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대법원 유죄 판결 난 한명숙 사건에 "검찰의 공작으로 날조된 것"
법조계 "법무부 장관이 헌법질서와 사법제도를 정면 부정하는 기막힌 현실"
"대법관 전원이 재판연구관들과 함께 내린 결론을 무슨 근거로 뒤집는가"

2015년 8월 24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한데 모인 서울구치소 앞 고별행사에서 수감 직전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바로 뒤에는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이 보인다. 이들이 한 전 총리에게 건넨 백합은 '순결'을 뜻한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앞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모해위증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 판단을 비하하는 동시에 대법원 판결까지 마구 흠집을 냈다. 사법부의 최종 판결을 집요히 흔들어 기어이 뒤집고 말겠다는 전례없는 법무부 장관의 전례없는 시도에 대해 "정치권력의 사법쿠데타"라는 법조계 비판이 나온다.

박 장관은 14일 오전 11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기록이 방대하고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한 상황에서 의욕적으로 조사해온 검사를 갑작스럽게 교체함으로써, 조사 혼선 및 소위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다"고 했다. 임은정 검사가 한 전 총리 정치자금 수수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검토하다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로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으로 교체된 일을 겨냥한 것이다. 

심지어 박 장관은 "한만호 사건은 검찰의 공작으로 날조된 것으로 상상할 수 없는 추악한 검찰의 비위와 만행이 저질러졌다"며 "한 전 총리 공판 전 자금 공여자인 한만호씨를 비롯해 동료 재소자 김모·최모·한모씨에 대한 100여 차례 반복 소환 및 증언 연습, 부적절한 편의 제공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이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교사했다는 주장을 법무부 장관이 한 것이어서 파문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수사팀이 재소자를 대상으로 증언을 교사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까지 난 사건이다. 그러나 정확히 지난 4월 총선 이후 한 전 총리 유죄 사건은 검찰의 만행 때문이라는 주장이 여권에서 빗발쳤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건설업자 한만호 씨의 증언 번복 등은 당시 수사팀이 관련자들에게 위증을 강요하는 것과 함께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추미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도 결론은 '혐의 없음'이었다. 박 장관의 압박에 대검은 지난 3월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기소 여부를 대검 부장회의 표결로 결정했다. 조남관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 참석자 대부분이 압도적으로 당시 수사팀에 무혐의 판단을 내렸고 그 판단 근거 일부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자 박 장관은 의사 결정과 대검 회의 내용이 언론에 유출돼 절차적 정의가 훼손됐다면서 유출 경위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박 장관은 이날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공소제기 이후 검사의 참고인 조사는 부적절한 증언 연습이라 볼 수 있고 증인 기억이 오염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증인 사전면담을 최소화하고 면담 내용 기록·보존하도록 개선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과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범계의 오늘 발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는 정치권력의 사법쿠데타"라며 "법무부 장관이 헌법질서와 사법제도를 정면 부정하는 기막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관 전원이 재판연구관들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수사와 공판기록을 읽고 진술과 증거를 판단해 내린 결론을 무슨 근거로 뒤집는가"라며 "박범계는 악의적 피의사실 유출에 대해서도 엄단하겠다 공언했는데 앞으로 권력비리 수사 등 정권 관련 수사는 깜깜이 수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조국도, 한명숙도 굳이 책을 내서 본인의 무고함을, 검찰의 공작과 날조, 추악한 검찰의 비위와 만행의 희생자라고 강조하는가"라며 "훗날 역사 왜곡을 위한 밑밥 깔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십년이 지나면 책만 남고 수사와 재판기록은 일부 영구보존 기록이 아니면 모를까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며 "박범계를 비롯한 집권세력이 집요하게 과거사에 집착하는 이유도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세탁하려는 집권세력의 교묘한 장기 플랜일 뿐"이라고 개탄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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