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 이틀째인 15일(광복절), 광장 일대 통행 원천 차단...警力 1만명 동원
경찰, 최대 186개 부대 동원하고 81개 검문소 설치하고 불심검문
경찰,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 법적 근거 있다고 주장하나 납득 어려워

광복절 연휴 이틀 째인 15일 서울의 중심 광화문광장 일대는 경찰이 배치해 놓은 경찰 버스들과 경찰관들로 가득찼다. 사랑제일교회에서 봉직 중인 전광훈 목사가 이끌고 있는 국민혁명당과 국민특검단이 8·15 광복절을 맞아 광복절 연휴 기간 동안 ‘8·15 1천만 국민 걷기 운동’(이하 ‘걷기 운동’)을 예고한 데 대해 경찰이 국민혁명당 측 행사를 ‘변형된 불법집회’로 보고 엄중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는 정작 광화문광장 일대를 통행하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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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이순신 동상 인근 도로에 경찰 버스가 배치돼 있는 모습. 2021. 8. 15. / 사진=연합뉴스

전날(14일)에 이어 이날도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등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 지하철 역 출구는 모조리 폐쇄됐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방면으로 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달 초 국민혁명당 측이 서울역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 ‘걷기 운동’을 하겠다고 한 데 대해 경찰이 반응한 것이다. 경찰은 국민혁명당 측 행사가 ‘1인 시위를 빙자한 불법집회’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복절 연휴 둘째 날이 이날도 경찰은 광화문광장 일대에 수백대의 경찰 버스 등을 배치하고 광장 일대 보행도로 위에 펜스를 설치했다. 통행로 중간에는 검문소를 설치하고 행인들을 상대로 불심검문을 실시하기도 했다. 서울특별시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대 186개 경찰 부대, 경력(警力) 1만명을 동원하고 서울 시계(市界) 진입로와 한강 교각, 도심 등지에 81개 검문소를 설치했다.

이날 오전 기자가 서울특별시청 앞에 설치된 한 검문소에서 마주친 어느 시민은 “어디로 가느냐?”는 경찰관의 질문을 받고 “근처 서점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데 왜 막느냐?”며 “여기까지 걸어오는데 경찰관들이 자꾸 돌아서 가라고 하는데, 가까운 길을 놔두고 얼마나 더 길을 돌아가야 하느냐?”는 식으로 항의했다. 해당 경찰관은 기자에게도 “어디로 가느냐?”고 대뜸 질문했고, 기자는 “대답할 의무가 없으니 길을 비켜 달라”고 했다. 기자는 10여분 간의 실랑이 끝에 해당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경찰 측은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전파를 차단할 목적으로 광화문광장으로의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 1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제5조, 6조 등을 그 법적(法的) 근거로 삼았다. ‘감염병예방법’은 시·도지사 등이 금지한 집회·집합 행위를 했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같은 법률 제80조 7호 참조)고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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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 곳곳에서 경찰들이 통행인 등을 상대로 불심검문을 실시했다. 2021. 8. 15. / 캡처=펜앤드마이크TV

하지만 ‘예상되는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이 경찰 버스 등을 동원해 차벽을 설치하고 통행인들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불심검문을 실시한 것은 위법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제시한 경직법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등이 발생했을 때 관계인 등을 긴급히 대피시킬 수 있다는 규정인데,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천재·사변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건물이 붕괴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도 없어, 애초에 적용이 불가한 조항이다. “범죄행위가 목전에서 행하여 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 경찰관이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한 경직법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 역시 대법원은 ‘의무 불이행’을 전제로 한 경찰 행정상의 즉시강제 조항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현행범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지, ‘예상되는 불법행위’를 사전(事前)에 차단하는 법적 근거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법조계 일반의 지적이다. 모두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으로써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한편, 이에 앞서 법원은 자유연대·일파만파·자유대한호국단 등 자유·우파 성향 단체들이 신청한 광화문광장 일대 집회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 건 중 5건을 모두 기각했다. 나머지 1건은 심문이 연기(延期)돼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총 10건의 광복절 집회 금지 관련 집행정지 신청 건 가운데 2건이 인용된 것과 비교되는 것으로써, 법원이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율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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