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의뢰에는 직무회피를 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2년 이내 재직했던 법인·단체가 아닌 만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된 관련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 위원장의 입장이다.

하지만 전 위원장은 앞서 정의당 등 비교섭 5당의 전수조사 의뢰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고 직무회피를 한 바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 조사에만 빠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중 잣대’ 논란이 예상된다.

전 위원장이 소속됐던 더불어민주당과 노선이 유사한 야당인 정의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에 대해서는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결국 좌파 정의당은 여당이고, 우파 국민의힘만 야당이라고 우기는 모습이다.

여당 출신 전현희의 궤변, “우리편 조사는 공정하게 못하지만 상대편 조사는 공정할 것”

그러나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대한 조사에 참여할 경우, 더 심각한 공정성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가 민주당이나 정의당 조사에 빠진 것은 ‘봐주기 논란’을 사전차단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조사에 대해 직무회피를 해야 하는 것은 ‘부풀리기 논란’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조사에 직무회피를 할 필요가 없다고 공언한 것은 “우리편 조사는 공정하게 할 자신이 없지만, 상대편 조사는 공정하게 하겠다”고 우기는 것과 다름이 없는 ‘궤변’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소속 의원 174명의 투기 여부 확인을 위해 권익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권익위 수장이 민주당 출신인 전 위원장이어서 공정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조사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에 전 위원장은 '민주당과 사적 이해관계에 있다'며 직무회피 신고를 한 후 민주당 관련 조사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전현희, “야당은 법령에 규정된 위원장의 의무적 회피조치 대상 아냐” 공언

전 위원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야당은 법령에 규정된 위원장의 의무적 이해관계신고 및 회피조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줌의 거래 위법도 좌시하지 않고 철저하고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기관장의 전직을 이유로 조사도 하기 전에 불공정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오해와 불신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전현희 위원장은 "야당은 회피조치 대상이 아니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고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전현희 페이스북 캡처]
전현희 위원장은 "야당은 회피조치 대상이 아니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고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전현희 페이스북 캡처]

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와 내년 5월 시행되는 이해충돌방지법은 공무원이 자신이 2년 이내 재직했던 법인·단체가 직무관련자인 경우,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직무를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은 앞서 민주당의 부동산 거래 조사에서는 이같은 법령을 준수해 민주당과의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직무회피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경우 재직했던 법인·단체가 아닌 만큼, 관련 법령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야당은 직무회피 대상 아니라는 전현희, 그렇다면 좌파 야당인 정의당 조사에는 왜 불참?

전 위원장은 이날 언론을 통해서도 “법률상 저는 직무회피 대상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제가 기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원칙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여당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야당 조사도 있는 그대로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로 원칙적으로 조사에 임할 것”이라며 “공정성, 안심하고 믿고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만약에 자신이 여당 출신이기 때문에 야당의 부동산 투기의혹 조사에 직무회피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전 위원장의 논리를 수용한다고 해도 편파성은 심각하다. 전 위원장은 정의당을 포함한 비교섭 5당에 재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 성향의 정의당에 대해서는 직무회피 대상이라고 해놓고 우파 정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직접 들여다 보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전 위원장이 직무회피 하지 않는다면 권익위가 거짓말 한 셈“

전 위원장의 이런 태도에 대해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전주혜 의원은 "국민의힘이 권익위를 방문했을 당시 김태웅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은 ‘이번 조사에도 전 위원장이 당연히 회피하실 것’이라고 했다"면서 "전 위원장이 직무 회피를 하지 않는다면 권익위가 거짓말을 한 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와 전주혜 의원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국민권익위원회를 방문, 부동산 투기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수조사 의뢰서를 전달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와 전주혜 의원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국민권익위원회를 방문, 부동산 투기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수조사 의뢰서를 전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전 의원은 이어 “비교섭단체 5당의 전수조사 의뢰에는 (전 위원장이) 당일인 지난 9일 즉각 직무 회피를 신청했다”며 “이 기준이 당연히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국민의힘에서는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의뢰를 요청했다. 하지만 법적 문제로 감사원 의뢰가 어려워지자, 지난 11일 소속 의원 102명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의뢰한 바 있다. 권익위는 오는 21일 예정된 전원위원회에서 해당 건을 의결한 뒤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조사 관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위원장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혹여 야당 국회의원의 없던 부동산 위법행위도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우려의 의미라면, 그것은 위법행위이고 권익위의 조사시스템상 발생 불가능한 기우”라고 강조하고 있다.

진화 나선 송영길 대표, “전 위원장의 직무회피 관련 입장은 아직 발표 안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전 위원장은 ‘기우’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아예 가능성을 배제하는 차원에서 조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4일 나섰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현희 위원장은 (아직) 직무 회피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면서 “법률적으로 원칙적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희들은 권익위가 이 문제를 공정하게, 여야 차별 없이 조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송 대표의 발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 발언이 전현희 위원장이 직무를 회피하라는 뜻이냐’는 질문에 “법적으로 회피 대상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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