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귀국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유애자 경기 감독관 겸 배구협회 홍보부위원장과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 선수. [사진=연합뉴스TV]
지난 9일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귀국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유애자 경기 감독관 겸 배구협회 홍보부위원장과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 선수. [사진=연합뉴스TV]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귀국 기자회견에서 김연경을 향해 무례한 질문을 던져 논란이 된 유애자 경기 감독관 겸 배구협회 홍보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사과와 함께 사퇴를 결정했다. 이후 김연경의 대응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연경은 유 홍보부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유 전 홍보위원장이 빨리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을 전했다.

유애자와의 다정한 사진 공개하며 안타까운 심정 전해...정치권 리더십과 다른 모습

김연경은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유 전 홍보부위원장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다시 힘내셔서 돌아오실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김연경은 “유애자 부위원장님의 사퇴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표팀 선배님이시자 협회 임원으로 오랜 시간 동안 배구 발전과 홍보를 위해 힘써 주신 분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라는 심정을 전했다.

평소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남다른 리더십으로 올림픽 배구 4강의 결과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김연경은 자신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일어서 어려움에 처한 선배도 포용하는 쿨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자신에게 조금의 잘못이라도 범하면 가차없이 물어뜯는 정치권의 리더십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김연경 선수를 향한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가는 실정이다.

유애자, 대통령에 대한 감사 인사를 거듭 요구...김연경, “좀 전에 했잖아요”

문제는 지난 9일 여자배구 대표팀 귀국 기자회견에서 유 전 홍보부위원장이 주장인 김연경에게 포상금 액수를 집요하게 묻고,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해 빈축을 사면서 발생했다.

유애자 전 홍보위원장은 김연경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좀 더 분명한 감사의 표시를 하라고 압박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 일로 유 홍보위원장은 사퇴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유애자 전 홍보부위원장은 김연경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좀 더 분명한 감사의 표시를 하라고 압박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 일로 유 전 부위원장은 사퇴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당시 귀국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았던 유 전 홍보부위원장이 김연경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니,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라”는 식의 강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연경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좀 더 분명하게 감사의 표시를 하라고 압박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상황이었다. 이를 통해 유 전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김연경은 “좀 전에 했잖아요?”라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도하게 감사의 뜻을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당당한 태도였다. 유 전 부위원장의 의도에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아부를 강요한 유애자는 비판 받아...아부를 거부한 김연경의 솔직담백한 리더십을 전 국민이 지지

이런 해프닝을 지켜 본 일부 열성팬은 배구협회와 배구연맹 홈페이지에 유 전 부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 전 부위원장이 김연경에게 대통령에 대한 아부를 강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아부성 발언을 거부한 김연경을 향한 비난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평소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듯한 인터뷰나 발언은 물론, 문 대통령에게 불리한 상황을 연출하는 하는 행위조차 극성 지지자(대깨문)들에게서 집중 포화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정치평론가 이성수씨는 “평소 김연경이 보여주는 솔직담백한 리더십과 소통방식을 잘 알고 있는 대중들이 ‘대통령 감사’ 논란에서도 드러난 직설적인 김연경식 화법에 지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식빵언니’로 불리는 김연경식 소통방식을 통해, 문제가 될 만한 발언도 문제없이 넘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연경은 지난 2016 리우올림픽 한일전에서 실점을 하면서 욕을 했는데 그 입모양이 ‘식빵’을 외치는 것과 같다고 해서 ‘식빵언니’가 됐다. 팬들이 순화시킨 셈이다.

김연경은 평소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남다른 리더십으로 올림픽 배구 4강의 결과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연합뉴스]
김연경은 평소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남다른 리더십으로 올림픽 배구 4강의 결과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연합뉴스]

배구계 인사들이 모두 나서 ‘식빵언니’ 김연경에게 사과

기자회견의 내용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자 유 전 부위원장은 12일 사과문을 올리고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홍보부위원장에서 사퇴했다.

유 전 부위원장은 사과문에서 “사려 깊지 못한 무리한 진행을 해 배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깊이 반성하는 마음으로 자중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배구협회는 “사회자의 직설적인 성격이 그대로 노출된 것 같다. 나쁜 뜻은 아니었다”며 “대통령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강요했다기보다는 표현 방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도 빠른 입장을 발표했다. 오 회장은 사과문에서 “무례한 표현이 있었다”며 “이미 언론을 통해 대표팀 포상금과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 메시지가 보도된 상태였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부각하거나 어떠한 정치적인 목적을 지닌 것이 아니었음을 정중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 회장은 유 전 부위원장이 평소 김연경과 친분이 두터워 스스럼없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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