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부터), 박남춘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부터), 박남춘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방역이 실패할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거리두기 4단계를 짧고 굵게 끝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하게 협력해서 노력해 달라는 당부의 말 끝에 "우리가 방역에 실패한다면, 또는 방역 때문에 국민들께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 “중앙정부 인력을 지자체가 잘 활용하라” 주문...지자체에 책임전가 발언?

최근 여권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오세훈 책임론’을 분명히 하면서, 오세훈 시장을 코로나 방역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여민관에서 1시간30분동안 열린 점검회의엔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 관계부처 수장들 외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중앙정부는 인력을 충분히 지원하고 지자체는 이를 잘 활용하기 바란다. 합동점검반을 적극적으로 운영해서 방역수칙을 어기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강력히 적용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철저한 역학조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행력 확보를 당부했다.

오세훈 시장, 4차 대유행 진원지인 2030 조기 백신접종 건의...정은경 청장은 확답 피해

이 자리에서 오세훈 시장은 최근 4차 대유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2030세대를 위한 선제적 예방접종을 건의했다. 오 시장은 "활동량 및 접촉 인원이 많은 젊은층의 확진자 수는 증가하나, 백신예방 접종 우선순위에서 제외돼 있다"며 청년층 조기 접종 시작을 위한 100만 회분 추가 배정을 요청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시도별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자율접종용 백신 배정 시 4단계와 1단계 지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4단계 지역의 심각성을 고려해 가중치를 부여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정은경 청장은 "지자체 요구를 반영해 지자체 자율접종 규모를 당초 20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상향하고 8월 초까지 1차 접종 물량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00만 명분의 지자체 자율접종물량을 공급할 때 수도권에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공급 시기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방역이 실패할 경우, 모두의 책임이라며 지자체장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문 대통령의 의중에 화답하듯,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오세훈 시장을 겨냥한 주장이 연이어 나오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오세훈의 서울형 상생방역 시범사업 맹비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부의 방역 정책을 무시한 지자체별 섣부른 방역 완화는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그는 “서울시가 도입했던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서울형 상생방역 시범사업’과 콜센터와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한 자가 검사 키트 시범사업, 집회 제한 인원 완화와 도심 집회 허용 등은 실패한 방역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며 “정부의 방역 기조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행보는 자칫 시민의 생명과 안전의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전 의원도 지난 10일 YTN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다음 다음 날 ‘시민 고통에 눈 감은 정부의 방역 대책에 반대한다.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며 “코로나가 심해지면 방역을 조이고 조금 확진자 숫자가 내려가면 방역을 풀어주고, 이걸 오락가락한다고 하면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저격했다.

조국은 확진자 증가 책임을 오 시장에게 돌리는 만화 공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페이스북에서 확진자 증가의 책임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돌리는 듯한 내용의 만화를 공유했다. [사진=조국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페이스북에서 확진자 증가의 책임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돌리는 듯한 내용의 만화를 공유했다. [사진=조국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시장 책임론에 대해서 가장 날을 세워 비판하는 여권 인사 중의 한명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꼽힌다. 최근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확진자 증가의 책임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돌리는 듯한 내용의 만화를 공유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 내용을 언급한 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이어져 온 정부의 무능한 방역 실패의 책임을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지 3달 된 서울시장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선동”이라며 “조국 전 장관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서울 메르스 환자 발생을 둘러싼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비판 여론에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박원순인가요’라고 비꼬았던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님,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문재인이 아닌 오세훈입니까”라며 “그저 야당 탓으로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조국 전 장관과 정부는 제발 부끄러운 줄 알라”고 꼬집었다. 방역에서의 내로남불을 따끔히 지적한 것이다.

오 시장측 관계자, “다른 지자체장은 대선 경선 참여, 우리는 시정에 매진”

여권의 오세훈 책임론에 대해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서 7월 1일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완화 연기가 필요하다고 긴급하게 제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 초 일부 방역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7월 들어서면서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질 우려에 대해서 누구보다 먼저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대한 오 시장의 책임론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오 시장 측 관계자는 “방역뿐 아니라 1000만 시민의 생계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장으로서는 자영업자의 고통도 고려해야 한다”며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이재명 경기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와 달리 시정에만 매진하고 있는 오 시장을 여당이 무턱대고 공격하는 게 사리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사망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사망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방역에 집중하는 오세훈 시장과 달리 정치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이 지사는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서울대를 방문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도 아닌 경기도지사가 굳이 서울대를 찾아간 것은 대권 행보이다. 코로나 상황이 엄중한데, 경기도 코로나 상황을 더 챙겼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엄중한 코로나 위기 속에서 정부가 지자체에 방역책임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7월부터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게 되는 등 방역 완화 조치에 대한 정부의 예측에 기대감을 가졌던 데 대한 배신감이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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