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해외출장’과 ‘셀프 후원’ 등으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도덕성‧직무적합성 논란이 지속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청와대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해 각 비서관실에 선물한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가 재조명되고 있다.
 

‘춘풍추상’은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에서 비롯된 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의미이다. 해당 글귀는 고 신영복 교수가 노무현 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올해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맞은 청와대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해 지난 2월 ‘춘풍추상’ 액자를 각 비서관실에 선물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진행된 수석·보좌관 회의를 마치며 “공직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훌륭한 좌우명이 없다고 생각한다. 공직자가 공직에 있는 동안 이런 자세만 지킨다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 감사원 등이 그렇고 청와대도 마찬가지”라며 “남들에게 추상과 같이 하려면 자신에게는 몇 배나 더 추상과 같이 대해야 하며 추상을 넘어서 한겨울 고드름처럼 자신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이 선물한 이 액자가 정치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청와대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문제에 대해 일주일 가까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해임에 이를 사안은 아니다”, “해임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고수해오다가 문 대통령은 13일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국민 눈높이'를 거론했다.

이에 ‘국민 눈높이’와 ‘도덕성의 평균 이하’라는 표현과 스스로에게 가을서리처럼 엄격해야함을 강조한 ‘춘풍추상’의 취지를 비교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금 국면에서 정확히 해당되는 말이라 참 할 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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