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 70% 접종 자신한 문 대통령의 장밋빛 전망, 근거는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10월 중 전 국민 70% 2차 접종 완료를 장담했다. 코로나19 방역상황에 대한 자화자찬과 함께 백신 접종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백신 접종이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4차 유행도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와 관련한 대통령의 “터널이 보인다” 라는 호언장담 끝에 몇 차례 대유행을 경험한 국민들로서는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현실적인 지표는 10월까지 전 국민 70%의 2차 접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17명을 기록하며, 주말 최다 확진자 수를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장밋빛 전망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10월까지 2차 접종율 70% 달성하려면 매일 64만명 접종해야

문 대통령은 기존보다 한 달 앞서 ‘10월 내 국민 70% 2차 접종 완료’라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15일 0시 기준 1차 접종 완료자는 2236만이다. 10월 안으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3600만명에 대한 2차 접종을 완료하려면 1364만명이 더 접종해야 한다. 하반기에 주로 접종하게 될 mRNA 백신의 경우 2번의 접종이 필요하므로, 두 달 반 동안 최소 2728만회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매일 36만명 이상이 맞아야 달성 가능한 수치이다.

게다가 1차 접종을 끝내고 2차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도 15일 현재 1263만명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2차 접종까지 완료하려면 역시 매일 17만명 정도 접종이 되어야 한다. 이것도 10월말까지 넉넉히 잡은 수치이다. 현재 1차 접종을 한 이들에 대한 2차 접종은 9월말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가정하에 계산하면 하루에 28만명을 접종해야 한다.

그렇다면 매일 64만명에게 접종이 완료돼야, 10월말까지 3600만명(70%)에 대한 2차 접종을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백신만 있으면 하루에 64만명씩 접종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 목표를 어렵게 만드는 건, 백신물량 도입과 접종 동의율이다.

모더나 수급지연으로 백신물량 확보 어려워...18~49세의 저조한 사전예약도 걸림돌

하반기 주력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 중, 7~8월 들면서 모더나의 수급 지연이 계속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모더나사는 생산 차질을 이유로 지난달 공급 물량 중 196만회를 이달로 미뤘다. 이후 지연됐던 130만 회분이 들어오면서 수급이 안정화되나 싶었지만, 지난 9일 방역당국은 8월 공급 물량(850만회)의 절반만 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9~10월 물량도 불확실하다.

백신 물량이 외부적 요인이라면, 내부적으로는 하반기 주요 접종 대상자인 18~49세 연령층의 접종 동의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큰 숙제다. 40대 이하 연령층의 경우 지난 9일부터 ‘10부제’로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지만, 기대보다 예약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민번호 생년월일 끝자리를 기준으로 동일한 날짜에 예약이 진행돼, 현재 예약을 완료한 끝자리는 9, 0, 1, 2, 3 등이다. 15일 0시 기준 58.4%가 예약을 완료했다. 정부가 예약 독려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사전예약이 저조한 상황이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최소 기대치인 70%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집단면역 물건너갔다”는 전문가들, 2차 접종율 목표치를 98%로 상향 제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목표는 재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지난 11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집단면역 형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5차 대유행’을 준비해야 하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등의 조치를 통해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재생산지수가 2.0일 때 백신 접종률이 70%면 집단면역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재생산지수가 3.0이 넘는다”며 “접종률을 98%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행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백신이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차 접종이 상당히 효과적이기 때문에 우선 2차 접종을 완료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내 백신 생산을 다각도로 하고, 해외 백신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2~3월에 이미 백신을 맞은 이들에 대한 부스터샷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3월 백신을 맞은 이들은 이미 6개월이 지나 항체가 많이 떨어졌을 거다. 접종률이 오랜 기간 지지부진해, 집단면역은 어차피 물 건너간 셈”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집단면역 70% 달성이라는 수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중증환자나 사망자수가 증가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방역과 경제, 민생’ 모두를 지켜내는 새로운 방역전략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