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든 대적보다 부르주아 사상문화 침투가 더 위험”
“청년세대가 타락하면...혁명도 말아먹게 된다”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일(태양절ㆍ4월 15일)인 지난 4월 15일 저녁 평양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일(태양절ㆍ4월 15일)인 지난 4월 15일 저녁 평양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청년층을 상대로 평양말을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민생이 악화하자 최근 외부문물 특히 한류 유입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청년들은 사회주의 사상과 문화의 체현자가 되자’ 제목의 기사에서 “총을 들고 덤벼드는 대적보다 더 위험한 것은 화려하게 채색된 간판 밑에 감행되는 부르주아 사상 문화적 침투책동”이라며 “청년들은 우리민족 고유의 본태가 살아 숨쉬는 평양 문화어를 적극 살려 써야 한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사회주의 문명 건설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모든 청년들이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어생활을 비롯한 일상생활을 문화적으로 할 것을 요구한다”며 특히 언어가 “사람의 품격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에 우리의 평양문화어처럼 아름답고 고상하며 풍부한 언어는 없다”며 “청년들이 평양문화어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을 체질화·습벽화해 나갈 때 온 사회에 아름답고 건전한 언어생활 기풍이 확립된다”고 했다. ‘평양문화어’는 북한의 표준어로 1960년대부터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라 쓰였다.

신문은 특히 청년세대가 사상문화 분야 투쟁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청년세대의 사상적 변질이 사회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청년세대가 “감수성이 빠르고 새것에 민감하다”며 “자라나는 새 세대들이 건전한 사상 의식과 혁명성을 지닐 때 나라의 앞날을 창창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수십 년간 고수해온 사회제도도, 혁명도 말아먹게 된다는 것은 세계 사회주의 운동사에 새겨진 피의 교훈”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은 “청년세대가 타락하면 그런 나라에는 앞날이 없다”며 언어뿐만 아니라 노래, 춤, 패션에서도 북한식 문화를 지켜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장기 봉쇄 조치로 민생이 악화하자 외부문물 유입이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것을 우려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벌여왔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최근 북한정권이 10~30대 이른바 MZ세대에서 한국식 말투와 옷차림이 유행하자 ‘비사회주의’라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북한이 청년 옷차림이나 남한식 말투, 언행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며 “남편을 ‘오빠’라고 하면 안 되고 ‘여보’라고 써야 한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남친(남자친구)’ ‘쪽팔린다(창피하다)’ ‘글고(그리고의 줄임말)’ 등도 금지됐다. 북한정권은 한국식 말투나 옷차림, 길거리 포옹 등의 행위를 하는 사람을 ‘혁명의 원수’로 여겨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이 포함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영상물뿐만 아니라 도서, 노래, 사진도 처벌 대상이고, ‘남조선 말투나 창법을 쓰면 2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는 조항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도 지난 4월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청년들의 사상통제를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늘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달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10차 대회를 맞아 보낸 서한에서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적 행위들을 조장하거나 청년들의 건전한 정신을 좀먹는 사소한 요소도 절대로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