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檢 고위간부 인사 앞두고 靑, 尹에게 '백운규 기소 말아 달라' 요청"

지난 2월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앞서 청와대가 월성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백운규 전(前)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요청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업무에 대한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조선일보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사퇴)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만나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가 윤 전 총장에게 백 전 장관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신 전 수석이 윤 전 총장에게 ‘백운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내가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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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가 전한 당시 상황은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 사건을 수사했다가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당시 법무연수원 연수위원, 現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일선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복귀시키는 대신 윤 전 총장 징계에 관여한 대검찰청 간부들을 교체하는 인사안을 두고 법무부와 윤 전 총장 간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청와대 측의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백 전 장관에 대한 대전지방검찰청의 구속영장 청구 요청을 재가했고, 대전지검은 지난 2월4일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대전지방법원에 청구했다. 이후 신 수석은 해당 검찰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가 자신과 상의한 사실이 없다며 돌연 민정수석직에서 사퇴했다.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오세용 당시 대전지법 영장 전담 판사(사시42회·연수원32기, 現 사법연수원 교수)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범죄 혐의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므로,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오세용 판사가 밝힌 백 전 장관 영장 기각 사유 내용이 이례적으로 길었던 데에다가 ‘피의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한 오 판사의 주장은 공판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범죄 사실을 영장 심사를 담당하는 판사가 판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법조계로부터 나왔다. 그래서 당시 오 판사에게 청와대가 모종의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일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독립적 수사 기관인 검찰에 대해 청와대가 조직한 것으로 개입했다고밖에 달리 평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논란 확대가 예상된다.

한편,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가 이뤄진 후 3일째 되는 2월7일 법무부는 박범계 신임 장관 취임 이래 처음으로 이뤄진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주말에 그 내용을 전격 발표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에 관여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전보 조치하고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現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에 대해서는 유임 결정을 내리는 한편, 윤석열 총장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서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직을 그대로 유지케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월성 원전) 사건 처리에 대해 음(陰)으로 양(陽)으로 굉장한 압력이 있었다”며 “더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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