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업무 오래 담당한 현직 경찰관 "사실이라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지난해 7월 한 주민이 부산 日영사관 앞 '소녀상'에 자전거 묶은 사건 영상 공무원이 무단 반출
영상 반출 공무원 피의자 김 씨, "당시 영상 제공 결정은 과장과 계장 지시 받고 한 것"

지난해 7월 부산광역시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에 한 시민이 자전거를 묶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서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구청 직원에 의해 종합편성채널 JTBC로 무단 반출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를 수사한 경찰은 최근 부산 동구청 시민소통과 소속 공무원 김 모 씨를 입건해 검찰로 송치(기소의견)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진행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펜앤드마이크의 취재를 종합하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부산 동구청 시민소통과 소속 공무원 김 씨에 대해 이 사건을 수사한 부산 동부경찰서는 김 씨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가 입증된다고 보고 지난달 31일 김 씨 건을 부산지방검찰청으로 송치했다.

부산 동구청 안전도시과 소속 공무원이 무단 반출한 영상을 사용한 JTBC의 2021년 7월16일자 기사 〈이번엔 자전거, 수난의 소녀상…‘노 훼손 노 처벌’ 악용?〉의 내용.(캡처=JTBC)
부산 동구청 안전도시과 소속 공무원이 무단 반출한 영상을 사용한 JTBC의 2021년 7월16일자 기사 〈이번엔 자전거, 수난의 소녀상…‘노 훼손 노 처벌’ 악용?〉의 내용.(캡처=JTBC)

펜앤드마이크가 이 사건 피의자인 김 씨와 직접 접촉해 김 씨의 말을 들어봤는데, 김 씨에게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었다.

부산 동구 주민인 장 모 씨(CCTV 영상 유출 사건의 피해자·고소인)가 부산 동구 소재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동상에 자전거를 묶어 놓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7월8일. 해당 사건의 내용은 당시 동상 부근에 있던 좌파 성향 단체가 언론에 알렸고, 연합뉴스를 포함한 국내 여러 언론들이 장 씨 사건을 보도했다.

장 씨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호소해 온 이용수 씨가 여당·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의원 윤미향 전(前)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비위 등을 폭로하고 나선 지 얼마 안 된 때였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동상 역시 덩달아 공격 대상이 되고 있었다. 정황상 JTBC는 ‘일본군 위안부’ 동상에 가해진 여러 ‘테러 행위’에 초첨을 두고 유관 사건들을 묶어 보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JTBC는 부산 동구청 측에 팩스를 통해 공문을 보내면서 장 씨 사건이 담긴 영상 제공을 요청했다. 해당 공문을 접수한 부산 동구청은 관련 부서에 공문을 보내 JTBC에 CCTV 영상을 제공해 줄지 말지를 검토케 했다.

이번에 검찰로 송치된 공무원 김 씨는 장 씨 사건 발생 시점 자신의 상사였던 부산 동구청 시민소통과 과장 김현우 현(現) 부산 동구청 기획감사실장과 홍보 총괄 업무 담당인 김경신 시민소통과 홍보계장과 업무 협의를 했고, 김 씨는 이 두 사람으로부터 “JTBC 측에 영상을 제공하라”는 취지의 업무 지시를 받은 후 장 씨 사건이 담긴 영상을 JTBC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김현우 당시 시민소통과 과장과 김경신 계장 역시 김 씨가 고소당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사건의 공모자가 되는 것이다.

김 씨는 이같은 사실을 경찰 임의 조사 때 있는 사실 그대로를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부산 동부경찰서는 피의자 공무원 김 씨와 공모 관계에 있는 김현우 과장과 김경신 계장 두 사람을 참고인으로조차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실수사 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

수사 업무를 오래 담당한 어느 경찰관은 이같은 내용을 듣고는 “경찰이 그 두 사람을 참고인으로조차 부르지 않은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경찰은 그들을 최소 참고인으로 소환했어야 함이 마땅하다”며 “그같은 사실이 참이라면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에게는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이 사건 피해자인 장 씨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수사기관이 해야 할 몫인데, 그 일을 내가 하고 있으니 참 황당하다”고 말했다.

펜앤드마이크는 경찰이 김 실장과 김 계장을 소환하지 않은 까닭을 알아내기 위해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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