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인 폼페이오 CIA 국장이 부활절 주말인 4월 첫째 주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북한 당국과 미북 정상회담 장소 결정 등을 논의하는 채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폼페이오의 방북에 직접 관여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WP는 “트럼프가 가장 신뢰하는 특사와 ‘악당’ 국가의 독재자와의 비상한 만남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한 비핵화 회담의 초석을 놓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폼페이오 국장이 김정은과 만나고 난 뒤 한 주 정도가 지나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으며 이는 양측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운 소통 채널을 개설한 신호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 행정부 관리들은 지난 8일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폼페이오 CIA 국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미북간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은 없다"며 "하지만 두 정상이 궁극적으로 그런 합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양쪽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미국 정부가 적절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낙관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회담에서 미국과 세계가 간절하게 원하는 외교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주 팜 비치의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은 북한과 최고위급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했다”며 폼페이오와 김정은의 만남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직접 대화한 것으로 보도돼 혼란이 일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김정은과의 대화에 관해 말하자면 대통령은 최고위급 차원에서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한 것이며 직접 자신이 함께 있었던 건 아니라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 자리에서 "미북 정상회담은 6월 초 또는 그 전에 열릴 것"이며 "개최지로 5개 장소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 중에 미국이 포함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엔 "아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한 간 종전 선언협정 체결이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전쟁)은 지금 계속되고 있다"며 "그들(남북한)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 정말로 축복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P는 "그러나 종전선언은 복잡하고 미국의 참여와 승인이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은 남한을 대신해 휴전협정을 체결했으며 어떤 평화조약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WP는 "평화협정이 지금까지 체결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평양이 오랫동안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한국에서 모두 나가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그러한 북한의 요구를 거절해왔다"고 했다.  

폼페이오와 김정은의 만남은 지난 2000년 당시 메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김정일을 만난 이후 첫 미북간 최고위급 만남이다.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북한에 억류돼 있던 두 명의 미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으나 지도자급이 아닌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을 만났다.  

WP는 CIA와 미 백악관은 폼페이오의 방북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으며 북한 당국도 논평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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