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스코 임시이사회서 "명예롭게 은퇴" 밝혀...과연 自意인가?
구조조정 단행, 작년 사상최대 영업이익 달성… 재계 "외압 外 사퇴이유 없다"
KT 황창규 회장도 수사 받고 있어...'민영화된 공기업'의 수난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연합뉴스 제공)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회장직에서 중도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이사회를 마치고 나온 권 회장은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이사회에서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또 권 회장은 “포스코가 새로운 백 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게 CEO의 변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지난 17일 주요 임원진에게도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택하겠다"고 사임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 2014년 3월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 후임으로 포스코의 경영을 맡은 권 회장은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가 2020년 3월까지다. 아직 2년 가까이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권 회장은 정권 핵심 관계자로부터 '조기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거취를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에서도 정권 압박 외에는 권 회장이 사임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지휘 아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단행해 작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명확하게 사퇴 이유를 밝히지 않고 떠나는 권 회장이지만 재계에서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일어나는 전직 회장들의 사임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정권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만제(194년 3월~1998년 3월)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이구택(2003년 3월~2009년 1월), 정준양 회장 등 앞선 포스코 회장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사퇴했다. 포스코를 떠나는 회장들은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국세청과 검찰·경찰을 동원한 정권의 압박이 배후에 존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0년 9월 정부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민영화를 완료한 '민영화된 공기업'인 포스코의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회장이 정권 교체로 임기를 남긴 상태에서 중도퇴진하는 일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변함없이 일어났다.

최근 검찰은 포스코건설 등 전·현직 경영진 7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세무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권 회장의 사임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계속 제기됐다.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퇴진 압박을 가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왔었다.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한 경제 사절단에 권 회장의 이름이 없었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12월 중국 방문에도 연거푸 권 회장은 제외됐다. 권 회장은 청와대에 동행 의사를 밝혔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황창규 KT 회장은 국회의원 불법 후원 의혹으로 경찰에서 최근 조사를 받았다. KT 역시 공기업에서 2002년 민영화됐다. 황 회장은 지난 17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20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18일 오전 귀가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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