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개혁성과 보고회에 참석한 뒤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개혁성과 보고회에 참석한 뒤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연합뉴스)

충격적이게도 대한민국의 유일한 국가중앙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을 대표하는 원훈석(院訓石)에 간첩 전력자의 흔적이 지난 4일 새겨졌다.

문제가 된 원훈석의 흔적은 바로 '신영복' 씨의 글씨체다. 지난 1968년, 지하혁명단체인 '통일혁명당'으로 덜미가 잡힌 그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한마디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가 변란 음모 사태'의 1968년 버전(version)인 셈.

그런데, 이같이 반(反)국가활동을 저지른 무기수의 흔적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받아 국정원의 심장부에 욱여넣는 초유의 사태가 지난 4일 벌어졌다. 그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을 두고 이미 원내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흐른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소식통을 통해 들려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제공)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한몫한다. 그는 지난 4일 국정원 원훈석 제막식에 참석해 박 원장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2월9일 북한 인사 앞에서 "신영복을 존경한다"라고 밝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훈석에 간첩 전력자의 흔적이 들어가도록 한 박 원장의 의중이 예상되는 바이다.

결국 박 원장의 이같은 '정치적 이중행보'에 분노한 국정원 전직 요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비단 '간첩 전력자'의 손글씨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가 변란 음모 사태의 주범으로 실형을 살고 있는 이석기 전 의원이 있었던 통진당, 그 후신격 정당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의당이 내놓은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2110236)'을 비롯해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가보안법 7조 폐지안(2104605)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현 집권여당에 의해 파편화되면서 무력화된 것도 모자라 자유민주주의의 최후 방어수단마저 무너뜨리려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음은 24일 전직 요원들이 밝힌 성명 전문.

'국가보안법수호자유연대'가 10일 오전 서울 내곡동의 국가정보원 입구 앞에서 '간첩 신영복의 글씨체가 담긴 원훈석 제막'을 규탄했다. 2021.06.10(사진=조주형 기자)
'국가보안법수호자유연대'가 10일 오전 서울 내곡동의 국가정보원 입구 앞에서 '간첩 신영복의 글씨체가 담긴 원훈석 제막'을 규탄했다. 2021.06.10(사진=조주형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묻는다!]

대한민국이 오늘에 이르는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까지 강건한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해온 우리 전직 국정원 직원 일동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을 국정원으로 초청해 간첩활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손글씨를 본뜬 서체로 국정원 원훈석을 교체하는 행사를 버젓이 가진데 대해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금치 못한다.

이에 우리는 국정원 정문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할 것임을 천명한다.

우리는 이같은 국정원 원훈석 교체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 해 온 박지원 국정원장에 대한 즉각적인 파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정보원 전직 요원이 지난 4일 간첩 전력자의 흔적이 담긴 원훈석 제막식에 분노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일대의 국가정보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2021.06.24(출처=국정원 전직, 편집=조주형 기자)
국가정보원 전직 요원이 지난 4일 간첩 전력자의 흔적이 담긴 원훈석 제막식에 분노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일대의 국가정보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2021.06.24(출처=국정원 전직, 편집=조주형 기자)

1.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정원이 지난 1961년 탄생한 이래 북한의 간첩 침투를 색출하는 것을 비롯한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의 경험과 능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경찰에 이관함으로써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사실상 무력화한데 이어 새 원훈의 서체까지 '신영복글씨체'로 교체한 것은 국정원을 형해화하기 위한 일련의 시나리오 아닌가?

2. 이번 원훈석 교체 작업은 국정원 직원들의 정신적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림으로써 형식적으로 존재만 할뿐 국가안보를 위해 작동할 수 없는 종이호랑이로 만들기 위한 것은 물론 대한민국 안보를 지탱해온 국가보안법을 폐지함으로서 종국에는 대한민국에서 간첩을 비롯한 반(反) 대한민국 세력이 활개치며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지능적인 술수 아닌가?

3. 특히 신영복은 1968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목적으로 북한의 지령에 따라 결성된 통일혁명당 결성 및 활동에 중추적 역할을 한 대표적인 김일성주의자인 것으로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명백히 밝혀진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원훈석을 그의 서체로 바꿔 국정원 본관 앞에 세웠다는 것은 국가 정체성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국정원이 국가기관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북한을 국정원 안마당으로 불러들인 이적행위 아닌가?

4. 박지원 원장은 이번 원훈석 교체가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론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시작으로 한 종국적인 주한미군 철수,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등 대한민국 안보의 명줄을 끊으려는 제도적 장치는 물론 궁극적으로 북한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문 정권 임기 안에 매듭지으려는 일련의 수순이라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분명히 소명하기 바란다.

우리 국정원 전직 직원 일동은 박 원장이 이같은 우리의 문제 제기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을 즉각 내놓기 바란다.

또한 문 대통령이 박 원장에 대한 즉각적인 파면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마지막 한 사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가면서 투쟁 수위를 높여갈 것임을 거듭 천명한다.

2021.06.24.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