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게이트' 번질 조짐...文정권 출범후 몸사리던 언론도 달라져
조선일보 "댓글조작범, 김경수 의원에 댓글기사 목록 보냈다" 보도
TV조선, 14·15일 연이어 '댓글조작에 김경수 연루 의혹' 집중 보도
김경수 14일 "나는 무관하다. 악의적 보도에 법적대응하겠다"
TV조선 15일 "압수물 분석 작업 마무리된 만큼 또다른 국면" 반격
김경수, 친노친문 핵심으로 올해 경남지사 출마 예정
16일 2차 회견서는 댓글 집단행동 옹호, TV조선·野 겨냥 "국민 심판"
"드루킹 오사카 총영사직 청탁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 반려" 자백도

더불어민주당 당원 3명의 인터넷 포털 댓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여권(與圈) 배후설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대형 정치권 게이트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권력에 대한 비판에 지나치게 몸을 사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각 언론에서도 관련 의혹과 관련해 십자포화가 쏟아져 중대한 국면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16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 씨(49)가 메신저로 접촉한 여권(與圈) 인사가 친문(親文) 핵심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댓글 조작을 주도한 김씨가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으로 작년 대선 전부터 올해 초까지 김 의원과 100번 이상, 수백 번 접촉했다"며 "주로 (댓글을 조작할) 기사 목록을 보냈다"고 전했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드루킹'이란 필명으로 활동한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지난 1월뿐 아니라) 2016년부터 댓글조작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선일보 계열 종편인 ‘TV조선 뉴스7’은 14일과 15일에 연이어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민주당원 3명 중 김모씨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과 관련해 집중보도하고 있다. 특히 15일에는 ‘뉴스7’에 내보낸 24건의 방송보도 중 15건을 ‘댓글조작’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었다.
 

TV조선은 14일 <댓글공작팀, 김경수 의원과 수백차례 ‘비밀문자’> 보도를 통해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와 비밀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 김경수 의원이라고 보도한 데 이어, 15일에는 <"김경수·드루킹 텔레그램 메시지엔 기사 제목·URL 있었다">, <'판도라 상자' 김경수·드루킹 대화록은 A4 용지 30장 육박>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TV조선은 15일 보도한 <"김경수·드루킹 텔레그램 메시지엔 기사 제목·URL 있었다">에서 “김모씨와 김경수 의원 사이의 관계를 가늠케 하는 텔레그램 메시지 자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대선전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특정기사 제목과 인터넷 주소인 URL을 제시하는 내용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밝혔다”면서 “그 때마다 김씨 측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이어진 사실도 파악됐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고 밝혔다.

이어 “또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는 김씨가 누군가와 협의해 댓글에 대한 '호감 비호감' 조작등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평소 자신의 팟캐스트를 통해 여론조작 행위을 암시하는 내용을 떠벌리기도 했다”, “특히 경찰은 두사람 사이의 대화 메시지에서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제 3자까지 언급하는 내용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판도라 상자' 김경수·드루킹 대화록은 A4 용지 30장 육박>이라는 보도에서는 “김 의원 주장대로 감사 인사만 나눈 사이라고 보기엔 석연찮은, 방대한 분량입니다. 경찰은 또다른 핵심 물증인 컴퓨터의 잠금장치도 풀고 본격적인 내용 분석에 착수했다”면서 “압수한 휴대폰과 컴퓨터 등에 대한 1차 분석 작업이 마무리 된 만큼 의혹 투성이의 민주당원 댓글조작 수사는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이 진행하는 민주당원 댓글조작 수사는 조작 배후와 가담자, 규모, 또다른 여론조작 시도 가능성 등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정치권 게이트’로 번질지도 주목되고 있다. 각 신문은 이날 해당 의혹을 1면 배치하며 비중있게 다루었다.
 

SBS, KBS, 세계일보, 국민일보, 중앙일보 보도내용(그림=캡처)

세계일보는 16일 <민주당 최고위층도 댓글활동 보고받았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네이버 댓글 조작사건으로 구속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의 문자메시지에 민주당 유력인사뿐 아니라 최고위층도 이들의 인터넷 활동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자메시지가 작성된 시점은 지난해 5월 대통령선거 전후로 전해지며, 이들과 민주당 지휘부 간 관련성 여부와 대선 당시 민주당의 인터넷 선거운동 등으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대선 때 댓글 단톡방…김경수 곳곳에 등장"> 보도에서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구속된 주범 김씨가 대선 전 40~50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톡방을 40~50개 개설해 활동한 흔적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파악됐다”며 “이 중 여러 개의 단톡방에 김경수 의원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중에는 ‘후보(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 지칭)에게도 보고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며 “어떤 경위로 그런 메시지들이 오갔는지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댓글 매뉴얼에 “안희정·김상조·이재명 등 기사 체크하라”>라는 기사를 통해서 경공모 내부자료로 통한 ‘댓글 모니터 매뉴얼’에 대해서 공개하기도 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들의 활동이 최근 들어서만 이런 식으로 진행됐는지, 대선 전부터 같은 방식으로 해 오면서 대선 정국에도 개입해 왔는지가 수사의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민일보는 <‘드루킹’, 靑 행정관 자리 요구했다 거절당해>라는 보도에서 역시 사정당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김씨가 김 의원에게 청와대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수석실 행정관 자리에 지인을 추천했던 것으로 안다”며 “김 의원이 이를 거절하자 김 의원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 같다”고 전했다.

SBS는 전날 ‘8시 뉴스’에서 <"댓글 조작 무수히 더 많다…대부분 진보성향 두둔">, <"與 당원 휴대전화 분석…'암호화 문서' 다수 발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SBS는 <"댓글 조작 무수히 더 많다…대부분 진보성향 두둔"> 보도에서 “경찰이 지금까지 알려진 2건 말고 더 많은 댓글 조작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앞선 2건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면 다른 댓글들은 정반대로 진보 지지성향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설명하며 추가 댓글 조작 정황에 대해서 언급했다.

또한 <"與 당원 휴대전화 분석…'암호화 문서' 다수 발견"> 보도에서는 “텔레그램 내역에는 또 암호화된 문서 파일도 다수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며 “김 씨 일당이 인터넷 기사와 댓글을 조작하면서 관련 내용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커, 이 문서 파일을 받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김 씨 일당이 조직적으로 댓글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배후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의원은 앞서 TV조선 14일 보도와 관련해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무관한 일”이라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어조로 전면 부인한 상황이다. 그러나 TV조선이 15일에도 연이어 추가 의혹 보도를 제기함에 따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하더니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했다”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반감을 품고 불법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것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상을 파헤쳐야 할 시점에 사건과 무관한 나에 대해 허위 내용이 흘러나오고 충분히 확인 없이 보도한 것은 악의적인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 김 의원은 “특히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악의적 보도이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16일에도 국회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상 민주당원들의 댓글조작을 '군·경이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합리화하고, 언론의 의혹 보도와 야당의 비판을 "심판 대상"으로 규정하는 듯한 입장을 발표했다. 드루킹과의 댓글조작 공모 여부는 계속해서 부인했다.

그는 "불법적인 온라인 활동이라고 한다면 이번처럼 '매크로'라는 불법적인 기기를 사용했거나 아니면 지난 정부에서처럼 국가 권력기관이 군인과 경찰, 공무원들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하는 걸 불법사건이라고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지금 일반적으로 시민들, 국민들이 온라인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거나 지지활동을 하는, 그리고 정치적 참여활동에 대해서 불법 행위들과 동일시하는 것 같은 그런 보도들이 일부 있다"면서 "저는 이건 정치 참여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시민들과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매크로 없이도 이뤄질 수 있는 민주당원들 혹은 정권 지지자들의 '좌표 찍기' 식 조직적 댓글 작성·추천, 여론조작을 합리화할 소지가 있는 발언이다. 이어 김 의원은 "제가 직접 확인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알기 어려운 그들 중에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라고 그들 중 일부에 일탈 행위에 대해서까지 그 배후에 제가 있거나 연루되어 있는 것처럼 악의적인 정보가 흘러나오고, 또 그것이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가 되고 의혹이 부풀려지고 있는 부분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세에 몰두하고 있는 일부 야당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경고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드루킹과의 연루 의혹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드루킹이 같은 '경공모' 회원에 대한 일본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을 요구했고,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가 "정무적 경험이 있거나 외교 경력이 있어야 해서 어렵다"는 반려 의사를 도로 전했다고 해명했다. 

드루킹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직 청탁도 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자 반(伴)협박조로 태도가 돌변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추가로 김 의원은 대선 이후 드루킹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도 소개한 적 있다고도 했다. 그는 "대선 이후 드루킹이 안 지사 초청 강연을 하고 싶다고 해서 안 지사 측에 '대선 때 도운 모임이 있고 강연을 요청한다' 정도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텔레그램 메시지 기록과 관련해서는 "자신도 답답할 노릇"이라며 "대화방을 그냥 두고는 정상 의정 활동을 하기 어려워 중간중간 삭제했다"며 "황당한 협박이라 어이 없고 이상하다 정도로만 넘겼다"고 했다.

한편 김경수 의원(51)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담당비서관과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으며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의 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친노(親盧) 및 친문(親文) 세력의 핵심인사 중 한 명으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었으나 이번 논란을 고려해 출마 선언을 오는 17일에서 19일께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안이 발생해 하루 이틀 정도 일정을 미루려고 한다"며 "날짜를 확정하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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