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세미나場에서 조민 본 기억 없다...동영상 속 인물은 조민"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前장관 재판 증인·조민 高校 동창 장 모 씨,
"동영상 속 인물 조민 아니다" 기존 증언 뒤집어...여권에선 '조국 무죄론'
법조계, "'조민 본 기억 없다'는 증언 유지...물증면에서도 사실관계 변경 있다고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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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7월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 부부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法庭)에 소환된 조 전 장관의 장녀 조민 씨의 고등학교 동창(同窓) 장 모 씨의 증언 내용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조 씨가 문제의 서울대학교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증거로 제시된 동영상 속 인물(여성)에 대해 “조민이 아니”라고 했던 기존의 증언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장 씨는 조 전 장관과 이른바 ‘스펙 품앗이’를 했다는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소속 장영표 교수의 아들이다.

장 씨의 이번 증언을 계기로 여권(與圈)에서는 ‘조국 무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장 씨의 이번 증언을 앞선 증언을 번복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사실 관계에 있어서 중대한 변경이 발생했다고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 씨가 말한 ‘세미나’란 2009년 5월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세미나 〈동북아시아의 사형(死刑)제도〉를 말한다. 조 전 장관의 장녀 조 씨가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 ‘인턴’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세미나인데,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구속)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는 조 씨 해당 경력이 ‘허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이 맞는다”는 장 씨의 새 증언 취지대로 조 씨가 해당 세미나 행사장에 나온 사실이 있다면 사실관계에 있어 중대한 변경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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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의 장녀 조민 씨가 지난 2009년 5월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 인턴으로 참가했다는 조 전 장관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조국 전(前) 장관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제시된 문제의 동영상. 동그라미로 표시된 여성이 조 전 장관의 장녀 조민이 맞기에 조 씨가 해당 세미나에 참석한 것도 사실이라는 것이 조 전 장관 측 주장이다.(사진=인터넷 검색)

조 전 장관의 장녀 조 씨와 한영외고 유학반 동기인 장 씨는 앞서 열린 정경심 교수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조 씨의 ‘세미나’ 참석 증거로 제시된 동영상 속 여성이 조 씨가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장 씨는 지난 23일 서울지방법원 형사21-1부(부장 마성영)의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해서는 “세미나장(場)에서 조 씨를 본 기억이 없다. 만약 (조 씨가) 왔으면 인사도 하고 그랬을 텐데, 기억이 없다. 한영외고에서는 나 혼자 참석한 것이 확실하다”면서 검찰에서 이뤄진 참고인 조사에서 한 자신의 진술 내용이 맞는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도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이 문제의 영상을 보여주자 영상 속 인물이 조 씨가 맞는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 씨는 “저 여학생(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이라는 기억이 증인 기억에 있느냐?”는 공판 검사의 질문에 “없다”고 답변했다.

“세미나에서 조민을 봤다”는 취지의 장 씨 증언을 두고 여권에서는 장 씨가 증언을 번복한 것이며, 조 전 장관의 장녀가 해당 세미나에 참석한 것이 ‘사실’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원내대표는 “성공을 예감한 ‘검찰 각본(脚本)의 가족 인질극’이 양심 고백에 조기(早期) 종영됐다”며 “검찰의 위증(僞證) 교사와 권력 남용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무부는 즉각 감찰에 착수해야 한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사건 전모를 밝히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着手)하기 바란다”고 했다.

조 전 장관도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 “기계적 균형도 내팽개치고, 확증편향을 검찰과 공유하며 인간 조국을 어떻게든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싶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법조계, “장 씨 증언에는 변경 없어...檢 주장, 물증 등 뒷받침”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장 씨의 증언 내용으로 인해 사실관계에 있어 중대한 변경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장 씨의 증언이 번복됐는가’에 대한 문제다. 장 씨는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 이뤄진 최초 증언에서 문제의 동영상 속 여성이 조 전 장관의 장녀 조민이 아니라고 했다가 조 전 장관 재판에서는 조민이 맞는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일견 장 씨가 증언 내용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 씨는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기억이 없다”는 증언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형사 재판에서의 증인 심문은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증인의 ‘기억’을 확인하는 절차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는 것은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사실이 없다”는 장 씨의 ‘기억’이지, 동영상 속 인물을 조 전 장관의 장녀로 본 장 씨의 ‘추론’이 아니며, 장 씨의 증언 역시 번복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물증’과 관련된 문제다. 지난 2019년 9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앞서 서울대는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의 기간 중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한 고등학생은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서울대 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전체 인턴 참가자 17명은 모두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 당시 서울대에 재학 중인 학부생 또는 대학원생이었다.

한인섭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現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의 장녀에게 인턴 확인서 등을 발급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검찰도 동(同) 센터 직원 가운데에서도 조 씨에게 그같은 확인서를 발급했다는 사람 역시 찾지 못했다. 물증면에서도 조 씨의 해당 세미나 인턴 경력이 ‘사실’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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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공식 웹사이트에 소개된 한인섭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의 소개글.(출처=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검찰은 최초 한인섭 전 센터장이 조 씨의 인턴 확인서를 위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다가 정경심 교수가 조 씨의 스펙을 만들어 주기 위해 인턴 확인서를 위조하고 여기에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범행에 공모(共謀)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편, 장 씨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보복심에 기반을 둔 억측이 진실을 가렸다”며 “세미나의 비디오에 찍힌 안경 쓴 여학생의 정체는 조민 씨가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씨는 “세미나 동안 민이(조민)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없다”면서도 “조민 씨는 사형제도 세미나에 분명 참석했다. 민이(조민)씨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아예 오지 않았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씨는 또 조 씨와 관련해서도 “이런 악조건에서도,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멸시와 비방을 받는 상황에서도, 결국 의사 국시(국가고시)를 통과한 민이(조민)는 정말 대단한 친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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