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여론조작 시도' 네티즌 3명 구속...민주당원으로 알려져
한국당 "민주당측 의혹 제기·고발하더니 자기 당원 구속…배후 밝혀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원 3명이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에 다량으로 ‘공감 클릭’을 하며 여론조작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보수진영에서 댓글 등을 조작할 때 사용한다는 프로그램을 구했는데 테스트 차원에서 했다", "이왕이면 보수진영에서 벌인 일로 보이게 하려 했다"라고 진술하여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 중이다. 또 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비방할 의도는 없었으며, 특정 배후세력의 조직적인 지시를 받거나 후원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배후 세력 여부를 추가 조사하고 있다. 이들의 행위가 조직적인 차원에서 벌어진 것인지, 또한 공범이나 행동 배후에 여권ㆍ야권 인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참고인 조사 등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를 이용해서 공감 클릭을 한 건 맞고, 매크로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며 "민주당원이라고 하는데 정부 비방댓글에 공감을 클릭한 게 납득이 안 된다. 계좌 추적과 압수물 분석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월 네이버 포털 등에서 댓글의 추천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사이트 운영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김씨 등 3명을 최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 등의 구속 기간은 오는 18일 만료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올해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4시간여 동안 특정 자동화 프로그램을 활용, 문재인 정부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성 댓글에 반복적으로 '공감'을 클릭하는 수법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관련 진보 성향 포털 카페 운영진으로 활동해온 이들은 경기도 파주의 한 사무실에 모여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정부의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 관련 내용이 담긴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 등 2개의 댓글에 614개의 포털 ID를 활용해 '공감' 클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2개의 댓글에 공감 클릭이 4만여개씩 이뤄졌는데 각 댓글에 614개의 공감 클릭이 된 것"이라며 "ID는 카페 회원들에게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이 부분도 검증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은 3명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주기적으로 당비를 납부해온 '권리당원'으로 확인했다. 피의자 중 김씨는 "2016년부터 매달 1천원씩 당비를 납부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IP 추적 등을 통해 수사 범위를 좁히며 지난달 22일 해당 사무실을 덮쳤고, 당시 그들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화장실 변기에 넣어버리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 기한을 고려해 이들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하고, 배후나 공범 여부와 비슷한 범행이 더 있는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네이버 로고

이번 수사는 올해 초 불거진 네이버 댓글 조작 논란으로 시작됐다.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 등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넷여론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댓글 조작설을 부각시키며 ‘매크로 감시단’이라는 주장이 실시간 댓글 상위권에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이에 호응하듯 여권에서도 ‘댓글’에 대해 강경 조치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이슈화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악성 댓글에 대한 관리 강화와 분명한 조치’를 촉구했으며, 지난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은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디지털소통위원회 명의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를 사용한 의심 정황을 수집해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며 “위법사항 발견 시 엄중한 처벌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월 1일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이 매크로를 통해 양산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매크로 프로그래머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실제 댓글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도 알렸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댓글시스템 신뢰도 상실에 부담을 느낀 듯 경찰에 이 사건을 고소했으며,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월 7일부터 수사를 해왔다.

한편 '댓글조작 민주당 당원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에서 민주당을 즉각 겨냥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촛불을 앞세우며 세상 온갖 깨끗한 척 했던 민주당이라서 그런지 국민들께서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 1월 민주당 측(당 디지털소통위원회 가짜뉴스대책단)에서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 자기 당원을 구속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악성 댓글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했지만 결국 그들 논리에 따르면 범죄자 집단은 민주당인 셈"이라며 "그냥 무대응 할 것인가, 또는 내로남불식 감싸기를 할 것인가. 아니면 제명하고 본인들과는 상관없는 개인적 일탈이었다며 꼬리자르기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하얀 장미를 손에 들고 미투 운동 지지하던 진보진영이 성추문 파문의 중심에 서고, 적폐청산 운운하며 깨끗함과 공정함을 외치던 민주당과 집권세력은 '외유갑질' 김기식(금융감독원장)을 감싸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본인들이 댓글을 조작하고 고발하면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들을 기만할 생각 말고 이번 댓글 조작의 배후가 누군지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밝히라"고 정부여당에 촉구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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