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모더나 백신. 모더나사(社)의 사정으로 당초 이달 들어오기로 돼 있던 백신 물량의 절반 이하만 공급되면서, 백신 접종 간격이 기존 4주에서 6주로 조정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7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모더나 백신. 모더나사(社)의 사정으로 당초 이달 들어오기로 돼 있던 백신 물량의 절반 이하만 공급되면서, 백신 접종 간격이 기존 4주에서 6주로 조정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8월에 들여온다던 모더나 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로 인한 파급 효과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모더나와 화이자의 접종 주기가 6주로 늘어났다. 부족해진 백신 사정 때문에 18~49세의 접종계획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모더나 공급 차질 해결과 관련,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을 중심으로 한 대표단을 금주 중 미국으로 보낸다는 방침 하에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차질에 대해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당초 약속대로 원활한 수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더나 공급 차질 빚어져도 ‘계약위반’ 주장 못해...정부대표단 금주 중 방미해 모더나측과 협의 예정

하지만 모더나와의 계약에는 정확한 공급 일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공급 차질이 빚어져도 계약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권덕철 범정부 백신도입TF(태스크포스) 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코로나19 대응 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브리핑에서 “최근 모더나사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 여파로 8월 계획된 공급물량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가 (한국에) 공급될 예정임을 우리 측에 알려 왔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모더나사는 백신 공급 문제가 전 세계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공급 차질에 대해 우리 측에 사과하고, 한국에 약속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오른쪽)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난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 등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브리핑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오른쪽)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난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 등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브리핑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더나사의 사정에서 비롯된 공급 부족이라는 설명을 했지만, ‘실험실 문제 여파’가 뭔지, 언제쯤 해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다만 권 장관은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6월까지 총 1230만 회분 공급 예정이었는데 5월 말까지 공급된 물량이 370만 회분에 불과했고, 일본도 6월까지 4000만 회분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실제 공급량은 1370만 회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초 모더나로부터 8월에 공급받아야 할 물량은 총 1046만 회분이다. 이중 196만 회분은 지난달 ‘이월’분이다. 196만 회분 중에서 지난 7일 130만3000회분이 들어왔지만, 아직 65만 7000회분은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다. 이월분도 다 들어오지 못한 채, 8월 물량마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3분기 주력 백신 중 하나인 모더나의 수급 차질은 크게 3가지 문제를 촉발시키고 있다.

① mRNA 백신 접종간격을 4주에서 6주로 연장, 문제없나?

당장 정부는 9월까지 화이자·모더나의 접종간격을 현행 4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했다. 2차에 쓸 물량을 1차 접종에 풀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다. 지난달 50대 접종을 앞두고 백신이 부족해지면서, 화이자 접종간격은 이미 3주에서 4주로 늘어났다. 이번에 6주로 연장되면서 ‘고무줄 접종’이란 지적과 함께, 효과와 안전성 문제가 지적된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와 관련 “화이자의 경우 임상시험을 할 때 일부 6주까지 데이터들이 일부 반영돼 임상효과 평가를 했다”며 “그 이외의 접종간격에 따른 효과차이에 대한 문헌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확인하지 못했지만, 6주로 늘려서 접종하겠다는 무책임한 답변이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난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 관련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난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 관련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질병청 관계자에 따르면 “독일은 화이자 3~6주, 모더나 4~6주로 접종한다. 영국은 화이자·모더나 8주, 캐나다는 화이자·모더나 최대 16주로 접종할 수 있게 규정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위험군 접종률이 낮고 백신 수급 상황이 어려운 경우 화이자·모더나를 최대 12주 간격으로 접종하도록 했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주 간격으로 임상시험을 해서 안전성이나 효과가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게 없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원칙을 지키라고 한다. 용법과 용량대로 해야 효과를 보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효과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수급 사정 때문에 접종 간격이 오락가락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은 높아갈 수밖에 없다.

6주 연장 대상은 16일 이후 2차 접종 예정자들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21일 1차 접종해 오는 18일 2차 접종이 예약된 경우 2주 밀려 9월 1일에 맞을 수 있다. 50대, 18~49세, 지자체·사업장의 자율·자체 접종 모두 마찬가지다. 일괄 변경된 2차 접종일정은 이번주 안으로 대상자에게 개별 안내된다.

②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1차 접종 목표 달성을 위해 2차 접종 물량은 뒷전

정부는 9월까지 1차 3600만명 접종 완료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추석 전에 이 목표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목표 완료에만 매달리는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우주 교수는 “1차 접종을 높이려 또 다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모더나 백신이 없는 판에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라며 “6주 뒤에 맞힐 모더나 백신이 없으면 교차 접종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 다른 백신으로 교차 접종한다면,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신속한 접종 완료도 중요하지만, 입원이나 중증 예방을 위해 1차 접종자를 확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정은경 청장)”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반대’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환자, 사망자를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건 50대 이상의 접종 완료”라며 “장기적으로는 고령의 대상자를 많이 접종하고 2차 접종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번도 접종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그룹의 위험이 누적되는 고민이 있긴 하다”면서도 “50대에도 기저질환 있는 대상자가 절반이 넘을 것이기 때문에, 2회 접종을 완료해주는 게 중요하다. 고령일수록 중증 진행,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원칙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③ 젊은층 접종에 금지했던 AZ나 얀센을 만지작?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1차, 2차 2회 접종 [사진=연합뉴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1차, 2차 2회 접종 [사진=연합뉴스]

모더나의 공급 차질을 비롯해 백신 수급 불안은 당분간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총 1억 9200만 회분의 백신 구매를 계약했다고 밝혔지만, 이 중 지금까지 들어온 백신은 3509만 회분에 불과하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2120만 회분의 백신이 들어오고, 9월에 4200만 회분, 4분기에는 약 9000만 회분의 백신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물량이 충분해 보이지만, 실정은 그렇지 않다. 1300만 회분 가량 들어올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은 50세 미만에는 쓸 수 없다. 또 4000만 회분 들어온다는 노바백스 백신은 해외 승인 절차가 4분기로 밀려, 당장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수급 문제가 불안한 모더나 대신, 정부 입장에서 믿을 건 화이자 뿐인 실정이다. 8~9월 접종 대상자는 2583만2000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화이자 수급도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차 접종한 이들의 2차 접종까지 고려하면 화이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백신 수급에 문제가 지속될 경우, 젊은층 접종에 AZ나 얀센을 접종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은경 청장은 이날 “AZ 백신은 허가 범위가 18세 이상이기 때문에 백신의 수급 상황이나 유행 상황에 따라 허가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접종이 가능하다”며 AZ 백신 접종 연령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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