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형사소송법상 '모든 증언 거부' 있을 수 없다"며 반발
재판장 마성영 부장판사, "일일이 '증언 거부 의사' 확인하는 것은 무용한 절차"
"형사소송법 제148조를 따르겠다"고 한 조국 前장관 전략 그대로 채택한 듯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대학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부모가 기소된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 씨. 조 씨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조 전 장관 부부의 제1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조 씨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공판장에 출석한 조 씨는 울먹이는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재판장 마성영)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 조 씨가 법정으로 불려나온 이유는 자신의 부모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구속) 동양대학교 교수의 대학 입시 업무 방해 사건(업무방해 혐의)의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 재판장인 마성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17일 조 전 장관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로 기소된 우종창 전(前) 조선일보 기자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시킨 판사로 유명한 자다.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법원 정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하필이면 조 전 장관 부부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배속됐다.

증인석에 선 조 씨는 증인선서 후 재판부에 모든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거부)에 따르면 형사 피고인의 친족 또는 친족 관계에 있는 자는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씨는 이날 법정에서 “재작년부터 시작된 검찰의 가족 수사를 받으면서 저와 제 가족은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받아왔다”며 “고교와 대학 시절이 다 파헤쳐졌고, 부정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씨는 “저는 당시 다른 학생들처럼 학교와 사회, 가족이 마련해 준 프로그램에 참석해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했을 뿐, 이런 사태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씨는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부모님이 기소된 이 법정에서 딸인 제가 증언하는 게 어떤 경우에도 적절하지 않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사진=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사진=연합뉴스)

이 사건 재판부는 조 씨의 증언 일체 거부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검찰 측은 형사소송법상 증인이 모든 질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했지만 마성영 부장판사는 검찰 측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질문에 대한 답변이 총체적으로 관련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전부 거부할 수 있다”며 “법정에서 일일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답변을 듣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에도 도움이 안 되는 무용한 절차”라고 말했다.

마 판사의 해당 발언은 조 전 장관의 전례(前例)를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300개에 이르는 검찰 측 신문(訊問) 사항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148조를 따르겠다”고만 답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의 장녀 조민 씨가 이날 법정 증언을 일절(一切)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은 조 전 장관의 전략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해 12월23 정경심 교수 사건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입시 비리 등으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조 전 장관과의 공모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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