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완전 철수 약 2주 앞둔 시점에 탈레반 정권 재등극
아프간 대통령 국외도피, 카불 미 대사관에 걸린 美성조기 내려져
공화당 "상황이 1975년 사이공 함락 때보다 더 나쁘다"
"미국이 다시 위협받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민주당조차 "미군 철군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
바이든 정부에 대내외적인 역풍 일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 발표 직후 아프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자 미 국내 여론도 악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철군 결정이 바이든 정부의 실책으로 남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4개월 전 아프간에서 미국이 일체 손을 뗄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9·11 테러 20주년을 기한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전 종전과 주둔 미군 철수 발표에 대해 미국 내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20여년 동안 쏟아부은 천문학적 자원 투입에도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정치권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단추를 끼운 철군 결정을 바이든 대통령이 이어받은 데 대해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가 미군의 완전 철수를 약 2주 앞둔 시점에 몰락해 탈레반 정권으로 교체되자 비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탈레반의 진격은 이슬람주의 세력이 카불에 있는 미 대사관을 불태우고 9·11테러 20주년을 기념하는 망령을 불러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으로 우리는 1975년 사이공(베트남 호찌민)의 굴욕적인 함락의 속편을 향해 돌진하고 있고, 심지어 상황이 그때보다 나쁘다”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 조국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다시 위협받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미군 철군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철군 결정으로 미국은 아프간 국민을 보호할 힘을 잃었고, 아프간 여성은 이제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존 앨런 전 아프가니스탄 미군 사령관은 바이든 정부에 즉각 철군 결정을 취소하고, 병력을 재배치하라고 촉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20년간의 전쟁 끝에 다가올 재앙은 놀랄 일이 아니다.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의 야만적인 진격에 국가를 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며 “미국에서 가장 긴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이 오히려 탈레반의 아프간 전복을 주도한 행위로 기억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CNN은 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아프간 미 대사관이 완전 철수하는 게 아니라고 했음에도 철수 절차가 전면적으로 매우 빨리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흘이 지난 지금 대피가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자마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국외 도피했고, 카불 미 대사관에 걸려 있던 성조기도 내려졌다.

이달 31일을 목표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한 바이든 정부에 대내외적인 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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