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희롱’ 판단 취소하라는 유족측 소송전, 2차 가해논란 촉발시켜
‘박원순 성희롱’ 판단 취소하라는 유족측 소송전, 2차 가해논란 촉발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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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열린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인 강난희 씨가 한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열린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인 강난희 씨가 한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이 2가지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첫째는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을 인정한 국가인권위 입장을 보도한 한겨레 신문기자에 대해 ”피해자 여성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객관적으로 확정된 사실처럼 기사화했다“면서 ‘사자명예훼손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두 번째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사실로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다. 인권위 결정이 잘못됐다며 취소해달라는 게 핵심 요구사항이다. 두 가지 소송 모두 ‘박 전 시장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는 점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박 전 시장 유족측에 의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박 전 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SNS)을 통해 ”유족측이 한 일간지 기자를 고소한 것은 허위보도에 대한 고소이고 피해자와 무관하기 때문에 2차 가해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하지 않았는데 성희롱을 당했다고 보도한 게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면서, 피해자와 무관하다는 해괴한 논리를 편 것이다.

박 전 시장 부인 강난희씨 지난 4월 행정소송 제기...”성희롱 인정한 인권위 결정 취소해달라“

이 중 먼저 제기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다.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올 4월에 22일 제기했다는 사실이 지난 29일 알려졌다.

당시 인권위는 5개월 넘게 피해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자료와 참고인 51명으로부터 진술을 듣고 ‘성희롱’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 인권위 발표 석 달이 지난 시점에서 인권위를 상대로 결정 취소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을 만진 행위만을 사실로 인정했다. [사진=TV조선 캡처]
국가인권위원회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을 만진 행위만을 사실로 인정했다. [사진=TV조선 캡처]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강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 결정 취소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9월 7일 진행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지난 1월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시 등에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를 결정했다.

당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을 만진 행위만을 사실로 인정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피해자의 주장 외에 참고인 진술이나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엄격하게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난희 측 소송 대리인, “인권위 결정으로 고인과 가족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 주장

강씨 측 소송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인권위의 결정으로 고인과 가족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돼 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가 박 시장의 사망으로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성희롱이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표현했다”면서 “편파적이고 부실한 인권위 조사 과정이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인권위 결정은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최소한만 인정된 아쉬운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 측은 "소 제기는 자유"라면서도 피해 정도가 더 심각하고 중한 것이었음이 인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피해의 정도가 인권위 발표 내용보다 더 심각하고 무거웠다는 의미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임 시장 유족 측에서 3차 가해를 입힐 수도 있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인권위 시정권고문 보도한 한겨레 기자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소송’ 제기

박 전 시장 유족측이 제기한 두 번째 소송은 박 전 시장의 사건을 보도한 A기자를 상대로 한 것이다. 유족 측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한겨레신문 A기자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A기자가 쓴 박 전 시장 관련 보도 중 '박 전 시장은 비서실 직원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 가해자가 명백하게 밝혀졌고,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알려진 상황'이라고 쓴 표현을 문제삼아 ‘사자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해당 표현의)근거는 어이없게도 사법기관도 아닌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 결정문이었다"며 "그 인권위 결정문은 대부분 피해자 여성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기자는 피해자 여성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객관적으로 확정된 사실처럼 표현했다"며 "이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자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 측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으로 고인과 가족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사진=TV조선 캡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 측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으로 고인과 가족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사진=TV조선 캡처]

법조계 관계자, “사견이 아니라 인권위 해석을 인용보도, 위법성 없다는 법원 판단 나올 듯”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유족 측이 법적 다툼을 벌일 여지는 있으나, 실제 박 전 시장의 성범죄 의혹을 씻어 내거나 기자의 사자명예훼손죄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A기자가 박 전 시장에 대해 악의를 갖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려운 만큼, 사자명예훼손죄 성립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는 의견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가 성희롱 행위를 단언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다툼을 벌일 여지는 있다. 하지만 기자가 개인의 사견이나 추측이 아닌 인권위 해석을 인용해 보도했다면,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공적 사안을 전달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법원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조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기자가 보도한 내용이 결과적으로 허위라 할지라도 취재를 통해 진실한 사실이라 믿고 보도했다면 명예훼손죄가 안 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고 주장했다.

소송과정 본격화되면 ‘박원순 성범죄 의혹’ 재확인 초래할 듯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자칫 박 전 시장의 명예만 실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족 측에서는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 사건은 당사자가 사망하면서 성범죄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정식 수사 없이 '공소권 없음'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유족 측의 소송으로 검찰이 사건에 대해서 정식 수사를 벌일 수 있게 됐고, 오히려 박 전 시장의 성범죄 사실을 법적으로 재확인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자의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실 여부 심리를 다시 열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성범죄 의혹이 허위로 밝혀지면 유족 측에는 좋은 일이겠지만, 박 전 시장이 사망하고 없는 상황에서 '허위'로 증명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피해 여성 법정 소환 불가피...박 전 시장 유족 측은 피해 여성 공격 예상

따라서 기자의 보도가 허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결론이 나올 경우, 결국 박 전 시장의 성범죄 행위만 법적으로 재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허위라는 판결이 나온다 하더라도, 기자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일부 변호사들 가운데는 유족 측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소송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게다가 기자는 법정에서 자신이 의도적으로 허위 보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치열하게 입증하려 할 것이고, 판사는 피해 여성을 다시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피해 여성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전 시장의 ‘무죄’를 주장하는 유족 측은 결국 법정에서 피해여성을 공격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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