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정치권이 이준석표 나비효과에 휩쓸리고 있다. 헌정 사상 첫 원내교섭단체 30대 당수로 등극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몰고 온 태풍이다.

국민의힘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그 크기와 강도는 메가톤급이 될 전망이다.

30대 당 대표를 선택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히려 균형잡힌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기선을 제압당한 탓인지 당황해하는 분위기이다. 기존의 권력체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대교체라는 어젠다를 국민의힘이 선점했다는 위기의식도 크다.

① 유일한 97세대 박용진 여권내 3위후보 부상...머쓱해진 정세균과 추미애

이준석 돌풍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은 박용진 의원(50)이다. 세대교체를 기치로 일찍이 대선 도전을 선언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재선인 박 의원은 1971년생으로 여권 대선주자 ‘빅3’인 이재명 경기지사(57),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69), 정세균 전 국무총리(71)보다 한참 젊다. 여권 대선주자 중 유일한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이다.

여론조사기관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의 의뢰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박 의원은 6.9%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재명 지사(31.7%)와 이낙연 전 대표(13.1%)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5.9%)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4.9%)을 누른 것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이 3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5.3%를 얻으며 처음으로 3위에 오른 것이다. ‘마의 5%’를 처음 넘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컸다.

하지만 박 의원의 상승세가 장기화되기까지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이 지사, 이 전 대표와 함께 ‘빅3 구도’를 굳히기가 난망하다는 지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 안팎에선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선 박용진 의원이 선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반면 친문 정치인이 아닌 박 의원이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는 않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 지사의 ‘1강 구도’가 뚜렷해, 판 전체를 흔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박 의원의 지지율 한계치가 세대교체론의 위력을 가늠해줄 바로미터라는 해석이다.

② 송영길부터 임종석까지, 86그룹 권력자들 다시 퇴진론에 직면

36세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과 함께 정치권 세대교체 바람이 더불어민주당의 ‘86그룹 퇴진론’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86그룹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으로 전두환 군부정권에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학생운동가 출신 정치인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민주당 내 지도부의 대부분이 이 그룹에 속한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와 우상호 의원,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 밖에 조정식, 윤호중, 김태년, 박완주, 송갑석, 최종윤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도 86그룹 내지는 범 86그룹으로 분류된다.

86그룹은 2019년 조국 전 장관 사태 당시 퇴진 압박을 받았다. 민주당에는 86그룹보다 연배가 높은 1950년대생 정치인도 적지 않지만, 젊은 나이에 정치를 시작해 오랫동안 권력을 주무른 86그룹이 주 타깃이 됐다. 의회 권력을 장기간 장악하며 젊은 세대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송영길 대표의 당선으로 86그룹이 다시 부상하는 듯했으나, 이준석 대표의 선출로 다시 세대교체 압박에 직면했다.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86그룹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공유한 운동권 정서가 시대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더 극적인 대비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장 86그룹이 퇴진한다 해도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970~80년대생 민주당 의원의 대다수는 86그룹의 눈치를 보며 같은 목소리를 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③ 86그룹의 ‘앵무새’였던 여당 초선들도 꿈틀?

86그룹 눈치만 보던 여당 초선의원들도 꿈틀대고 있다. 이동학(39) 청년최고위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이제 민주당의 몫이다. 더 많은 변화, 더 많은 혁신을 민주당에서 이뤄내겠다”고 썼다. 장경태(38)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구태정치에서 세대교체 열망을 함께 실현해 가길 희망한다”며 “대통령 출마 자격 40세 이상 제한 폐지부터 피선거권 18세 하향, 정당 가입 연령 하향 등 청소년 참정권 확대에도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최고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최고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이준석 돌풍’에 맞설 카드로, ‘청년 대선기획단장론’이 급부상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대선기획단장은 당의 경선 관리 및 대선 전략을 이끄는 요직이다. 단장 후보로는 이동학(39) 청년 최고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 최고위원이 제안을 받았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초 4선 우상호 의원의 임명이 유력했던 대선기획단장에 청년 임명설이 나오는 건 ‘이준석 효과’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취임한 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파격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오히려 혁신 경쟁에 뒤처질 것”(수도권 초선), “파격적으로 단장 인선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반대할 인사들이 별로 없을 것”(친문 초선)이란 인식이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친문이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이준석 돌풍’이 일어나기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4·7 재·보선 직후 민주당 2030 초선 의원인 오영환·이소영·전용기·장경태·장철민 의원 등은 조국 사태 등을 거론했지만, ‘초선 5적’으로 몰리면서 진압당했다.

다만 좀 달라진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에선 “우리도 청년 정치인이 대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청래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김남국(39) 의원도 당 대표에 출마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유튜브 ‘정치왓수다’에 출연해 “만약 저한테 (당 대표) 역할을 하라는 민의가 모아진다면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김용태(31)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청년 정치인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조국 사태와 박원순·오거돈·안희정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 선배 정치인 행태를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바라는 청년 정치는 586 정치인들의 앵무새처럼 그들을 대변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변해 정의로운 소신을 밝히는 모습”이라며 “거수기 역할만 하는 건 정치를 꿈꾸는 수많은 청년 정치인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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