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협상을 통해 조건을 달 필요없이 즉각 쌀과 비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24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한 쌀·비료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 사정이 미국과의 대화를 완전히 거절, 차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특히 (북한) 식량난이 심각한데, 미국과의 대화가 전혀 열리지 않으면 유엔세계식량계획(WFP)도 움직일 수 없고,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비축량인 쌀이나 비료를 줄 수가 없다. 중국도 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정은이 무엇보다 대화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한 정 부의장은 "북한 내부사정이 빨리 미국과 만나야만 되는 그런 처지이기 때문에 대화를 강조한 절박한 신호인데 그걸 (미국 측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반응)해서 빈정 상한 것"이라면서 "식량 문제를 가지고 김정은 위원장이 나흘씩이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했다. 확실한 메시지를 내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에 찬물을 끼얹은 것도 "'미국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대화를 할 생각은 없다'는 말은 뒤집으면 '만약 만나게 된다면 처음부터 아주 본격적인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며 원론적 이야기로 미북 대화를 시작할 정도로 북한이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통일부가 대북 지원에 대해 확실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쌀) 준다고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가 거절 당할 걱정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보내야 한다"면서 "굳이 협상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해본 대로 남포항으로, 해주항으로, 원산항으로, 청진항으로 몇월 몇일까지 우리 쪽에서 줄 수 있는 쌀의 양은 이만큼이다, 필요하다면 비료도 줄 수 있다, 받을 장소만 지정하라(는 식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우리가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서둘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 남북한 사이에는 그렇게 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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