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5일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가 공개한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어안을 벙벙하게 한다.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에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위원회는 2018년 7억 2760만 톤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에 1안은 2540만 톤, 2안은 1870만 톤을 배출하는 것으로 하고 3안은 완전히 제로로 하는 즉 넷제로를 가정하고 있다. 위원회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는 세 번 째 시나리오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원별 발전비율을 2018년에 23.4%인 원전은 2050년에는 6.1%로 대폭 축소하고 2018년에 6.2%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에 70.8%로 가져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18년에 각각 41.9%와 26.8%인 석탄발전과 LNG발전은 2050년에는 모두 제로가 되도록 되어 있다.

2050년에는 석탄발전과 LNG발전은 완전 제로가 되도록 하고 원전은 6.1%로 대폭 줄이고 재생에너지는 70.8%로 대폭 늘리도록 되어 있어 부족한 나머지 중 21.4%는 아직 기술이 검증되지 않은 암모니아나 수소를 이용한 발전인 신전원 21.4% 연료전지 1.4% 등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현재의 석탄발전과 LNG발전은 완전 폐기하고 현재 24기(23.3 GW)인 원자력발전은 2050년에 9기(11.4GW)만 가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태양광 풍력 설비는 각각 480.1 GW, 41.6 GW로 끌어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작년 한해 태양광 풍력설비의 121배에 달하는 규모로 서울 면적의 10배 이상을 태양광으로 덮어야 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 정도로 태양광을 설치할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새만금 바다위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했는데 해조들의 분비물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막대하게 늘어난 규모에도 현재 20% 수준인 태양광 효율이 2050년에는 34%까지 올라가고 현재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풍력 이용률은 40%가 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효율과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시하며 너무 극단적인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암모니아나 수소를 이용한 발전인 신전원도 아직 연구단계에 불과한 수준인데 21.4%나 계상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탈원전을 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고 무리한 가정을 연이어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과 비용도 지적되고 있다. 일몰 시점부터 태양광발전의 발전량이 급속히 줄어들므로 해당 시점에 태양광발전의 공백을 메워줄 보조 전원이 필요한데 전력 당국은 그간 출력 조절이 비교적 쉬운 LNG발전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위원회의 시나리오3은 LNG발전 역시 탄소를 배출한다는 이유로 제외하고 있다. 탈원전에 재생에너지를 보조할 전원마저 없애는 터여서 수급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시간에 넘치는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담아 활용하는 안을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ESS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여전하다는 많고 비용도 막대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조 전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전력 수요·공급 간 균형이 깨지면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할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수시정전이 상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블랙아웃 같은 불안정적인 전기공급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원전과 석탄발전의 퇴출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발전원 간 정산 단가 차이만큼이 전기 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최소 발전 단가가 두 배 정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학회는 국민부담이 연간 41조~96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임금도 오르는 추세 속에서 전력요금마저 오르면 기업입장에서는 글로벌경쟁력 하락요인이 될 것은 자명하다. 전기요금 인상 뿐만 아니라 제조업이 중심인 한국경제에서는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위원회는 기업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80% 줄이는 완전한 무탄소 공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철의 경우에는 철강협회 자료에 의하면 용광로를 수소연료도 전환하는 비용이 68조 원에 이르러 지난 30여년 간 벌어온 자금을 모두 쏟아부어야 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을 정도다. 석유화학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모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전망이고 이는 바로 일자리 붕괴로 이어질 전망이다.

부족할 수도 있고 블랙아웃 같은 불안정적인 전기공급에 대응해 러시아·중국 등에서 전력을 북한을 경유해서 수입해오는 이른바 ‘동북아 그리드(전력망)’도 추진한다고 하니 지금이 동북아나 남북상황을 고려해 볼 때 도무지 제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내놓는 아이디어인가 어안이 벙벙해 질 정도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에 집착해 에너지 100년 대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부족한 전기를 러시아·중국 등에서 북한을 경유해서 수입해 오는 대책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포함되고 있으니 도무지 유구무언일 지경이다. 해외에도 수출해 오던 세계 일류의 원전을 폐기하고 경제는 물론 안보하고도 직결된 전기를 북한을 경유해서 수입해 오는 발상이라니 할말을 잃을 정도다.

이처럼 중대한 국가 백년대계를 작년 10월 문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자 두 달 만에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산하 45개 국책기관 72명으로 구성된 기술작업반이 시나리오 1, 2를 만들고 6~7월 두 달에 걸쳐 민간위원 77명이 포함된 위원회에서 논의를 해 왔는데 위원회에서 가장 강력한 시나리오 3을 추가했다는 전언이다. 민간위원 중에는 시민단체 노동계 종교계 출신이 24명인 반면 에너지 전문가는 한명도 없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무리하게 급조된 안을 15세 이상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 500명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시민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백년대계인 중차대한 에너지정책을 비전문가들이 모여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토대로 논의를 걸쳐 결정한 것은 형식적인 승인절차가 될 우려가 크다고 걱정하고 있다.

최근 2050탄소중립을 앞두고 많은 나라에서 원전,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을 활용하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는데 위원회는 SMR은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작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전에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전인대를 통과한 14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2021~2025)에는 5년간 20기 전후의 원전을 새로 지어 2020년 말 51기가와트(GW)인 원전 용량을 70기가와트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 된다면 미국, 프랑스에 이어 3위인 중국의 원전 용량은 2025년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 모듈형 원전(SMR)과 서해상의 해상 원전 사업 시범 추진 계획도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시 주석이 의지를 표명한 지 6개월 만에 신규 원전으로 낡은 화력발전 대체하는 탄소중립 로드맵이 나온 것이다. 한국의 탄소중립위원회의 무리한 시나리오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해 재수립되어져야 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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