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에 선출된 이준석 대표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준석 후보는 당원과 여론조사를 합산, 총 43.8%를 득표하며 2위인 나경원 후보(37.1%)를 누르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원 70%의 의사를 반영하는 당원투표에서는 나 후보에게 뒤졌으나, 30%를 차지하는 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최종 승자가 됐다.

이 대표는 한국정치사상 초유의 30대 당대표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는 게 공통된 평가이다. 이 대표는 한국정치 전체의 세대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투영된 화신(化身)과 같은 존재이다.

이준석의 정치혁명에 대한 열망, 야당의 무기력에 대한 좌절과 86운동권에 대한 환멸이 만들어내

80대 노회한 정치인 김종인의 힘을 수시로 빌려야 할 정도로 혁신동력을 상실한 국민의힘에 대한 좌절감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기득권에 탐닉하는 더불어민주당의 86운동권 권력에 대한 환멸까지 털어내고 싶은 한국인의 갈망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이제부터 정치가로서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동안 각종 방송 등에서 보여온 번뜩이는 기지나 얄팍한 대중주의적 성향을 넘어서는 통찰력과 영감이 넘치는 정치를 통해, 세대교체 열망에 화답해야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치혁명을 요구받고 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시대적 과제에 호응하지 못할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상당한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86운동권 권력들이 세대교체 필요성을 부정하면서 기득권을 지켜낼 명분을 갖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36살인 이 대표가 ‘정치혁명’을 실현하기 위해 당장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는 크게 4가지 정도가 꼽힌다. 

① 이준석, “나의 거친 생각과 그걸 바라보는 당원의 불안한 눈빛”

이 대표는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는 나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가 58.8%이고, 나 후보는 28.3%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당원 득표율에서는 오히려 나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지를 받았다. 이 대표가 37.4%, 나 후보는 40.9%의 지지를 받았다. 3.5%의 차이로, 당심은 나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따라서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기대감 못지않게 리더십에 대한 당원들의 우려와 고민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틈이 벌어진 각 후보와의 화합 문제가 첫 번째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당대표의 변화에 대한 거친 생각과 그걸 바라보는 전통 당원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국민”을 언급했다. MZ세대인 이 대표답게 가수 임재범의 노래를 인용, 국민들과 당원의 우려를 솔직하게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1차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나경원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1차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나경원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히 나경원 후보와는 막말을 주고받으며 서로 감정적으로 많은 생채기를 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중에는 “이 대표와 나 후보가 제대로 화해하지 못하면 내년 정권교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대표가 어떻게 당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며 “나 후보와 주 후보의 경륜은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의 경륜과 지혜를 당내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서, 자문을 듣는 등의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 겸손한 자세를 주문했다. “당심에서 나 후보에게 졌다는 점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선 과정에서 막말을 하고 대드는 것처럼 비친 부분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② 버스가 정시에 떠나면 윤석열은 누가 영입하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반 국민과 국민의힘 당원은 이 대표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로 ‘세대교체’보다 ‘정권교체’를 훨씬 많이 꼽았다. 세대교체를 통한 정권교체가 민심의 현주소인 셈이다. 기존 중진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 임무를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에 이 대표와 국민의힘 명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버스는 정시에 떠난다. 일방적으로 한 후보를 위해 기다려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된 뒤 잇달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도 "윤 전 총장이 만약 오는 8월까지 입당을 결심하지 못하면 국민들 입장에서도 답답해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했을 때 대세론이 힘을 더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들은 이 대표의 이런 자세에 대해 비판을 하는 입장이다. 대부분 의 관계자들은 “어떤 사람이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 상관없이 경선 열차는 떠난다는 식의 고압적인 자세로는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기 어렵다”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대표가 지난 11일 저녁 JTBC에 출연해서 밝힌 내용이 이목을 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소통하고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대표직을 하면서 특정 대선주자와 소통을 하는 모습이라든지 아니면 그런 메시지라는 것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특정 주자와의 소통이 부각되게 되면 대선의 공정 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자칫 잘못하면 ‘공정’이라는 잣대에 ‘우월성’이 가려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 후보가 지속적으로 ‘이 대표의 윤석열 배제론’을 비판한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정권교체’라는 사명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국민의힘 내부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③ 안철수와의 합당은 ‘총대’ 메고, 김종인 모시기는 ‘철회’하나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노출된 후보 간 갈등 봉합과 화합 외에도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야권 대통합의 중요한 한 축으로 꼽힌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3월, 안 대표의 '합당 결심 선언'으로 시작된 양당의 통합 문제는 그간 시기와 방식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신임 당대표에게로 공이 넘어간 상태이다.

하지만 이 대표와 안 대표 간 앙금이 통합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게다가 양당 간 합당 논의가 길어질 경우, 합당 등으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의 자택과는 1km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형식이나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안 대표랑 소통할 수 있다”며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앞두고 안 대표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모셔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승장이고, 중요한 선거가 치러질 때 김 전 위원장의 도움을 바라는 후보들도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JTBC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그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그 후보에게 (김 위원장을 모셔오도록)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보였던 단호함에서는 한발 물러나 ‘대통령 후보에게 요청을 하는’ 수준으로 수위는 조정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의 거취는 이 대표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가 결정하는 것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④ 송영길과 차별화할까... 권익위 조사 결과가 분수령

‘국민의힘 의원들의 부동산 전수 조사’ 결과도 이 대표가 당장 처리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11일 국민권익위에 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전수 조사를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소속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권익위가 진행한 부동산 전수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고 통보받은 12명의 의원들에게 즉각적인 탈당이나 출당을 결정했다. 일부 의원들이 출당과 탈당을 거부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은 계속되고 있다.

권익위가 내놓을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의혹 의원들에 대해 이 대표가 어떤 조치를 내릴지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송영길 대표가 당내 친문세력들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할 정도로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권익위 조사 결과와 관련해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처분에 있어서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정함에 있어서는 민주당에 뒤지지 않게, 하지만 결코 또 개인에 대해 가지고는 과도한 징계를 하지 않게 이러한 기준을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다.

권익위의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세대교체의 화신인 이 대표가 86운동권 권력의 대표주자인 송 대표와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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