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5000만원 셀프후원은 위법' 결정한 직후 김기식 사의
윤영찬 靑 국민소통수석 "文대통령, 김기식 사표 수리할 예정"
김기식,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기간 재임후 불명예퇴진

피감기관의 지원의 받은 외유성 해외출장 등으로 물의를 빚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원장의 이른바 ‘5000만 원 셀프 후원’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직후다.

청와대는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30일 금감원장에 임명된 김 원장은 불과 보름여만에 물러나게 돼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기간 재직한 금감원장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번째로 중도 낙마한 고위공직자로 기록되게 됐다.

김 원장은 16일 "중앙선관위의 판단 직후 임명권자(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금감원 공보실을 통해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과(옛 공보수석비서관)은 "선관위 판단을 존중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선관위 판단 직후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금감원장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오후 4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권순일 중앙선관위 위원장이 주재하는 전체회의를 열고 청와대가 12일 질의한 사항들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국회의원의 임기 말 후원금 기부 및 보좌진에게 퇴직금을 주는 것 ▲피감기관 비용 부담으로 가는 해외 출장 ▲보좌 직원과 인턴과의 해외 출장 ▲해외출장 중 관광 등이 적법한지 공식 질의했다.

선관위는 김 원장의 '5000만원 셀프 기부'에 대해 "국회의원이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건 공직선거법 113조에 위반된다"며 '위법'이라고 밝혔다.

피감기관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행위에 대해선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그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해외출장 목적과 내용, 출장의 필요성, 업무 관련성, 피감기고나 등의 설립 목적 및 비용부담 경위, 비용지원 범위와 금액, 국회의 지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위법성이)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보좌진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행위에 대해선 "정치활동을 위해 소용되는 경비에 해당해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회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는 "중앙선관위의 소관사항이 아니다"면서도 "해외 출장 때 사적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한 출장목적 수행을 위해 보좌직원이나 인턴직원을 대동하거나 해외출장 중 휴식을 위해 부수적으로 일부 관광에 소요되는 경비를 정치자금으로 지출하는 것만으로는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막판인 2016년 ‘선거법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난다’는 당시 선관위 답변에도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고 폭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로비성 해외출장 의혹, 정치자금 분식회계 등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위법하다는 객관적 판정이 있거나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사임토록 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12일 청와대는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들의 적법성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보냈다.

이날 선관위의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애초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의원시절 셀프 후원을 하기 전 선관위에 문의했을 때도 선관위는 위법임을 이미 알렸다"며 "(김 전 원장이) 명백히 알고도 저지른 불법"이라고 했다. 전 대변인은 "이런 김기식이 버젓이 금감원장이 되어 금융권의 팔을 비틀고 개혁을 이야기하는 비정상적인 형국이 18일째 계속된 것이 대한민국의 비극"이라며 "김기식과 김기식으로 대표되는 이 정권 최고 실세 그룹인 참여연대 출신들의 위선과 부도덕, 동업자 정신이 국민 앞에 철저히 드러났다"고 했다.

좌파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 핵심멤버로 사실상 '금융 문외한'인 김 원장은 지난달 30일 임명된 직후부터 전문성 부족 외에도 여러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국회의원 임기말 자신이 만든 연구소인 더미래연구소에 국고나 당에 반납해야 할 남은 정치 자금 5000만원을 일시 기부했다. 당시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은 후원을 강행했다. 이후 그는 연구소장으로 취임해 8500만원을 급여로 받아갔다. 김 원장의 보좌관이었던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도 1년 동안 5160만원을 월급으로 받아갔다. 김 원장은 의원 임기 말에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2200만원을 계좌이체하기도 했다. 또 정책연구 용역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대학교수에게 지급하고 이후 해당 교수로부터 500만원을 더미래연구소의 후원금으로 돌려받았다.

더미래연구소는 현 여권(與圈) 인사들을 강사로 초청해 회당 350만~600만원씩 받는 고액 강연을 개최했다. 해당 강연 중 일부 프로그램은 국회사무처로부터 수익 사업 승인을 얻지 않았음에도 운영돼 위법 논란이 있었다. 또한 국회 상임위원회는 더미래연구소에 연구용역을 몰아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있었다.

김 원장은 또한 팬택, 효성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국회에서 해당 기업들에 유리한 발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 시절 박병엽 팬택씨앤아이 부회장에게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뒤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팬택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했다. 2015년 4월 12일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의 아내 이모씨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뒤 정무위 국감에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금감원의 조사를 요구했다. 친형제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문 전 부사장은 당시 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김 원장에 대한 가장 큰 논란은  국회의원 재직 시절인 지난 2015년 5월 25일부터 9박 10일간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20대 인턴 여비서와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이다. 당시 미국 워싱턴DC,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 등을 방문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출장에 인턴 여비서를 대동한 점과 다른 의원들과 함께 가는 통상의 출장과 달리 '나홀로 출장'이었다는 점이 도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인턴은 김 원장과의 해외출장 직후 9급에 채용된 뒤 이후 1년도 채 안 돼 7급 비서로 '초고속 승진'을 해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이후 그녀는 김 원장이 20대 총선에서 낙천된 뒤 더미래연구소 직원으로 채용됐다.

김 원장은 지난 6일에도 민간은행인 우리은행 예산으로 중국 충칭과 인도 첸나이를 2박 4일 일정으로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있었다. 국회의원 시절 한국거래소(KRX) 부담으로 다녀온 우즈베키스탄 출장이 김 원장의 해명과 달리 '4박 6일'의 외유성 출장이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김 원장은 '2박 3일간의 공무상 출장'이라고 우겼지만 이 기간 동안 공식 일정은 우즈베키스탄 정부 관계자와 면담한 3월 25일 하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와 예산결산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당시 출장 전후로 해당 피감기관에 예산 등에서 혜택을 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13일 김 원장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하고 김 원장의 의원시절 해외 출장비를 지원한 우리은행과 한국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 원장과 관련해 "국회 관행에 비춰 김 원장의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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