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를 내릴까요?”... 나훈아와 이재명의 차이
“바지를 내릴까요?”... 나훈아와 이재명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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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가황(歌皇) 나훈아’는 몇 년이 지나도 사라지기는 커녕, 증폭되기만 하는 자신을 둘러싼 해괴망측한 루머에 몹시 화가 났다. 대중의 관음증과 절묘하게 연결된 루머의 내용인 즉, 나훈아가 한 여배우와 사귀었는데 그 여배우의 정부(情夫)가 일본 야쿠자 보스여서 나훈아의 거시기가 잘렸다는 것이었다.

참다못한 나훈아는 2008년 세종문화회관을 빌려 콘서트가 아니라 이 루머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나훈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가 나 있었고,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두 손으로 엉거주춤 바지를 잡고 “제가 지금 바지를 내려서 보여 드릴까요?”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기자회견으로 사실인 것처럼 확산되던 문제의 루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지를 내려서 보여주겠다”는 메시지의 승리였다.

여권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최대의 개인적 리스크는 과거 자신의 형수에 대한 무자비한 욕설과 더불어 여배우 김부선 씨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미혼남 위장 불륜의혹’이다.

5일 있었던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 TV토론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지사에게 “대통령의 덕목으로 도덕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소위 말하는 스캔들 해명 요구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배우 스캔들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의 명확한 해명을 촉구한 것.

그러자 이 지사는 곧바로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고 응수했다. 이 지사는 여배우가 주장한 자신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해 2018년 10월 아주대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6일 당사자인 김부선 씨는 자신의 SNS에 “재명아, 속옷도 협찬받은 거니?”라고 응수했다. 이 지사측이 자신의 불륜폭로에 대해 거짓말로 몰아붙이고 허언증 환자취급을 하는 것에 대한 반격이다.

형수에 대한 무자비한 욕설과 김부선 씨와의 불륜 의혹은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는 이재명 지사가 극복해야 할 마지막 관문, 가장 까다로운 시험문제이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떤 메시지로 극복할 것인지 수십 번, 수백 번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모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해답이 형수욕설 문제는 눈물흘리기, 즉 ‘읍소작전’ 김부선씨 의혹에 대해서는 13년 전 가황 나훈아의 답을 베낀 것이다.

정치는 메시시다. 백마디는 필요없다. 대중에게 전달되는 강력한 한마디의 말이 당락을 좌우한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것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에서 썼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메시지다.

이처럼 선거에서 메시지의 중요성이 커지자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요 대선주자 캠프마다 메시지 담당자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지사는 물론 이낙연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 캠프 또한 전직 고위 언론, 광고업계 종사자 등을 통해 메시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 이재명 지사가 내놓은 “다시한번 바지를 내릴까요?”라는 메시지에 대해 캠프 내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사전 준비과정에서 격렬한 토론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최선의 작품”이라고 자평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부선 씨가 내놓은 반박의 메시지가 너무나 절묘하다. 김부선씨의 메시지가 이재명 지사의 ‘고심끝 역작’을 압도하는 것은 진실의 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메시지는 대중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이 아니다. 진실과 진정성이 없는 메시지는 연기에 불과할 뿐이다. 소수를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많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황 나훈아가 13년전 기자회견에서 “바지를 내려서 보여드릴까요?”라고 했을 때, 회견장에 모인 그의 열렬 지지자, 중년 여성들은 “예~~”라고 환호해 나훈아를 당황스럽게 했다. 지금 이재명 지사가 그 꼴이 된 상황이다.

김명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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