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자─동의받지 않은 불심검문은 모두 위법
경찰의 불심검문은 기본적으로 '임의수사'...시민에겐 협조 의무 없어
적법절차 안 지킨 불심검문, 모두 위법...경찰관이 직권 남용할 경우 최대 '징역 1년'

지난달 3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불법 집회는 사전에 그 개최 사실을 인지하고도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던 경찰이, 사랑제일교회에서 봉직 중인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이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8·15국민대회’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겠다고 하자, ‘엄정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15일 보수·우파 시민단체들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열자 정부 당국은 통신사로부터 통신기록을 제공받아 집회 장소 인근에 있던 시민들을 색출,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검사를 받게 강제했지만, 민주노총 불법 집회 참석자에 대해서는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아 ‘편파 행정’ 논란이 인 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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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개최된 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측 불법 집회의 모습. 2021. 7. 3. / 사진=연합뉴스

그뿐 아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3일(개천절)과 10월9일(한글날), 정부의 ‘방역 통제’를 받지 않기 위해 차량을 이용한 집회에 나선 보수 단체들을 통제한답시고, 정부 방역 방침이 ‘9인 초과 집합 금지이니 차량도 9대 이하로 제한돼야 한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차량 시위 규모를 제한하는가 하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법 집회를 차단한답시고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 광화문광장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들에 대한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차량 안에서 ‘태극기’ 등 집회 물품이 발견된 경우 경찰은 ‘회차’(回車)를 명했다.

경찰은 또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 버스와 철제 펜스 등을 겹겹이 설치하고 통행인을 일일이 검문, 기자 등 언론 관계자가 아니면 광장 일대를 지나가지도 못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위법적 불심검문에 따른 피해가 다수 발생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이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이같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경찰의 위법적 공권력 행사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행동요령과 대응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경찰관의 직무집행 가이드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현행 법률 체계에서 경찰 공무원의 직무집행 내용을 직접 규율하는 것은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이다.

경직법의 제정 목적을 살펴보면, 이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관(경찰공무원)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제1조 1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동(同) 법률은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이 법은, 경찰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시민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침해 범위가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할 것을 경찰 공무원들에게 명하고 있는 것이다.

◇불심검문은 기본적으로 ‘임의수사’에 상당…응할 의무 없어

지난해 광화문광장 일대의 집회·시위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위법한 불심검문’에서 발생했다. 경찰 공무원의 불심검문 관련 규정은 경직법 제3조(불심검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찰 공무원이 실시하는 불심검문은 기본적으로 ‘임의수사’에 상당하기 때문에 불심검문 대상자가 됐다고 하더라도 불심검문 대상자에게는 협조 의무가 없다.

지난해 광화문광장 일대에 설치된 통행인 검문소에서는 일반 시민들에 대한 불심검문이 이뤄졌다. 하지만 ▲대상 ▲절차 등 모든 면에서 모두 위법한 것으로써 공권력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1. 불심검문의 의미: 경찰관이 행인 등을 정지시키고 질문 등을 하는 행위

경직법 제3조(불심검문) 1항은 “경찰관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즉, 경찰 공무원이 행인 등을 정지시키고 질문 등을 하는 것을 ‘불심검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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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으로의 진입로를 모두 차단한 경찰은 광장 인근을 통행하는 모든 시민에 대해 불심검문을 실시했다. 사진은 경찰이 행인을 붙들어 놓고 어디로 가는지 묻고 있는 모습. 2020. 10. 9. / 사진=박순종 기자

2. 불심검문의 대상: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범죄와의 연관성이 상당한 인물

경찰 공무원은 불심검문을 실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직법 제3조 1항의 1호와 2호의 내용을 각각 살펴보면 1호는 “수상한 행동이나 그 밖의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2호는 “이미 행하여진 범죄나 행하여지려고 하는 범죄행위에 관한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고 정하고 있다.

1호가 상정하는 대상은 형사 절차상 ‘피의자’에 상당하는 인물이다. 누가 보더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고, 그 행동이 방금 끝난 범죄 또는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하는 범죄와 관련 있다고 인정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 2호가 상정하는 대상은 형사 절차상 ‘참고인’에 상당하는 인물이다. 방금 막 끝난 범죄 또는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하는 범죄에 대하여 그 내용 등을 알고 있음이 인정돼야 한다.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지난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광장 통행인에 대해 무분별하게 실시한 불심검문은 모두 ‘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3. 불심검문의 절차: 소속·성명 밝히고 공무원증 제시 후 질문 등 목적 설명해야

경찰 공무원이 불심검문을 실시할 때에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 공무원은 행인 등을 정지시키고 질문을 하거나 동행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경직법은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이나 동행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여야 하며, 동행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동행 장소를 밝혀야 한다”(제3조 4항)고 정하고 있다.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소속 및 관등·성명, 그리고 질문 또는 동행의 목적 등을 설명하는 것은 불심검문을 실시하는 경찰 공무원의 의무다. 이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은 불심검문은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써 모두 위법한 것이다.

경찰 공무원의 불심검문 대상이 됐다면 먼저 경찰 공무원의 소속과 관등·성명을 물어보고 공무원증 제시를 요구해야 한다. 또 이 모든 과정은 녹화 내지 녹음 등을 통해 증거로 남겨야 한다.

다만, 공무원증 제시 요구에 경찰 공무원이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증 제시 의무가 없다는 판례가 있다”고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같은 판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관이 경찰 학원 등에서 잘못 배운 지식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는 데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복수의 진정 사건에서 공무원증 제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찰 공무원에 대해 교육 강화 등을 명령하는 결정을 계속해 내려 왔다.

4. 신체·차량에 대한 검색은 ‘흉기’에 대해서만

경직법상 검색은 ‘흉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만을 허용한다. 동(同) 법률은 제3조 3항에서 “경찰관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질문을 할 때에 그 사람이 흉기를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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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3일과 10월9일, 보수·우파 단체의 광화문광장 차량 집회 등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경찰은 광장 일대에 경찰 버스 등을 빽빽이 배치하고 검문소 등을 설치했다. 2020. 10. 9.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경찰은 서울 도심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광화문광장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들에 대한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이때 경찰은 집회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에 대해서는 검색을 실시하고 집회 물품이 발견될 경우 모두 회차를 명했다. ‘집회 물품’은 ‘흉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흉기 소지 여부만을 확인할 수 있게 한 경직법의 규정을 어긴 당시 경찰의 차량 검문·검색 행위는 모두 ‘위법’이라고 할 수 있다.

5. 경찰관의 ‘동행’ 요구는 ‘교통에 방해가 될 때’에만

경찰 공무원은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동행을 요구할 수 있다.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고, 불심검문 대상자를 정지시킨 장소에서 질문을 하는 것이 해당 대상자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6. 경찰관이 질문하거나 동행을 요구해도 답하거나 따를 의무 없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2조(벌칙)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경직법 제3조 2항은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며, 7항은 “규정에 따라 질문을 받거나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 공무원의 동행 요구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경찰 공무원은 임의 동행해 온 사람을 경찰관서(파출소·지구대·경찰서 등) 내에서 6시간을 초과해 머무르게 할 수 없다.

경직법상 경찰 공무원의 불심검문은 본질적으로 ‘임의수사’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 도심 일대에서 벌어진 경찰의 위법·부당한 불심검문에 응한 많은 시민은 경찰이 자신에게 질문 등을 하는 데 대해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얼떨결에 경찰의 위법한 공무 수행에 협조해 줬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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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에 대해 경찰 공무원들이 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2020. 10. 3.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법률은 경직법에 기반한 경찰 공무원의 공무 수행이 임의적인 것이며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은 기본적으로 경찰에 협조해 줄 의무가 없다. 경직법의 제정 목적에서도 볼 수 있듯, ‘인권 보호’가 경찰 행정상의 편의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찰 공무원이 임의로 강제력을 행사한다면, 그같은 상황을 동영상 촬영 등을 통해 적극 증거로써 남겨야 한다. 증거를 남겨야만 추후에라도 경찰 공무원의 위법·부당한 공권력 남용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자─동의받지 않은 불심검문은 모두 위법이다. 시민에게는 경찰의 질문이나 동행 요구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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