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마감된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0.33포인트(1.24%) 하락한 3,202.32에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마감된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0.33포인트(1.24%) 하락한 3,202.32에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초유의 장기집권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경제에 대한 완벽한 통제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 정부는 맞불규제에 돌입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의 기업공개(IPO) 및 기타 유가증권 판매에 대한 등록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3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고점 향해 질주해온 한국 증시, ‘중국 리스크’라는 새로운 악재에 직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고점을 향해 질주해온 국내 증시는 ‘중국 리스크’라는 새로운 악재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중국기업에 국한되고 있어, 뉴욕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코스피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리스크가 커질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전주보다 52.13포인트(1.6%) 하락했다. 특히 전날인 30일 하루 동안에만 40.33포인트(1.24%)가 빠졌다. 외국인 순매도 흐름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며 중국 증시가 급락했는데 이는 (정치권력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조치”라면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제한적이지만 중국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며 위안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고, 신흥국 통화 약세와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 중국발 규제에 대한 맞대응 나서...다음주 초반부터 사태 악화 가능성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발 규제 리스크가 코스피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미국이 맞대응에 나섬으로써, 다음주 초반부터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직면한 위험을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증권 발행을 위한 어떠한 등록 서류도 제출하지 말 것을 기업들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려면,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리스크 정보를 미국 증권 당국에 행하는 정례보고의 일환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선언한 것이다.

뉴욕에 상장된 중국기업 디디추싱, 중국 정부의 사이버보안 및 반독점조사로 주가폭락

이번 SEC의 결정은 중국의 차랑 공유 업체 디디추싱이 중국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가 중국 정부의 규제로 주가폭락 사태를 맞은 것에 대한 보복성 규제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인 디디추싱이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중국 내 교통데이터를 해외로 유출시켰다고 판단, 사이버보안 및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신규 가입도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상장 이후 한 때 18달러를 넘었던 디디추싱 주가는 8.87달러까지 하락했다. 주가가 이처럼 반토막남에 따라 디디추싱의 시가 총액중 170억달러(약 19조원)가 증발했다.

디디추싱 측은 주식을 공개 매수해 비공개 회사로 돌리는 등 뉴욕증시 상장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철권통치 앞에 납작 엎드리는 모양새이다.

파문은 계속되고 있다. 디디추싱 사태 직후 중국 자전거 공유업체 ‘헬로’는 뉴욕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오던 중국 인공지능 의료 빅데이터 설루션 업체 링크닥(LinkDoc)도 돌연 상장 계획을 보류해 버렸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는 중국의 빅테크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는 과정에서 자국의 빅데이터가 유출됐다고 판단, 초강력 규제를 펴고 있다. 반면에 미국 정부는 중국기업이 미국증시에 상장하려면 중국기업의 개입으로 인한 리스크를 미국 당국에 보고하라는 고강도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한마디로 정면충돌 양상이다.

시진핑은 ‘공동 부유’를 미끼로 내년 가을에 장기집권 플랜 완성...신흥국 증시의 ‘중국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고조될 듯

사실상 시장경제 장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정책은 집권2기(2018~2022) 막바지로 접어든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플랜’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공산당의 전통인 파벌간의 평화적 정권교체 전통을 파기하고 ‘시진핑 종신집권’ 시대를 열기 위해 ‘국가자본주의’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시장경제는 ‘효율성’을 중시함으로써 고도성장을 거듭해왔다.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라는 부정적 요인이 커졌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불만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부유(富有)’라는 이념을 제시했다. 2022년 가을에 개최될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을 실현하고, 그 대신에 인민에게는 ‘공동 부유’라는 선물을 안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어느 정도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을 선언했다. 올해 들어서는 '공동 부유'를 핵심 집권 목표로 제시했다. 모두가 먹고 살만한 사회에서 모두가 부유한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주장이다.

시 주석이 빅테크 등을 포함해 급성장한 중국기업에 대한 징세정책 강화 등을 통해 조달한 예산으로 ‘중국판 선심성 복지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처럼 ‘중국 리스크’가 일과성에 그치지 않고 내년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고조될 경우, 한국 코스피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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