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이로써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려던 현 집권여당의 의도에 따라가게 된 셈인데,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의 바램대로 이루어지게 됐다.
문제는, 현 정치세력이 원하는 바대로 이뤄졌으나 그에 따른 불안감은 모두 국민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것.
우선, 하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오는 10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10일부터 13일까지 사전연습 훈련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을 시작으로 오는 16일부터 26일까지 본훈련이 진행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의 설훈·진성준·이규민 의원을 포함한 윤미향 의원 등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이 '남북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건부 연기론이 먹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시행될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알맹이'보다는 '껍데기'만 남은 모양새가 됐다. 지난 3월 전반기 훈련의 절반 규모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훈련의 방법 또한 실전적 훈련 형태인 야외기동훈련(FTX) 등이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 훈련에 그친다.
한미연합훈련의 조건부 연기론의 종국적 지향점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으로 향한다. 이는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등장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왜곡한 북한의 주장과도 맞닿는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전개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협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알렸다.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여기에는 현 통일부장관 이인영(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세한 상태다. 그는 지난 6월부터 "한미연합훈련의 유연한 대응"을 거론하면서 연기론을 강조하고 나섰고, 박지원 現 국가정보원장 역시 그같은 의견을 최근 내놨다.
이같은 행태는 지난 30여년 전으로도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중순, 이인영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문제로 불거졌던 강성 반미(反美) 운동권 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문건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중순 기자가 입수했던 문제의 문건 사본에서는 "38선 이남을 점령군으로 진주해 온 양키 침략자들은 한국민중에 대한 도발적인 무력과 허구적 반공 논리로 하나의 조국을 분단케 하고 이후 한반도 이남에 이승만 괴뢰(傀儡) 정권을 내세워 민족해방투쟁의 깃발을 갈갈이 찢고자 책동했다"라며 "세계민중의 철천지 원수 아메리카 침략자의 파쇼적 통치는 한국에서의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밝힌다.
이 장관은 당시 국민의힘 청문위원들의 압박에 "제가 쓰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연속 피력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 정부의 인식과 함께, 北 조선노동당 부부장 김여정(北 김정은의 여동생)은 지난 1일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라는 협박성 담화문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담화가 있은지 불과 4일만에, 현 집권여당 소속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은 곧장 '한미연합훈련 연기론'을 꺼내들었다. 즉, 한미연합훈련 일정은 연기되지 않았지만 실체적 훈련 규모와 내용은 '실전성'을 잃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에만 한정됐다.
결과적으로, 北 김여정의 협박성 담화문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이다.
다만, 이번 훈련의 규모 축소로 인해 전시작전권 전환 과정도 늦출 수 있게 됐다. 한국군 대장(4성 장군)이 지휘하게 될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훈련 규모·방법 축소로 인해 못하게 됐다.
한편, FOC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 검증을 위한 핵심 요소에 해당한다. FOC 평가가 차질을 빚게 됨으로써 전작권 전환이 늦어지게 됐음을 알 수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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