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짝을 나눠 '원팀'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짝을 나눠 '원팀'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원팀 협약’에 서명하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하지만 협약식 전날까지도 ‘협약 내용’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던 만큼,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명의 ‘백제 발언’과 이낙연의 ‘탄핵찬성 의혹’ 둘러싸고 사생결단식 진흙탕 싸움 가열

양측의 공방전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점철되고 있다. 상대방의 해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상대방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기세이다.

이는 일부 여론조사결과에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모두 우세한 것으로 일부 드러나자, 여권 대선후보 경선이 사생결단식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이 망국적 지역주의 발언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측은 이 같은 공세가 ‘악의적인 문맥 왜곡’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것은 “백제(호남)가 중심이 돼서 한반도를 통합한 역사가 없는데 전국적인 지지세를 가진 이낙연이 그렇게 되면 이재명이 되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일”이라는 취지였다는 반박이다. 그러나 이낙연 후보측은 백제(호남) 중심의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지역주의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감정이 상한 이재명 후보측은 아킬레스건을 잡아 역공을 펴고 있다. 이낙연 후보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했다는 의혹을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 표결이 이뤄진 당시 노 대통령 탄핵안에 민주당 소속 의원은 2명만 반대표를 던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이낙연 후보 간 공방은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낙연 캠프 측 최인호 상황본부장과 이재명 캠프 측 김영진 상황실장이 각 후보 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재명 이낙연 후보 간 공방은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낙연 캠프 측 최인호 상황본부장과 이재명 캠프 측 김영진 상황실장이 각 후보 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잔류한 의원들로 구성된 당시 민주당은 대부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낙연 후보측은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2명 중 한 명이 이낙연”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8일 TV토론회 앞두고 황급히 ‘원팀 협약’ 체결...양측 모두 “상대방 꺾으면 내가 당선” 판단?...신사협정 준수될지는 불투명

28일 개최되는 TV토론을 앞두고 이날 오전 ‘원팀 협약’이 이뤄진 것도 이 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조치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재명, 이낙연 후보 간의 충돌 양상은 위험수위를 이미 넘기고 있다. 양측은 모두 상대방만 꺾으면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최근 야권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상승동력을 얻고 있지 못하다. 그럴수록 이재명과 이낙연의 대결은 “너를 죽이면 내가 산다”는 식의 극단적 양상을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대선경선 후보 6인방은 28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원팀 협약식'에 참석했다.

민주당 이재명·김두관·정세균·이낙연·박용진·추미애(기호순) 후보는 이날 "우리는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정책 대안 제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품위와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우리는 치열하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동시에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원팀이 되겠다"며 "우리는 국민과 다음과 같이 약속을 책임감있게 이행하고 신뢰 높이는 후보가 되겠다"고 밝혔다. 단결하면 승리하고 분열하면 필패한다는 기본 정신에는 합의한 셈이다.

송영길 대표는 인사말에서 "최근 경선과정에서 벌어지는 공방에 대해 당원들은 조마조마하다"며 "우리당원들 한결같은 마음은 내년 대선 승리를 바라는데 저러다가 서로 상처나면 어떨까라는 걱정이 많이 크다"고 최근 진흙탕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양측의 공방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경위가 어떠하든 과거지향적이고 소모적 논쟁을 키우는 것은 당의 단합을 해치고 지지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퇴행적 행위라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지난 역사도 단결하면 승리하고, 분열하면 패배했다"고 당부했다.

이어 "모든 후보들은 민주정부 4기 창출의 동반자이자 동지라는 점을 깊이 새겨달라"며 "여섯 분 중에 누구라도 우리당의 후보가 되면 나머지 다섯 분은 다 선거대책위원장이 돼 함께 뛸 동지라는 생각을 갖고 임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도 "국민들은 이번 경선 과정을 통해서 우리 민주당에 페어플레이 뿐 아니라 ‘나이스 플레이’를 보고 싶어한다"며 "우리 앞에 놓여있는 도전과 과제를 생각해보면 지난 일이나 지엽말단적인 것은 매달릴 필요도 여유도 없는 상황"이라고 과거 공방 자제를 주문했다.

후보들도 원팀을 다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책기조 발언에서 "오늘 원팀 협약식을 우리당이 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후보 한사람으로서 깊이 성찰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경쟁하는 것이지 전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낙연 전 대표도 "우리는 조금전 원팀이라 선언했다. 선언을 최고로 잘 이행하겠다"며 "동지 후보들이 내놓은 모든 좋은 정책을 수용한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호응했다.

이재명, “고의적 왜곡에 대한 제재규정이 협약문에 포함돼야” VS 이낙연, “사실검증을 위한 대리인 1대1 토론회 갖자”

전날까지도 양측의 충돌은 계속됐다. 적통(嫡統) 논쟁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논란에 이어 불거진 ‘백제 발언’ 공방이 진실 싸움으로 치달은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양측의 날 선 비방전을 수습하기 위해 개최하는 ‘원팀 협약식’의 협약 내용을 두고서도 양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이재명 캠프 측이 “고의적 사실 왜곡이나 조작에 대한 ‘제재 규정’이 협약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청한 데 대해, 이낙연 캠프가 “사실 검증을 위해 대리인 1대1 토론을 하자”고 맞받아치면서다. 이낙연 캠프 핵심 관계자는 “검증이 필요한 건 토론으로 해소하면 되지, 검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단 취지”라며 “(이재명 캠프가 요청한) 제재 규정은 명시적으로 받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28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TV토론에서 이재명·이낙연 후보는 거센 설전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양쪽 캠프 내부에서 모두 강경론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표 역할 자임하고 나선 김어준, “양측 모두 오버하지 말라”...김경수 ‘원죄론’ 이후 영향력 약해진 듯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재명 이낙연 후보간 공방전에 대해 나름의 중재를 시도했으나, 두 후보간 공방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재명 이낙연 후보간 공방전에 대해 나름의 중재를 시도했으나, 두 후보간 공방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김어준은 26일 ‘민주당의 실질적인 당대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재명·이낙연 후보 간 공방에 대해서 나름 교통정리를 하려고 노력했다. 이날 김어준은 양측의 공방에 대해 “양쪽 모두 오버하는 겁니다”라고 단언했다. 실질적인 중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어준은 양측의 공방에 대해 “경선 중이니까, 1,2위 상호 디스전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규정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탄핵 당시 자신이 운영하던 매체에서 실제로 전수조사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어준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2사람의 반대표가 있었는데. 1사람은 자민련의 김종호 의원이었고, 실제로 김종호 의원은 자신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1사람은 다른 사람과 달리 “노코멘트”라고 얘기를 해서, 속으로 “이 사람이 반대표를 던졌구나”라고 판단을 했는데, 그렇게 답한 사람이 당시 이낙연 의원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어준은 “2004년에 전수조사를 해서, 16년 후에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다”며 “16년 전에 반대표를 던진 1사람이 당시 이낙연 의원이라고 판단을 했는데, 지금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6년 전에는 이런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16년 전에 이낙연이 반대표를 던진 게 맞다고 본다. 그래서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이재명 캠프에서 너무 나갔다고 본다”며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측의 ‘지역주의자 공방’에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오디오 원본을 구해 실제 들려주면서 이재명 후보를 감쌌다. 오디오 원본 중에서 문제의 백제 발언 부분에 대해 자막으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전달했다.

김어준이 구한 오디오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꼭 잘 준비하셔서 대선에서 이기시면 좋겠다.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번도 없어요. 김대중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했는데,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죠. 그때 당시에 보니까 이낙연 대표는 전국에서 매우 골고루 득표, 지지를 받고 계셔서 아, 이분이 나가서 이길 수 있겠다, 이긴다면 이건 역사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이 분이 이기는 게 더 낫다, 실제로 그렇게 판단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김어준은 “이게 당시 인터뷰 내용이다. 이걸 지역주의로 공격하는 건, 이 건은 이낙연 캠프에서 너무 나간 겁니다. 각각 양쪽 모두 오버하는 거라고 봅니다”라고 규정했다.

김어준이 실질적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이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구속과 관련된 ‘원죄론’이 김어준을 옭아매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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