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아 백신의 신속한 접종이 더욱 중요해진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가 분주하게 운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아 백신의 신속한 접종이 더욱 중요해진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가 분주하게 운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부터 60~74세 고령층 ‘미접종자’에 대한 접종이 재개됐다. 이들은 상반기 접종 예약에 실패했거나 접종을 거부했던 사람들로 분류된다. 대부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희귀혈전증 논란 때문에, 자신들의 우선 접종 기간인 지난 5~6월에 예약하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접종 순번을 거부하면 맨 뒤로 밀린다”고 강조해왔다. 질병관리청은 "기회를 줬는데 응하지 않은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공정에 어긋난다"고 "순번이 한 바퀴 돈 뒤 10월에 맞거나 약간 당겨도 9월에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걸리면 중증 혹은 사망 위험 높은 고령층, 지난 5일부터 접종 재개

정부가 이런 방침을 깬 이유는 4차 유행이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고령층 위험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접종 기회가 부여된 후 미접종자에게 기회가 부여되지만 60세 이상은 감염될 경우 중증 악화, 사망 위험이 굉장히 높아 신속하게 접종을 종료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방역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어 고위험군을 빨리 접종하자는 전문가의 의견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백신을 맞게 된 60~74세 '접종 거부자'들은 126만9000명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예약은 지난 2일 오후 8시에 시작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8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이달 18일까지 예약하고, 접종 기간은 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이다.

상반기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0∼74세 고령층은 누구나 이달 18일까지 접종 예약을 할 수 있다. 또 보건소가 아닌 집 근처 의원 등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을 받을 수도 있다. 사진은 5일 서울시 동작구 보건소에서 백신 미접종 60∼74세 어르신이 백신 접종을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상반기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0∼74세 고령층은 누구나 이달 18일까지 접종 예약을 할 수 있다. 또 보건소가 아닌 집 근처 의원 등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을 받을 수도 있다. 사진은 5일 서울시 동작구 보건소에서 백신 미접종 60∼74세 어르신이 백신 접종을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60~74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그들에 대한 배려 부족과 차별을 토로하고 있다.

① 희귀혈전증 때문에 꺼림직했는데, 이번에도 아스트라제네카라니

이번에 접종이 재개된 60~74세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희귀혈전증에 대한 우려로 접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다시 AZ로 접종을 하게 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재접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감염내과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원칙을 양보하고 60~74세에 대해 빠른 접종을 권유하게 돼 다행이다. 하지만 희귀혈전증에 대한 우려로 접종을 거부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AZ를 접종한다는 것은 맞지 말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고령층 사이에는 일종의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60세 이상의 고령층에 대해서 일부러 제일 효과가 떨어지는 AZ를 접종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의 관계자는 “지난 5~6월에 우선접종한 동일 연령대의 접종자와 형평성을 맞추려고 하는 것 같다. 당시에도 AZ를 접종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② 처음에는 ‘인력 부족한’ 보건소로 접종기관 제한...뒤늦게 위탁의료기관으로 확대

지난 2일 오후 8시에 접종 예약이 재개되자마자 바로 마감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접종자 백신은 병원과 의원에서도 맞을 수 있는 일반 백신과 달리, 보건소 접종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예약 시스템이나 백신 물량의 문제가 아니라, 보건소 접종 여력이 원인이었다. 이 문제를 보도한 채널A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예약을 마친 사람은 7만 4천 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5%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강남구 보건소의 경우 하루 예약 인원은 10명에서 최대 20명에 불과해, 희망자에 비해 예약 가능 인원이 턱없이 낮았다.

다음날 비판이 쏟아지자, 당국은 보건소가 아닌 집 근처 의원에서도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변경했다. 이달 9∼25일에는 집 근처 의원 등 위탁의료기관에서도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된 것이다. 약 127만명에 달하는 고령층 미접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지난 4일 오후 3시부터 오는 18일 오후 6시까지 사전예약 홈페이지 또는 콜센터(1339), 지방자치단체 콜센터를 통해 접종하길 원하는 기관과 날짜, 시간을 지정해 예약하면 된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서대문구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예방접종 내역 확인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서대문구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예방접종 내역 확인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 아무런 설명 없이 예약기간 2주일 단축

상반기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60세에서 74세까지의 미접종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사전예약이 시작된 지난 2일 오후 8시, 강남구에 사는 A씨는 예약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예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어떤 시간대를 클릭해도 예약 불가라는 메시지만 떴다. 강남구 보건소의 예약이 시작과 동시에 꽉 찼기 때문이었다. 밤을 새며 다른 지역 보건소까지 찾아봤지만 허사였다.

미접종자 백신은 위탁의료기관이 아닌, 보건소에서만 접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역당국은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통해 안내했다고 해명했지만, 예약 홈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고령층 미접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당초 31일까지인 예약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지난 5일 방역당국은 아무런 배경 설명없이, 오히려 예약기간을 이달 18일까지로, 2주를 단축시켰다.

④ 75세 이상 초고령자는 화이자 맞는데 고령층은 왜 AZ인가?

게다가 75세 이상 미접종자와의 차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60만여명에 달하는 75세 이상 미접종자는 상반기 접종이 끝난 6월 이후에도 수시로 예방접종센터 개별 예약을 통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0~74세의 미접종자에게는 당초 보건소에서 AZ를 접종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68세인 B씨는 “혈전증 병력이 있어서 상반기에 AZ 백신을 접종할 수 없었다. 의사도 권장하지 않았다”며 지난달에 가까스로 화이자 잔여백신을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AZ가 고령층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하더니, 언제부턴가 고령층에게만 접종한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다”며 고령층에게도 안전한 화이자나 모더나로 접종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