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샘의 교실이야기⑪] 교육청의 황당한 추천도서목록(上)
[유니샘의 교실이야기⑪] 교육청의 황당한 추천도서목록(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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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이 하달한 '문제투성이' 추천도서목록
공동체·혁신 강조하고 경쟁은 부정적으로만 묘사
핀란드 교육 외피만 베낀 교육혁신 외침은 공허
핀란드의 경쟁체제와 자율성도 배워야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교육청이 교사들의 ‘공동체’를 권장하며 참고도서 목록을 첨부해왔다. 교육청이 말하는 공동체란 일종의 ‘자율 동아리’로, 교사들에게 자기연찬을 위해 스스로 학교 안에서 공동체를 꾸려 연구‧연수를 하라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첨부된 도서목록 내용은 수정도 보완도 없이 그대로 였으며 그 내용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공동체‧행복만 일방적으로 강조한 교육청의 추천도서

교육청이 추천한 도서는 교육일반 분야와 교육과정-수업-평가-혁신, 생활교육, 혁신학교 4개의 영역에 총 214권이다.

추천도서로 만들어본 그림. 두드러지는 단어가 한 눈에 잡힌다.

도서 목록은 온통 혁신, 공동체 투성이다.  혁신이 17회(출판사명의 혁신은 제외) 등장하고, 혁명 5회·공동체 5회·함께 4회·행복 8회 등이다. ‘경쟁’이란 단어는 세 번 등장한다. ‘경쟁에서 벗어나’, ‘경쟁에 반대한다’,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에 ‘사라져야 할 부정적 존재’로만 딱 세 번.

교사들이 읽을 책은 피교육자를 염두에 둔 도서다. 교사들의 자기연찬을 위해 읽으라는 ‘교육청발 추천도서’에 문제점은 없는가. 지극히 주관적 생각일 수 있겠지만 도서목록을 살펴본 결과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참고도서 목록 중 일부
참고도서 목록 중 일부

●'핀란드 교육의 성공' 외피 베끼기에만 급급

혁신을 하라는 교육청의 요구에 따르기 위한 참고 문헌 속 핀란드교육의 키워드는 온통 ‘평등’과 ‘차별거부’, ‘무상’이다. PISA(국제학업 성취도 평가)2003 핀란드 국가위원회에서 높은 성적의 비결은 바로 그것이라고 밝혀 놓았다. 가정, 성별, 경제 상황, 모국어와 관계없이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하고, 지역에 관계없이 분리와 차별을 부정하고, 성별에 따른 분리와 차별을 부정하고, 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하고, 종합제학교 운영으로 선별하지 않은 기초 교육을 실시하여 ‘경쟁과 차별’ 대신 ‘평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교육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핀란드조차 학습 부진아만을 위해 특별수업까지 하면서 꼴찌를 독려해 위로 끌어올려 평등하게 만드는 교육은 중학교까지라고 한다. 이 경우에도 특수 아동의 경우 모든 핀란드 종합학교에는 특수교사들이 모두 배치됐고 학생의 학습과 복지와 관련해서 개인의 특성에 맞게 지원하고 있어 철저히 개인의 특성이 중시된다. 이는 교육청의 추천도서 중 하나인 ‘핀란드 교육의 성공’(62~63p)에도 나온다.

고교부터는 철저한 경쟁체제로 바뀌어 진학부터 차별화된다. 학교가 평준화 되었다곤 하지만 핀란드에도 좋은 고등학교는 존재한다. 입학자격시험(Matriculation Exam)에 합격하면 대학 입학 자격을 부여하게 되는데, 대학·학과별로 독자적으로 시행되는 대학입시는 대단히 치열해서 원하는 대학·학과에 가려고 수차례 시험을 치르는 게 다반사라고 한다. 핀란드는 지속적으로 평가방법을 개선해왔다. 평가방법의 개선에 발맞추어 합리적 경쟁을 추진해온 결과 지금과 같이 평등과 경쟁을 조화롭게 추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왜 우리나라에는 핀란드가 평등한 교육이고 서열이 없는 교육이라고 전해지고 있을까. 우리와 같은 형태의 성적순이 표기되지 않는 결과를 그렇게만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좀 더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핀란드 교육을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겉으로만 드러난 ‘평등’과 ‘차별 없는’ 교육만이 우리가 배울 핀란드 교육의 전부일까. 평등과 차별 없는 교육이어도 경쟁력이 있으니 주목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평등’과 ‘차별 없는’ 핀란드 교육이 스위스경영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4년 연속 대학교육 경쟁력 1위를 차지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실시하는 40개국 학생 평가 결과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처럼 경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경쟁력’있는 핀란드 교육을 배우자 하는 것은 전제의 오류가 아닌지 궁금하다.

충고를 하자면, 정작 핀란드로부터 교육당국이 배워야 할 첫 번째 항목은 지속성과 자율성이다. 오늘의 핀란드 교육의 토대를 만든 사람은 국가교육청의 사무총장이었던 에르끼 아호(Erkki Aho)라 하는데 그는 1972년부터 1992년까지 무려 20년간 교육개혁의 책임을 지고 교육 토대를 만들었다 한다. 핀란드 교육제도가 자랑하는 지속성과 일관성 있는 리더십이 그렇게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해가 다르게 바뀌는 우리의 교육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하나 배울 것은 자율성이다. 핀란드의 교육에서 개인차와 자율이 드러나고 있는 영역은 대입시험 영역, 학교의 특성을 인정해주는 영역, 엄격한 전문성과 아울러 자율성이 부여되는 교사의 영역이다. 대학입시의 경우 각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며 정부는 중앙에서 전체적인 틀만 조정하고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교사의 전문성은 국가가 집중관리 하는 기준(석사 학위 취득자)에 부합해야하며,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교육되어진다. 교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이 교육하는 내용에 관한한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핀란드의 교육이 평등한 기회와 분리와 차별을 부정한 교육이라는 점에만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그 내면에 담긴 자율성과 개인차의 인정이란 중요한 핵심을 놓치지 않는 독서이어야 할 것이다.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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