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나오고 있다. 최 원장은 다음주에 감사원장 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나오고 있다. 최 원장은 다음주에 감사원장 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재형 감사원장이 다음주 중으로 감사원장 사퇴를 선언하고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때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강한 만류로 대권행을 포기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최 원장은 이번 주말 부친을 만나 설득한 뒤, 다음주 초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로 존재감 키운 최재형의 등판, 정권교체 동력 키울 듯

25일 뉴시스는 최 원장의 최측근 인사와의 통화를 통해, 최 원장의 사퇴 선언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냈다.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일정보다 빠르거나 겹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최 원장의 대권행이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야권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이다. 최 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를 통해, 감사원장으로 자신을 임명한 정권을 정면 겨냥하는 감사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온화함과 인간적인 면모’도 함께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국민의힘측은 최 원장의 등판은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권교체를 위한 동력을 키워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최근 야당 일각에서는 최 원장에 대한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는 기류가 있다. 최 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경쟁 관계에 놓이면서 ‘제로섬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최 원장 지지세력의 상당수가 개헌론자로 알려지면서, 최 원장이 개헌론을 들고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재형 나오면 윤석열 지지율 갈라먹어?

윤 전 총장과의 제로섬 게임에 대한 가능성은 두 차례의 지지율 조사에서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9일 PNR리서치가 미래한국연구소와 머니투데이 의뢰로 전국 성인 1천3명에게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최 원장은 4.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 이은 5위이다.

같은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3.9%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주일 전 같은 조사(39.1%) 대비 5.2%포인트 하락한 수치였다. 당시 ‘윤 전 총장의 하락한 지지율이 최 전 원장에게 갔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는 꽤나 술렁였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선후보군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지면 좋다는 게 일반적이다. 중도 확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연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면서 “그런데 윤 전 총장에게서 빠진 지지율만큼 최재형 원장의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분석돼 논란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김성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이사장과 함께 전시물을 살펴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김성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이사장과 함께 전시물을 살펴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PNR리서치 외에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옴에 따라, 야권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2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2천14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32.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직전 조사인 6월 2주차에 비해 2.8%p 하락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3.6%의 지지율을 획득, 6위를 기록했다. 지난 조사(1.5%) 대비 2.1%p 상승한 수치였다. 이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의 하락분만큼 최 원장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과 원칙을 지켜 꼿꼿하게 수사와 감사를 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이미지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중도층의 지지율이 올라가야 하는데, 내부에서 갈라먹기처럼 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의도의 한 정치평론가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내부 경쟁이 자칫 내부 분쟁으로 가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재형은 자신의 임기 포기하는 내각제 개헌 검토?...사실이면 득표율 한계로 작용

지지율의 갈라먹기보다 더 큰 논란 요소는 최재형 감사원장을 지지하는 세력과 그들이 주도하는 개헌론과 관련이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 “대통령 5년 임기 중 2년만 하고 2024년 총선에서 내각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권력에 대한 집착이 없고 부친으로부터 ‘국가에 충성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며 “자신의 임기를 포기하는 개헌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개헌론자인 김 전 위원장은 “정권 교체가 된다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국회 구성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최 원장의 일부 지인들은 개헌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의 개헌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 원장을 지지하는 모임의 좌장격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개헌론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 원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친박, 영남권 인사로 알려지면서 ‘정권 교체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야당은 개헌을 하려는 2년짜리 대통령을 내세우고, 여당쪽에서는 ‘2년짜리 대통령으로는 분열만 초래된다’고 주장하면, 국민들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게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최 원장이 ‘자신의 임기 중 내각제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내건다면, 득표율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최재형의 대권 도전 명분도 윤석열에 비하면 미약

게다가 최 원장이 대권 도전에 나서는 명분도 다소 약하다는 분석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최 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강명훈 변호사는 최재형 원장이 대권 도전을 고민하는 데에는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강 변호사는 최근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치 참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입장이었지만, 친정부 성향이 강했던 김 총장이 임명되고 나서부터 '뭔가 잘못됐다'면서 진지하게 대선출마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의 사퇴에 비해 너무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의도의 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는 검찰개혁의 과정에서 핍박받고 저항한다는 이미지메이킹이 성공했다. 그에 반해 최재형 감사원장의 측근이 밝힌 ‘김오수 총장 임명’은 너무 약한 명분이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감사원장에서 바로 정치권으로 향하는 최 원장의 행보를 놓고, 기존 감사원의 감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될 경우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개헌론’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아, 향후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야권에서의 입지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