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여권의 역사왜곡에 일갈
“세계가 다 인정하는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이 또다시 대통령이 된다? 국민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무지를 넘어선 반역”
“이재명 같은 인물이 대권을 잡게 될 경우 어떤 ‘깨끗한’ 청산을 위한 회오리바람이 불지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대한민국은 지금 친일청산이 아니라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주러대사)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주러대사)

원로 역사학자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주러대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군은 점령군"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는 최근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는 발언을 연거푸 내놓고 있다. 그의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 친일잔재가 완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여전히 남아있다” “미군은 점령군” 등의 발언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비판을 불러일으키며 대선주자 간 이른바 '역사논쟁'을 촉발했다.

원로 역사학자인 이 명예교수는 5일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상식 이하의 발언”라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서 지지 세력을 제법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크게 우려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세계가 다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 또다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것은 국민전체에 대한 모욕이고 무지를 넘어 반역”이라며 “이재명 같은 인물이 대권을 잡게 될 경우 어떤 ‘깨끗한’ 청산을 위한 회오리바람이 불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친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미 하원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권’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한국의 시민적, 정치적 위기 상황에 대해 유려하고 날카로운 문장으로 증언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김원웅 광복회장과 이재명 지사를 비롯해 여권에서 ‘미군은 점령군’ ‘소련은 해방군’라며 현대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는 이유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동기가 무엇인가를 알 수는 없지만 누구의 입에서 나오던 간에 그런 말은 무지와 오만, 그리고 우리 국민의 지적, 도덕적 수준과 참을성을 함께 시험해 보려는 교활함의 극치”라고 했다.

이어 “상식 이하의 짓을 하는 문재인 집권 4년간에 우리는 이미 너무도 많은 소중한 것들을 파괴당했다”며 “이재명 같은 사람이 후계자가 된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은 결국 끝장나고 모두가 현대판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가 자신의 발언에 비판이 일자 “미군의 포고령에도 점령군임이 명시돼 있고, 이승만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했다” “점령군으로 진주했던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철수했다가 6.25 전쟁에 참전한 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지금까지 주둔군으로 주둔하고 있다”며 반박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점령군이라고 불렀던 해방군이라고 불렀던 미군과 소련군은 일본에게는 점령군이고 우리 민족에게는 해방군으로 1945년 8월과 9월에 한반도에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약소민족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민족과 국토가 양분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우리 남한은 한반도에 대해서는 특별한 야심이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갔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독립을 할 수 있었지만 불행히도 세계 공산권의 유일한 지배자였던 스탈린의 포로가 된 북한은 김왕조 세습체제라는 기형의 사이비 공산주의 독재체제로 귀착됐다”고 했다.

또한 “세계가 다 인정하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 또다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것은 국민전체에 대한 모욕이고 무지를 넘어 반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하며 유엔의 지원을 얻어 발족한 대한민국을 친일청산을 하지 못해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이재명 같은 인물이 대권을 잡게 될 경우 어떤 ‘깨끗한’ 청산을 위한 회오리바람이 불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친일청산 못한 것을 한탄할 때가 아니"라며 “대한민국이 국가경쟁력과 국민결속력, 일하려는 의욕과 일할 기회를 함께 계속 잃어가다가는 머지않아 우리는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한다. 대권을 꿈꾸는 모든 후보들에게 대안 마련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다음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답변 전문(全文)

상식 이하의 발언이고 그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서지지 세력을 제법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크게 우려되는 일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동기가 무엇인가를 알 수는 없지만 누구의 입에서 나오던 간에 그런 말은 무지와 오만, 그리고 우리 국민의 지적, 도덕적 수준과 참을성을 함께 시험해 보려는 교활함의 극치라고 봅니다. 상식 이하의 짓을 하는 문재인 집권 4년간에 우리는 이미 너무도 많은 소중한 것들을 파괴당했습니다. 이재명 같은 사람이 후계자가 된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은 결국 끝장나고 모두가 현대판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논쟁이라는 미명 아래 말장난 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지금 없습니다. 스스로를 점령군이라고 불렀던 해방군이라고 불렀던 미군과 소련군은 일본에게는 점령군이고 우리 민족에게는 해방군으로 1945년 8월과 9월에 한반도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들이 추구한 것은 일본제국주의의 제압과 자국의 국익의 극대화였습니다. 다만 차이는 승전국이 되기는 했으나 경제사회적으로 극도로 피폐했던 소련은 소련군뿐 아니라 세계공산당 조직망을 적극 가동하여 전 세계를 공산화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이었고 국토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전성기에 접어 들던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전 세계적 활성화를 통해 세계평화를 지키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려 했다는데 있습니다. 약소민족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민족과 국토가 양분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우리 남한은 한반도에 대해서는 특별한 야심이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갔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독립을 할 수 있었지만 불행히도 북한은 동유럽의 소련군 점령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세계공산권의 유일한 지배자였던 스탈린의 포로가 되었고 소련공산당 손아귀에서 탈출하려 한 시도가 오늘날 우리가 보는 김왕조 세습체제라는 기형의 사이비 공산주의 독재체제로 귀착된 것입니다. 세계가 다 인정하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 또다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것은 국민전체에 대한 모욕이고 무지를 넘어 반역이라고까지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념적으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지지하고 안하고 하는 논쟁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며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역사란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가져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가운데서 발전하는 것이지 벽돌집 부수듯이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닙니다.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하며 유엔의 지원을 얻어 발족한 대한민국을 친일청산을 하지 못해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이재명 같은 인물이 대권을 잡게 될 경우 어떤 “깨끗한” 청산을 위한 회오리바람이 불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은 친일청산 못한 것을 한탄할 때가 아닙니다. 과거의 망령을 불러들여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며 대한민국이 국가경쟁력과 국민결속력, 일하려는 의욕과 일할 기회를 함께 계속 잃어가다가는 머지않아 우리는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합니다. 그에 대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하려는 자세를 우리 국민은 대권을 꿈꾸는 모든 후보들에게서 요청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