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필요한 분야 과감한 발탁에 대한 비판과 저항 두렵다"...김기식 추문이 그런 사안인가'
김기식 파문' 후 처음 입 열어...사실상 경질 시사?
한국당 "사실상 김기식 사임으로 봐…국회의원 전원 잠재적 범죄자 취급 매우 유감"
바른미래당 "관행 비해 평균이면 면죄부라는 망언, 與 찍소리 않고 가만히 있을건가"

 

지난달 31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임명한 뒤 불거진 '피감기관 갑질·로비성 외유' 등 의혹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기식 파문'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전한 입장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이라는 전제를 단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김기식 금감원장, 청와대 참모진과 마찬가지로 '국민 눈높이'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과 같은 '비(非)전문가 출신 임명'에 관한 입장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면서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늘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식 추문'에 대한 지적을 '개혁에 대한 비판과 저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10일 취임 일성으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다"며 "낮은 자세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입장문은 자신이 말한 '국민 눈높이'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 입장 표명에 관해 정태옥 대변인 논평에서 "김기식의 처신이 명백하겍 불법이고 도덕수준이 평균 이하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그동안 너무 오래 끌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오늘 입장표명은 사실상 김기식을 사임토록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늦었지만 국민의 뜻을 수용한 결과"라고 반응했다.

다만 "만약 오늘 발표가 '조사해보니까 국회의원 평균적 수준이더라', 즉 김기식에게 면죄부를 주는 명분 축적용이라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기식 사임과는 별도로 이 사건의 본질은 김기식의 잘못된 처신과 청와대의 검증실패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전원을 사찰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김철근 대변인 논평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 "그 어떤 부적절한 갑질도 과거의 관행에 비추어 봤을 때 평균적이면 면죄부를 주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게 적폐청산인가"라며 '망언'으로 규정했다.

김 대변인은 "적폐가 다른게 아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바로 적폐다. 김기식 하나 살리겠다고 문 대통령은 정권의 도덕성, 국민이 요구했던 개혁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적폐가 밝혀지더라도 다들 과거의 평균적인 관행이었다며 다들 빠져나갈 것이 뻔히 보이지도 않는가"라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묻겠다. 대통령의 이런 막말에도 찍 소리 못하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관련 입장문 전문(全文).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습니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습니다. 늘 고민입니다.

2018년 4월 13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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