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교육수준 향상·남녀 역할 구분 변화가 원인
여성의 적극적 경제활동 참여 요구되는 '동질혼' 늘면서 저출산에 간접 영향

부부간의 교육격차가 지난 35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남편의 교육수준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었던 데 비해 최근에는 부부의 교육 수준이 비슷한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자료=보건사회연구원
자료=보건사회연구원
*동질혼 = 남편과 아내의 교육 수준이 같은 혼인 유형
*강혼 = 아내의 교육수준이 남편보다 높은 혼인 유형
*승혼 = 남편의 교육수준이 아내보다 높은 혼인 유형

15일 보건사회연구원의 '배우자 간 사회·경제적 격차 변화와 저출산 대응 방안'(신윤정 외) 보고서에 따르면, 남편과 아내의 교육수준이 같은 혼인은 1970년 58.1%에서 78.5%로 늘었다.

반면 두 사람의 교육수준이 다른 경우는 41.9%에서 21.5%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남성의 교육수준이 여성보다 높은 경우가 41.0%에서 11.0%로 급격히 낮아졌고, 여성의 교육수준이 남성보다 높은 경우는 0.9%에서 10.5%로 크게 늘었다.

신윤정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우자 유형의 변화는 전반적인 교육수준의 향상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남녀 교육 격차의 차이로 남편의 교육수준이 아내보다 높았지만, 특히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대체로 상승하면서 부부간의 교육수준이 비슷해졌다는 뜻이다.

신 연구위원은 남녀 사이에 존재했던 역할 구분이 변화한 것도 혼인 유형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노동시장이나 가정에서 남녀의 역할 구분이 비교적 뚜렸했지만, 성별 역할 구분이 흐려지면서 같은 교육수준의 남녀가 결혼하는 경향이 점점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이러한 혼인 양상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저출산 현상과 관련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자신보다 교육수준이 높은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 여성의 돌봄노동이 강조됐지만, 같은 교육수준의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에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출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연구위원은 "200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하였으며, 2015년 현재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배우자의 유형과 역할이 과거의 전통적인 모습에서 많이 달라졌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체제가 미약함에 따라 결혼과 출산의 지연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신 연구위원은 "남녀 교육격차의 감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 같은 거시적 사회 변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돼, 전통적인 남녀 역할로의 회구나 복귀를 통한 저출산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여성의 적극적 경제활동 참여가 요구되는 혼인 유형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출산의 어려움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