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리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국책연구기관 비정규직 연구원을 실업자로 내몰고 있다.

16일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인건비가 한정된 상황에서 연구기관들이 비정규직을 모두 고임금 정규직으로 돌리기 어렵게 되자 전환 시한을 앞두고 비정규직이 무더기로 해고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경은 26개 산하 국책연구기관 중 10여 곳이 정규직 전환계획을 확정했다며 이 중 여러 연구기관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비정규직 연구원 상당수의 계약해지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15일 비정규직 직원 130여 명 중 3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100명가량 중 절반은 비정규직으로 두고 50명에겐 계약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업능력개발원은 전환 대상 비정규직 260명 중 약 50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90여 명을 제외한 120명 가량은 해고될 예정이다.

국책연구기관은 매년 정부 출연금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와 외부 단체 등으로부터 별도의 과제를 따내 인건비를 충당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연구가 이뤄지다 보니 현실적으로 연구기관들은 단기계약직이나 위촉연구원을 채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기관의 비정규직은 2014년 2,355명에서 지난해 2,500명으로 늘었다. 정부가 연구기관 간 경쟁 촉진을 명분으로 출연금을 줄이자 기관들이 수탁 과제 비중을 늘리면서 채용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늘어난 비정규직을 별도의 인건비 예산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다 보니 위촉연구원 등의 비정규직이 실업자로 내몰리는 것이다. 

아직 전환 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곳 중에선 한국교육개발원 교통연구원 등 비정규직 비율이 60~70%인 경욱. 가장 큰 비정규직 해고 폭탄은 아직 터지지 않은 셈이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들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에서만 최소 700~800여 명의 비정규직이 퇴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연구원 인사담당자는 “대통령이 취임 후 제일 먼저 찾아 ‘비정규직 제로 사업장’을 선언한 인천공항공사도 결국 본사 정규직 전환이 3분의 1에 그쳤는데 예산이 빡빡한 연구기관에서 100% 전환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며 “국책연구기관의 비정규직은 대우가 괜찮고 경력 쌓기에도 도움이 돼 고학력자들이 연구직을 얻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해왔는데 정부가 이를 걷어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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