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장마가 끝나면서 '열돔' 현상이 예고됨에 따라, 압력솥에 갇힌 듯한 폭염이 전망된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다음주 장마가 끝나면서 '열돔' 현상이 예고됨에 따라, 압력솥에 갇힌 듯한 폭염이 전망된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7월에 시작된 39년 만의 ‘지각 장마’가 오는 20일 경 끝나면서, 다음주부터는 ‘열돔 현상’에 따른 폭염이 전국을 뒤덮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따라 전력 수급도 비상이다. 전력 수요의 증가로 ‘전력 공급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전기 수급 상황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열돔으로 인한 폭염 시작, 추가 전력 공급방안 없어 ‘블랙아웃’ 우려 급증

추가 전력 공급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지는 ‘블랙아웃’도 현실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블랙아웃의 원인으로는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 수급의 불안정이 꼽힌다.

지난 13일 기상청은 "18~19일께 한 차례 비가 내린 뒤 20일부터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지금과는 다른 뜨거운 폭염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만약 장마가 20일에 끝난다면 2018년(중부 16일, 남부 14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짧은 장마철이 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본체라고 볼 수 있는 기압이 여전히 남쪽에 있어 변동성이 큰 만큼 장마가 20일에 종료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는 시기에 장마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게 되면 본격적인 폭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 상황에 따르면 20일부터 우리나라 대기 중층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한반도 대기 상층에 영향을 미치는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과 더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대기 상·중·하층이 뜨거운 열기로 덮히는 열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열돔(Heat Dome)은 지상 10㎞ 이내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돼 그 아래 대기에 반원모양의 거대한 열막이 형성되고, 뜨거운 공기를 그 안에 가둬놓는 현상이다. 열돔은 제트기류가 약화하고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생긴다. 제트 기류 사이에 낀 고기압이 이동을 못 하고,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북쪽까지 밀고 올라가게 된다.

열돔은 지상 10㎞ 이내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돼 그 아래 대기에 반원모양의 거대한 열막이 형성되고, 뜨거운 공기를 그 안에 가둬놓는 현상이다. [사진=기상청 제공]
열돔은 지상 10㎞ 이내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돼 그 아래 대기에 반원모양의 거대한 열막이 형성되고, 뜨거운 공기를 그 안에 가둬놓는 현상이다. [사진=기상청 제공]

정체한 고기압이 지붕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지열에 의해 데워진 공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뚜껑처럼 내리누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기압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기온이 오르는 것이 열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열돔을 '압력솥과 같은 효과를 내는' 기후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북미 대륙도 ‘열돔’으로 초고온 현상 겪는 중...캐나다 서부에서 49.6도까지 올라

최근 북미 대륙의 초고온 현상도 이 ‘열돔’ 때문이다. 지난달 중하순부터 한달 가까이 열돔이 지속되면서 불볕 더위에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150건 이상의 산불도 발생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소도시 리턴은 지난달 30일 기온이 섭씨 49.6도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나다 서부는 한여름에도 선선한 기후 탓에, 에어콘은 물론 선풍기도 없는 집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더위를 이기지 못한 노년층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열돔 현상은 ‘역대급 폭염’으로 꼽히는 2018년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올해와 유사한 고기압 배치가 한반도에서 열돔을 형성한 끝에 서울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치솟고, 전국 폭염일수가 31.4일이나 됐다. 한 번 열돔이 형성되면 주변의 냉기까지 차단해 웬만한 태풍조차도 열돔을 흐트러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폭염이 2018년과 유사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상층부 전개 양상은 비슷하다. 폭염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 발달 정도나 강도도 평년과 비교해 좀 더 강하다"면서도 "극한의 폭염은 열돔 현상과 더불어 뜨거운 열기가 장기간 지속돼야 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2018년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력 공급예비율 2018년 7월 24일 7.7%로 사상 최저치 기록...14일 10.7%로 급락, 이달 말 역대 최저수준인 4.2% 기록할 듯

2018년과 다른 점이라면, 올해는 델타 변이 확산 등에 따른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집콕’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에어콘 등 가정에서의 냉방기구 사용으로 전기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일 지속되는 찜통더위에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난 지난 14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상황실에서 직원이 전력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후 전력 공급예비율은 8.3%로, 다소 불안정적인 수급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일 지속되는 찜통더위에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난 지난 14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상황실에서 직원이 전력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후 전력 공급예비율은 8.3%로, 다소 불안정적인 수급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주로 예고된 열돔 현상이 오기도 전, 이미 찌는 듯한 무더위에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이번 주 들어 30도를 웃도는 기온 속에 전력 공급예비율(총 전력 공급 능력 대비 예비전력의 비율)이 10%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한 단계 더 강한 폭염이 닥칠 경우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15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최대 전력 수요는 오후 5시 기준 8만8087㎿(메가와트)로 올여름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전력 공급 능력에서 최대 전력 수요를 뺀 공급예비력은 9388㎿, 공급예비율은 10.7%로 집계됐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의 90%가 사용 중이고, 추가 여력은 약 10%에 불과했다는 의미이다.

역대 여름철 최대전력수요 최고치는 2018년 7월 24일로, 9만2478MW(예비율 7.7%)를 기록했다. 올여름엔 이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3년 전 여름과 같은 기록적인 폭염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산업생산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때문이라고 한다.

산업부는 이번달 말 전력예비율이 최대 4.2%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전력 업계에서는 예비율 10%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발전기가 고장나거나 갑작스런 전력 수요 급증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10%의 공급예비율은 확보돼야 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여름 전력 수요가 최대 9만4400㎿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의 9만2478㎿에 비해 20% 높아진 예상 수치이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예비율이 4.2%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탈원전 정책으로 추가전력 공급 방안 없어, 피크타임 수요 조절이 유일한 대책

하지만 정부의 대안은 ‘피크시간대 수요 조절’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추가 전력 공급 방안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가 급증하면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지는 블랙아웃도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호기, 월성 1호기 등 원전 총 4기가 추가 가동됐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전력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며 "일시에 전기 수요가 몰릴 경우 블랙아웃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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