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녹음도 경찰이 시켜서 했습니다' 그런 말 하면 안 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허 모 경위
소위 ‘수산업자’ 김 모 씨(43·구속)의 비서 A(37)씨에게 경찰이 김 씨 변호사를 접촉해 대화 내용을 녹음해 오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형법상 직권남용·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4월12일 김 씨의 비서 A씨를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하고 이튿날(4월13일) 풀어준 뒤 A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4, 5차례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서울특별시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허 모(51) 경위로부터 이같은 요구를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치인의친인척 등을 상대로 한 사기 행위가 발각돼 지난 3월25일 구속된 김 씨 사건의 검찰 송치를 앞두고 김 씨가 경찰 관계자들에게 정·관계 및 언론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직후의 일이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녹취록(2021년 4월28일 전화 통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수산업자’ 김 씨의 변호인) 이XX 변호사가 만나자고 하는데, 1대1로 만나면 이전에 말씀하셨듯 녹음할까요?”라고 물었고, 허 경위는 “너 반드시 녹음해, 이거”라고 대꾸하며 대화 당사자 간 녹음은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A씨가 “이 변호사가 (나를) 변호해 주겠다고 한다”라고 말하자 허 경위는 “(김 씨 측이) 너를 통제해서 어떻게든 대비를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김 씨 관련해 우리(경찰)한테 말한 건 입도 뻥끗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허 경위는 “녹음기 따로 준비하더라도 반드시 해. 변호사가 와서 하는 말 싹 녹음해. 지난번처럼 네가 판단하지 마. 판단은 내가 해”라며 “나중에 ‘녹음도 경찰이 시켜서 했습니다’ 그런 말 하면 안 돼. 우린 그런 말 안 하니까”라고 강조했다.
A씨와 허 경위 간의 대화 내용을 들어본 법조인들은 수사 관계자가 ‘별건 수사’를 받던 참고인을 시켜 피의자의 변호인에게 접근, 변호인의 말을 녹음하도록 지시한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죄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해당 범행을 한 이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내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 형법 제324조(강요)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것을 정하고 있다. 강요죄의 구성 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 가운데 협박이라 함은 ‘타인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할 목적(고의)으로 그같은 공포심을 느끼기에 충분하고도 실현 가능한 해악(害惡)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며, 협박을 한 당사자가 실제 해당 행위를 실현시킬 의사가 있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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