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두 사람은 촛불시위와 탄핵,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극심한 좌우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양측 진영의 상징이자 구심점으로 존재하고 있다.

정치권이 내년 3월 대선이라는 거대 블랙홀 중력의 영향권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두 사람을 대하는 자세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대권주자들은 11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겸심 전 교수에 대한 항소심 유죄판결이 나오자 벌떼같이 나서 사법부를 성토했다.

이재명 캠프의 박성준 선임 대변인은 이날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의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검찰개혁 필요성을 절감한다"며 "중요한 것은 이번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SNS에 글을 올려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거론하며 사법부가 가혹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징역 4년을 유지한 항소심 결과는 형량을 먼저 정해놓고 내용을 끼워 맞췄다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며 “백 번 양보해 그러한 행위가 실제 있었다고 가정할지라도 지나치게 가혹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하루종일 먹먹함과 비통함에 마음이 아팠다”며 “무엇보다 정경심 교수와 조국 전 장관, 그리고 가족분들에게 위로를 보낸다”고 SNS를 통해 밝혔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심 판결의 근거가 됐던 부분에 대한 새로운 정황과 증언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너무 가혹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2년 가까이 고초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정경심 교수와 조국 전 장관 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반면 당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8·15 특사, 석방이 불발됐지만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야권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측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불발된 이래 그 어떤 논평이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달 말 국민통합을 위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밝힌 바 있지만 이후에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홍준표 의원도 지난달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대법원 유죄확정을 계기로 “문재인 정권 출범의 정당성이 훼손된 만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말한 뒤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당했다”는 입장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공식적으로 “사면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이번 8·15 사면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아 청와대와 여당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향한 여야 대선주자들의 이같은 태도는 서로 상반된 대선후보 경선상황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 내지 ‘대깨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국민의힘 주자들은 이준석 대표가 주장하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라는 슬로건에 갇혀있다.

문제는 민주당 대선후보 및 지지자들이 차기 대선을 체제 및 이념 대결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나 대부분 주자들이 이런 측면을 외면하고 막연한 정권교체 슬로건에 따른 중도확장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및 지지자들이 차기대선을 ‘100년 전쟁’의 연장선에서 보는 철저한 이념전쟁을 벌이는 반면, 보수 우파의 역사인식은 나약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현재 윤석열 최재형 캠프에 가담하고 있는 전 현직 국회의원 대부분이 이명박 또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 은혜’를 입은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인권 및 생존권 문제인 사면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정치를 떠나 인간성 결여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관련, 여의도 정치분석가 홍경의씨는 “조국 정겸심 일가의 죄가 명백한데도 이를 옹호하는 민주당과 돈 한푼 안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불가피했다는 국민의힘의 문제는 단순히 양심 문제가 아니라 역사인식의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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