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오는 21일 지난 대선 당시 댓글 여론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7개 종단 종교인들이 김 지사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16일 접수된 이 탄원서에는 불교 대표로 원행스님, 기독교 대표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천주교 대표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대표 오도철 교무, 유교 대표 손진우 성균관장, 천도교 대표 송범두 교령, 민족종교 대표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재판받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게 우리 대법원의 흔들림 없는 원칙”이라며 “깊은 통찰력과 혜안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지혜로운 판단이 나오리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지사와 같이 선량한 사람 곁에는 자신의 어려움을 떠넘기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는 이들도 많다"며 "이번 사건에도 이런 일은 없었는지 자세히 살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하기도 했다.

대법원 주변에서는 종교계의 이같은 탄원서에 대해 김 지사측이 동원한 ‘마지막 카드’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통상 형사재판에서는 정상참작을 통한 피고인의 형량감경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탄원서가 동원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 지사측이 동원한 탄원서가 7대 종단의 대표 명의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권의 ‘측근 중 측근’이라는 그의 정치적 무게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탄원서가 김 지사의 유무죄 및 최종 형량, 특히 법정구속 여부에 미칠 영향이다.

김 지사는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 등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000여개에 총 8840만여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신호를 보내 댓글순위 산정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이 경남지사로 출마하는 6·13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김씨의 측근 ‘아보카’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제안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번 대법원 상고심의 쟁점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산채를 방문했을 때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 여부다.

김 지사를 기소한 허익범 특검은 경공모 실무진이 수사 초기 김 지사 방문일이 특정되기 전에 시연 스마트폰을 지목했는데, 이 스마트폰에서 실제 방문일 시연으로 추정되는 로그내역에 발견된 점 등을 들어 김 지사가 시연을 봤다고 보고 있다. 김 지사 측은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과 식사비 결제 내역 등을 봤을 때, 킹크랩 시연회를 볼 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항소심까지는 특검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법률심이라, 대법원이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하급심의 사실관계 판단을 뒤집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해당 쟁점을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이 항소심의 판단을 인정, 상고를 기각할 경우 실형을 선고받은 김 지사의 구속 여부가 주목된다. 통상 항소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보석 등으로 석방중인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면 법정구속 명령을 함께 내려 수감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어 김 지사의 유무죄 판단과 더불어 법정구속 여부가 이번 대법원 최종 판단의 핵심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7대 종단 인사들의 탄원서가 유무죄 판단 보다는 법정구속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무죄에 관해 영향을 미치려면 탄원서가 훨씬 일찍 제출됐을텐데 선고를 1주일 앞두고 탄원서를 낸 것을 보면 인신구속 문제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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