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태양광 사업을 재고해야 한다’는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사진=오세훈 서울시장 유튜브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태양광 사업을 재고해야 한다’는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사진=오세훈 서울시장 유튜브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중 진행된 태양광 사업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예고했다. ‘미니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는 형사적 절차를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판 적폐청산’에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이 박 전 시장 시절 사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비위 의혹이 막대하고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니태양광 사업 외에, 서울시가 태양광발전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친여(親與)·좌파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특혜에 가까운 태양광발전 시설 설립 지원을 했다는 점도 최근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특정 집단을 위해 세금과 행정력을 썼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오세훈, “120억 챙긴 태양광 업체들이 3~4년만에 자취 감춰”

이처럼 태양광발전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 박 전 시장 시절에 진행된 태양광 사업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에 '태양광 사업 재고하라! 이 정도면 사기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120억을 챙긴 태양광 업체들이 3~4년만에 자취를 감췄다"는 문구와 함께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 발전소 보급 업체들의 폐업 현황이 적힌 자료를 담았다.

태양광 사업은 그동안 ‘정부보조금을 노린 부실 업체들이 다 해먹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 서울시가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보급사업을 진행하면서 특정 협동조합만 참여하도록 특혜를 주고 보조금 집행도 부적절했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라 서울시는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 재임 10년 동안 680억원 투입된 미니태양광 사업...보조금 받은 68개 업체 중 14개 폐업

지난 11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충격적이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에 참여한 업체 68곳 중 14곳이 폐업 상태로 드러났다. 이들 14개 업체는 정부와 시로부터 7년간 총 12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설치 건수는 2만6858건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사업에 참여한 지 3~4년 안에 폐업 신고를 했다. 심지어 이들 중 3개 업체는 지난해 사업에 참여해 정부보조금을 받은 뒤 당해에 바로 폐업했다.

미니태양광은 아파트 베란다, 주택 옥상 등에 설치하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말한다.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인 지난 10년간 68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었다. 68개 업체에 680억원이 투입됐으니, 1개 업체당 약 10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셈이다.

주택 옥상에 설치된 미니태양광 발전소. [사진=연합뉴스]
주택 옥상에 설치된 미니태양광 발전소.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가 보급업체를 선택해 자부담금을 내면 보급업체가 서울시에 보조금을 신청해 수령하는 구조이다. 결국 보조금만 받고 폐업한 업체로부터 미니태양광 제품을 구매한 시민들은 설치 1년도 되지 않아 업체가 사라지는 바람에 피해를 입게 됐다. 업체들의 줄폐업으로 사후관리(A/S)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결국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유지 보수 업체를 별도로 계약 중인 상황이다. 시민과 서울시 모두 피해자인 셈이다.

폐업 업체 미니태양광 사후관리에 서울시 예산 투입...오세훈 시장, “일벌백계” 예고

오세훈 시장은 유튜브 영상에서 이 부분을 지적하며 "태양광 설비 점검과 고장 수리 비용까지 합쳐 보조금을 타냈던 업체와 협동조합 등이 사라지면서 그 책임을 시민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라며 "서울 시민이 이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고 말했다. 또 오 시장은 영상 말미에서 "일벌백계! 태양광 사업 재고, 법적 대처할 것을 검토하라"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미니태양광 사업 외에도, 서울시가 태양광발전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친여(親與)·좌파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특혜에 가까운 태양광발전 시설 설립 지원을 했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서울시가 2013~2018년까지 진행한 6차례의 사업에서 25개 협동조합이 지원, 24곳이 사업을 따냈다. “사실상 수의계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민간 발전 시설 지원금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구립 도서관과 도로사업소, 공영 주차장 등 공공 기관 지붕 20곳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만들겠다고 공고를 냈다. 이를 통해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등의 협동조합이 이 사업을 따내 현재 운영 중이다.

친여(親與)·좌파 협동조합은 투자비 융자 받기도...협동조합에 별도 보조금 지급한 ‘이중특혜’도 논란

이 협동조합의 운영 주체는 대부분 진보 진영 후보로 지방 선거에 출마하거나 범여권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탈(脫)원전’ 활동을 병행하는 등 친여 성향이 상당수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투자비 조달을 위해 서울시에서 3000만~1억5000만원씩 융자를 지원받기까지 했다. 서울시가 설비 비용 조달 부담을 낮춰준 것이다.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등 에너지시민 활동가들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정책 역행하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에 진행된 태양광 사업은 수십억원의 보조금으로 관련 협동조합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등 에너지시민 활동가들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정책 역행하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에 진행된 태양광 사업은 수십억원의 보조금으로 관련 협동조합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지 선정에서도 서울시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시 담당 부서가 어디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만들 수 있는지 조사해, 협동조합 측에 제공하는 형식이었다. 협동조합이 먼저 부지를 골라 요구하면 공공 부지를 내주기도 했다. 태양광 발전 시설 건립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지 선정에 따른 각종 민원 발생 소지’를 서울시가 발벗고 나서서 떠안은 셈이다. 협동조합 입장에서는 ‘땅짚고 헤엄치는 사업’이었다.

지붕을 내주고 받은 대여료는 3.3㎡(1평)당 연간 1만원 정도로, 임대 기간은 10년이다. 서울시가 상업 시설 등 다른 유휴지를 대여할 때는 재산 평가액의 1~5%를 사용료로 징수하는 것과 달리, 태양광발전 시설은 별도 조례를 만들어 저가에 공간을 제공하는 특혜를 준 것이다.

완공 이후에는 서울시가 협동조합에 보조금까지 지급했다. 작년까지 태양광발전 시설 20곳 중 19곳에 ‘서울형 햇빛발전지원’ 보조금으로 5억200만원을 지원했다. 이 보조금은 총 5년간 계속 지급할 예정이다. 이 조합들은 정부에서 수익을 일정 부분 보장받는 별도 지원을 또 받고 있었다. 이중으로 특혜 지원을 받은 셈이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태양광 사업 보조 중단’ 요구

윤영석 의원은 “특정 협동조합 지원을 위해 많은 세금과 행정력이 투입됐지만 발전 효과는 미미했다”며 “태양광 사업 보조는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태양광 협동조합 관계자는 “(태양광 관련 조합들이) ‘친여’나 ‘좌파’ 성향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적법한 사업 진행과 온라인 회계 내역 공개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태양광 협동조합 관계자의 해명과 달리, 전기에너지 생산에 기여한 정도는 아주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협동조합에 의해 20곳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설비 규모는 1.2㎿(메가와트)에 불과하다. 1.2㎿ 태양광 설비가 하루 3.5시간 발전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500~600여 가구가 사용하는 규모에 그친다. 수십억원을 들여 협동조합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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