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ZTE, 7년간 美기업과 거래 금지"...북한·이란 제재 위반에 대한 보복 조치
영국 보안당국도 자국 통신기업에 "ZTE 장비 이용 불가"
중국 "미국산 수수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해 향후 덤핑 관련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라며 반격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인 ZTE가 미국과 영국 정부에서 동시에 제재를 받았다.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북한과 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이들과 거래한 ZTE에 대해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상무부 발표 즉시 발효됐으며 ZTE는 앞으로 7년간 미국 기업에서 반도체 등 제품과 기술을 수입등이 전면 금지된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 위반이 명분이라면 이번 제재가 첨단기술기업을 전선으로 펼쳐지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양국의 관계가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이란 제재 위반으로 이미 11억9,000만 달러(약 1조2,775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과는 별도 조치로, ZTE가 과거 상무부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것이 배경이 됐다.

ZTE는 2012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국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 3,200만 달러어치를 적법한 승인 절차 없이 이란 전기통신사업자인 TIC 에 공급한 혐의가 포착돼 상무부 조사를 받았다. 당시 ZTE는 제재 위반에 가담한 고위 임원 4명을 해고하고 35명에 대해선 상여금 삭감 혹은 견책 등의 징계를 하기로 상무부와 합의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ZTE는 지난해 텍사스 연방법원에서 미국의 대이란 수출금지령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는 역대 최대의 벌금인 11억8,000만 달러를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ZTE는 임직원을 질책하는 대신 보상을 함으로써 상무부를 오도했다"며 "이런 끔찍한 행위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상무부 관계자는 "ZTE가 더는 불법적인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ZTE가 조치를 번복할 수 있는 '출구'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도 이날 ZTE를 겨냥한 조치를 내놨다.

영국 사이버보안 당국 관계자는 영국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ZTE 장비 이용을 피하라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통신인프라에 침투, 이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ZTE는 세계 4위의 통신장치업체다. 중국 정부 관계기관들이 대주주와 주요 주주다.

ZTE는 스마트폰·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25∼30%를 미국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IBS는 ZTE가 지난해 미국 기업에서 15억∼16억 달러 상당의 반도체를 사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조사에서 ZTE는 이란뿐 아니라 북한과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ZTE는 283차례에 걸쳐 북한에 휴대전화를 수출했으며, 제재 위반 사실을 감추기 위해 3자 거래 방식을 이용했다고 시인했다.

지난달 미국은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이 미국 반도체 기업인 퀄컴을 인수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고 결국 무산됐다. 이달 초에는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의 벽에 부딪혔다. 중국 상무부는 퀄컴의 인수합병 승인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명은 지난 2월 안보위협을 이유로 미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와 화웨이의 장비를 구매하거나 임차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 달 만에 상무부의 추가 조치가 나온 것이다.

이날 제재에 대해 ZTE는 "현재 이번 조치의 전반적인 파장을 파악 중"이라며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당사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과 영국 정부에서 동시에 제재를 받자 미국산 수수의 덤핑 행위로 중국 내 관련 사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끼친다며 오는 18일부터 보증금을 내는 방식의 예비 반덤핑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수수 수입업자들은 덤핑 마진에 따라 최대 178.6%까지 보증금을 내야 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미국의 ZTE 제재가 다시 도화선을 당긴 격이 됐다"면서 "미국이 무역 관련 제재하는 만큼 중국도 동등 수준의 보복을 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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