상이 최종결렬되었다. 혹여라도 안철수대표가 워낙 자기가 한 약속을 곧이 곧대로 지키는 스타일이라 앞뒤 보지도 않고 덜컥 합당 한다 그럴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천만 다행이다.

지금의 대선 판에서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흡수된다고 해서 과연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인가 하면 매우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합당하지 않을 경우 독자 출마하면 분열되는 것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단지 그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합당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 같다.

잠재적 경쟁자를 미리 없앰으로써 경쟁을 통해 전체 진영의 외연을 확장할 기회를 스스로 없애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단일화든 통합이든 당연한 것은 아니다. 원래는 끝까지 각자 열심히 뛰는 것이지 선거란 게 남을 위해 출마하거나 처음부터 양보하기 의해 출마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안철수 대표는 정권교체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 지난 서울 시장선거에서 기꺼이 처음부터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자신이 불쏘시개가 되어주었다. 어쩌면 자기가 더 큰 재목 이었는데도 기꺼이 불쏘시개로 타주었다.

아무 말없이 끝까지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 당은 안철수대표를 향해 온갖 수모를 퍼부었다. 협상의 상대 실무자가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것이 마뜩찮으면 안하면 된다. 그런데 조건이 안 맞는 것하고 협상 과정에서 수모를 주며 결례를 범하는 건 다른 문제다.

중도·보수 세력을 통합한 미래통합당 출범식 이 열린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명인 '미래통합당'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언주, 정병국 의원,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2020.02.17(사진=연합뉴스)
중도·보수 세력을 통합한 미래통합당 출범식 이 열린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명인 '미래통합당'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언주, 정병국 의원,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2020.02.17(사진=연합뉴스)

선거에서의 외연 확장은 다른 세력과의 통합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한 연대나 통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구조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당 세력은 이미 흩어져 있어서 정당 합당보다 상징적 인물인 안철수대표와의 선거 단일화를 통해야 그 세력과의 통합효과가 제대로 살아난다.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진보진영에 비해 연대나 통합의 역사가 매우 짧아서인지 통합의 시너지를 내는 전제조건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

정치 세력간 통합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그 결과로 인해 정치 세력간 권력관계나 대표성이 합리적으로 정당하게 배분 됨으로써 공존과 통합의 외형이 갖추어지고 지지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통합 이후 어느 세력이 흡수되어 사라지는 결과가 나올 뿐이기 때문에 통합 이후 그 정치세력을 지지하던 지지층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잃게 되거나 심할 경우 반감을 사게 된다. 결과적으로 양쪽 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의 통합이 전형적인 실패 사례였다. 국민의당세력(바른미래당)은 안철수대표가 빠진 상태에서 상당수가 개인차원에서 결합하여 선거에서 상징적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국민의당 일부와 청년들을 규합하여 내가 대표로 창당했던 미래를향한 전진4.0 세력은 공천 파동으로 실망하여 상당수 지지를 철회하고 일부 중도로 이탈하고 말았다(다행히 이번 대선을 계기로 다시 모이고 있긴 하다).

그런데 현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양당이 서로 상호 존중을 통한 통합시너지가 나기 어려운 상황이라 당분간 냉각기를 갖는 게 좋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연합뉴스)

여하튼 현 야권 전체의 대선구도를 전략적으로 볼 때 (단일화를 전제로 생각한다면) 안철수의 이번 결정은 우리 입장에서도 잘한 결정이다. 윤석열후보나 최재형후보가 성급히 입당하는 바람에 사라진 외연 확장의 고리가 다시 생겼기 때문이다.

윤후보나 최후보나 바깥에서 국민적 지지를 일정하게 받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얼마든지 “국민경선판”을 만들어 11월에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빅 이벤트를 만들고 입당해도 늦지 않았다.

그랬으면 지금 국민의힘 이준석대표 및 몇몇 대선 주자와의 이런 시끄러운 문제로 골치 썩을 일도, 고질적 권력투쟁에 매몰될 일도 없이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대여 투쟁에 몰두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여러 실언들도 있었지만.. 예상했던대로 입당 이후 중도층 이탈이 있다. 하지만 어쩌랴. 이젠 윤석열 최재형 후보는 일단 안에서 경선에 집중하시고 밖에서의 불씨를 안철수가 살리는 수밖에…현 시점에서 야권은 국민의힘에 매몰되어 있다.

어쩌면 안철수대표의 역할 여하에 따라 정권교체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단순한 페이스 메이커가 아닐 수도 있다. 그나마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후보가 그외에 누가 있는가? 정치는 상상과 예술의 산물 아닌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오른쪽)가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를 방문, 발언하고 있다. 2021.6.16(사진=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오른쪽)가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를 방문, 발언하고 있다. 2021.6.16(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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