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백제 불가론' 발언으로 촉발된 '지역주의 논쟁'이 '집안 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범여권의 당혹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의 심장부에 있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던 민주당 내 핵심 성골(聖骨) 세력인 일명 '86 운동권 출신'들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선, 민주당에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지역주의 논쟁'은 지난 23일 영남 출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호남지역)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불이 붙었다. 바로 호남 출신의 이낙연·정세균 후보가 발끈한 것.
특히 이 지사를 향한 호남 출신 후보들의 질타는 매섭기까지 하다. 지난 26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역주의를 소환하는 것이라면 언급 자체를 하지 말아야한다"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 또한 "지금이 삼국시대냐"라며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 역사인식이며 정치력 확장력을 출신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사실상 일베와 같다"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자당 후보간 네거티브 공방전의 수위가 거세지면서 후보간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심지어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까지 나서 자제를 요청했지만 역부족이다.
송 대표는 86 운동권 세력으로 분류되는 만큼 입김이 강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를 비롯한 86 운동권 세력은 왜 이렇다할 주장 없이 함구(緘口)하면서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더 나아가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주축인 '86 운동권 세력'은 과연 어느 후보의 입장에 가까울까.
'86 운동권'의 대표주자격 인사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씨를 비롯해 김태년·우상호·이인영·한병도 민주당 의원 등이다.
특히 이인영 의원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 지난 1987년 11월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영호남 시민결의대회'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지역감정 해소'를 호소한 바 있다. 기자는 최근 그가 참석했었던 '영호남 시민결의대회'의 선언문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 "민족통일의 함성으로···우리 영·호남인들은 대동단결의 장을 마련했다."
▶ "구국민주쟁취 투쟁에 함께 해온 영·호남인들의 의지는 분명 하나의 뿌리다. 지역감정의 원천은 분단지배를 통한 정권 연장을 위한 조장의···"
'지역감정 해소의 목적'에는 전대협의 삐뚤어진 통일관(統一觀)이 묻어있지만, 86운동권 세력의 당시 '영호남 결의문'에 따르면 그 삐뚤어진 목표를 위해서라도 영호남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한 이낙연·정세균 후보의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적 역사인식"이라는 발언으로 비중이 쏠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을 맡은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27일 오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은연 중에 지역주의에 기초한 선거전략을 평소에 갖고 계신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지사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곧장 언론에 나와 "말의 일부분을 떼어내서 지역주의 조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말 편협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전날인 지난 26일 송영길 당대표가 직접 최고위원회의에 나서 "지역주의의 강으로 돌아가선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 후보간 공방전은 사생결단(死生決斷) 식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한편, 민주당에서 후보간 벌어지고 있는 35년짜리 논쟁이기도 한 '지역주의 공방전'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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