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드루킹의 인사추천, 청와대 전달했다”
靑대변인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직접 만났으나 부적합해 기용하지 않았다”
첫 회견때와는 달라진 뉘앙스, "무리한 인사 요구"… 14일에는 "인사청탁 아니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구속된 김동원(48·필명 드루킹)씨가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사를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청와대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왼쪽)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원 댓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 후 대변인실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이날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김씨 등이 (의원) 회관을 찾아와서 오사카 총영사로 한 분을 추천해 주셨다"며 "대형 로펌에 있고 일본 유명 대학 나온 전문가인데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청와대에) 전달할 수 있겠다 싶어서 인사수석실로 전달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좋은 분이 있으면 누구라도 추천을 하면 추천한다"며 "그게 청탁이라고 생각 안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연말 되기 전에 이분은 어렵다고 전달하니 김씨가 그때부터 반 협박성, 반 위협성으로 '우리가 등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면서 "민정수석실 행정관 인사도 요구해서 거리를 뒀다"고 했다.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김씨가 추천한 인사를 3월 초에 직접 면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백 비서관이 변호사를 연풍문 2층으로 오라고 해서 1시간가량 만났다"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비서관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이를 구두로 보고했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첫 회견 당시 "김씨가 선거 끝난 뒤 무리한 인사 관련 요구를 했다"며 "청탁이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품었고 그렇게 끝난 일"이라고 했다. 청탁이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김 의원이 직접 거절한 듯이 비춰졌지만, 두 번째 회견에서는 김씨가 추천한 변호사의 이력서를 김 의원이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뒤이어 청와대도 민정비서관까지 나서서 해당 변호사를 만났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김 의원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서도 처음엔 "주고받았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의례적으로 감사의 인사 이런 부분을 보낸 적은 있지만 상의를 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 관해서 좋은 기사 홍보하고 싶어서 제 주위 분들한테 기사 링크(URL)를 보냈는데, 김씨에게도 그 기사가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말의 뉘앙스가 달라졌다.

대선 때 김씨의 활동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당초 "제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김씨가 경선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활동을 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 활동을 하지 않았나. 좋은 기사를 퍼오기도 하고, 기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포털 사이트 순위가 올라갈 수 있도록 참여도 하고, 김씨도 그런 활동이 이뤄졌을 거라 추측한다"고 했다. 김씨 등이 문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포털 사이트 여론을 조성해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 실세로 꼽히는 김 의원이 김씨로부터 압박을 받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달한 것은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평범한 관계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까지 인사청탁을 요청했겠느냐는 지적이 나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혹은 김 의원이 김씨에게 사실상 인사 협박을 당했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조사는커녕 김씨 추천 인사를 면접했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야권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도대체 '드루킹'이 누구이고 무엇을 했길래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김 의원과 김씨가 어떤 관계였길래 이렇게까지 한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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