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1년 만에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억3천만원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전 5억원이 채 안 됐으나 6억3천만원까지 높아졌다. 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전세 계약을 갱신한 경우라도 2년 뒤 전셋값 폭등이 예고돼 있어 무주택자의 시름이 깊어졌다는 지적이다.

27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천483만원으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작년 7월(4억9천922만원)보다 1억3천562만원 올랐다. 이는 직전 1년(2019년 7월∼2020년 7월) 동안 상승액 3천568만원(4억6천354만→4억9천922만원)과 비교하면 3.8배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KB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 6월 2억4천902만원에서 2014년 2월(3억25만원) 3억원을 돌파한 뒤 2016년 3월(4억244만원) 4억원, 작년 8월(5억1천11만원), 올해 3월(6억562만원) 6억원을 차례로 넘겼다.

3억원에서 4억원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년 1개월, 4억원에서 5억원까지는 4년 5개월이 걸렸는데, 5억원에서 6억원까지는 불과 8개월 만에 도달했다. 최근 전셋값 상승을 '폭등'으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속도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작년 7월 3억3천737만원이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이달 4억3천382만원으로 1억원 가깝게(9천645만원) 뛰었다. 직전 1년 동안 상승액이 2천314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2배 높은 수준으로, 서울보다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

같은 기간 경기는 2억6천969만원에서 3억5천430만원으로 8천462만원, 인천은 2억961만원에서 2억5천559만원으로 4천598만원 올랐다.

서울의 전셋값 상승은 비교적 저렴한 전세가 많은 '노도강' 지역과 고가 전세가 밀집한 강남 3구가 함께 견인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1년간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도봉구로 상승률이 35.4%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동대문구(32.2%), 노원구(31.7%), 송파구(31.4%), 강북구(30.1%)가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관악구(29.6%), 금천구(29.2%), 서초구(29.2%), 용산구(29.1%), 성북구(28.6%) 등은 10위권에 올랐다.

전셋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강남구로, 전용 93.62㎡ 기준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1억2천394만원까지 올라 1년 전과 비교해 2억950만원 상승했다. 서초구는 10억7천831만원으로 2억4천390만원 올랐고, 송파구는 8억1천852만원으로 1억9천576만원 상승했다. 93.62㎡ 기준 전셋값이 5억원에 미치지 않는 지역은 서울에서 노원구와 도봉구, 금천구, 중랑구 등 4곳에 불과했다.

1년 전 3억7천37만원이던 노원구에서는 93.62㎡ 기준 아파트 전셋값이 4억8천793만원으로 1억원 넘게(1억1천756만원) 올랐고, 도봉구는 1억2천154만원(3억4천320만원→4억6천475만원), 금천구는 1억436만원(3억5천714만원→4억6천150만원), 중랑구는 9천866만원(3억9천133만원→4억9천만원) 올랐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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