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적법여부 논쟁으로 '물타기'하며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 의뢰
정의당 12일 당론화…政局 최대 현안에도 文대통령은 침묵 일관
한국당 '김기식·靑 인사체계' 국조 요구서 제출로 공방 격화
6.13 지방선거 앞두고 파문 커져 계속 감싸기는 어려울 듯

문재인 정권의 '참여연대 인맥의 핵심'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19대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 갑질 '외유·더미래연구소 고액강연' '의원 임기말 정치 후원금 탕진' 논란으로 정국(政局)이 일주일 가까이 술렁이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임명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물론 친여(親與) 강성 좌파 정당인 정의당까지도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극히 이례적으로 4개 야당이 이 사안에 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김 원장을 감싸면서 버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김 원장 거취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임명 철회 거부라는)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제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연일 김 원장의 사퇴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가 김 원장을 검찰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데 이어 좌파성향이 가장 뚜렷한 정의당조차 추혜선 수석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김 원장 사퇴 압박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분위기에도 입장 변화가 없느냐'는 기자단의 추가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정치권 압박은 한층 고조됐다. 

정의당이 12일 상무위원회에서 '김 원장 자진사퇴 촉구'를 당론을 채택하면서 야4당 모두 '김기식 사퇴'를 당론화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에 정의당이 반대하면 모두 낙마한다는 '정의당의 데스노트(이름이 적히면 죽는 노트)'라는 말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식 추문'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청와대가 계속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과반이 '김 원장 사퇴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리얼미터 여론조사가 현 정권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비판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민심은 여권(與圈)에 더 차가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원장은 정무위원 시절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피감기관을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 돈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자체로 명백한 로비"라는 식으로 몰아세운 사례가 적지 않은 인사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지난 5일부터 정무위원 중 홀로, 여성 인턴을 대동해 피감기관 예산 수천만원으로 공무 성격이 불투명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원장과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면서도 "적법한 공적 목적의 출장이었다"는 변명만 반복하고 있다. 당초 '적법'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 아니었지만, 이런 입장을 강변하면서 야권의 김 원장 검찰 고발에까지 직면했다.

이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자신을 비롯한 당 의원 116명의 명의로 김 원장 관련 의혹과 청와대 인사체계 검증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반면 청와대는 12일 김 원장 행위의 '적법 여부를 가리자'는 취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에게 퇴직금을 준 것이 적법한지,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이 적법한지, 보좌직원·인턴과 함께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이 적법한지 등이 주된 의뢰 내용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공직자의 자격을 따질 때 법률의 잣대로만 들이댈 수는 없다. 도덕적 기준도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김 원장이 티끌 하나 묻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해외 출장이 다른 국회의원과 비교해볼 때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천개 중 16개" 국회 피감기관 관련 해외 출장을 살펴본 결과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 간 경우가 167차례였으며,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65차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94차례였다고 주장했다.

이례적인 '상임위 내 나홀로 출장'이라는 비판에 관해서는 의원 1인 개별 출장이 국가보훈처 4번, 한국가스공사 2번, 동북아역사재단 2번, 한국공항공사 2번 등 있었다고 했다. 언급된 것만 종합하면 피감기관 16곳이 비용을 댄 의원 출장 167차례 중 11회 만이 1인 출장인 것.

야권이 도를 넘은 '내로남불'을 지적하면 청와대는 '적법하다'는 식의 주장으로 맞받는 양상의 연속이다. 한편으로는 여태껏 논란이 일면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실 등 참모진만 보일 뿐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김 원장을 임명 제청한 지 반나절 여만에 '전광석화'로 재가한 장본인이다. 논란 일주일여 동안 '문 대통령이 김 원장 논란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있느냐'는 기자단 질문이 종종 나왔지만, 참모진들은 "없었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논란이 전면 확산되던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관련 발언도 하지 않았다. 10일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했고, 1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12일은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 등 '유유자적'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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