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통신비 원가 공개하라” 7년만에 확정판결
대법원 “통신비 원가 공개하라” 7년만에 확정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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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4.12 13:18:43
  • 최종수정 2018.04.13 13:27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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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통신산업 발전 저해할 것...전형적 포퓰리즘 판결”

대법원이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요금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고 항변해오던 원가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좌파 성향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으나 거부당해 법적 소송을 시작한지 7년 만이다.

●법원 “공익적 가치보다 통신비 공개의 공익적 요청이 더 크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2일 참여연대가 이전 정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상대로 낸 이동통신비 원가자료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를 기각해, 이통비 원가자료를 공개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2011년 5월 ‘국민의 생활 필수재인 이동통신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방통위에 요금신고와 요금인가 관련 자료 공개를 청구했다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통신 요금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정해 정부와 소비자가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해당 자료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며 공개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통신요금은 기업 자율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2012년 9월 열림 1심 판결에서 “총괄원가액수를 공개했다는 것만으로는 비공개 사유가 되지 않아 방통위의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며 “이통사가 약관 및 요금 인가 신고를 위해 제출한 서류와 심사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014년 내려진 2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설사 영업비밀이라고 해도 비밀로서 가치는 크지 않은 반면 이통사의 독과점적 지배구조와 과다한 영업이익,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 의한 소모적 경쟁으로 발생한 통신요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방통위 감독권 행사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공익적 요청이 더 크다”며 “이런 정보들이 공개된다고 이통사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봤다.

이통3사는 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에 3년 동안 계류됐다 이번에 최종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동통신 서비스는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할 필요 내지 공익이 인정된다"며  "이를 위해 국가의 감독 및 규제 권한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통3사는 지난 2005~2011년 5월까지 제공된 2·3세대(2·3G) 통신 서비스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이는 2011년 7월부터 보급된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와는 무관하다.

원래 피고였던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련 업무를 이어받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담당 업무 관계자는 "판결문이 송달되는대로 절차에 따라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전문가들 “통신업계 투자 유인 약화시키는 포퓰리즘 판결, 통신 산업 발전 저해할 것”

그러나 이번 판결로 통신비 원가에 대한 근거가 일반에 공개되는 만큼 업계에 통신비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신3사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판결을 받아드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공개적 반발은 자제하면서도 "일단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민간 개별 기업의 정보를 보호받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법원의 원가 공개 결정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며 통신 사업의 투자 유인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투자로 1G에서 5G까지 진화한 산업 발전의 결과물을 필수재, 공공재라고 판단해 원가를 공개한다는 것은 잘못된 사고방식“이라며 "원가 공개를 통해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추후 통신 산업 발전을 극도로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논리라면 설탕이나 소금을 비롯한 기초적 식료품부터 원자재, 냉장고 등 우리가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품의 원가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이번 법원의 판결로 통신 산업의 동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번 원가 공개 결정이 통신비 인하 논의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통신비가 필수불가결한 공공재라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나오는 말"이라면서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통신비 원가 공개 결정의 주요한 배경이었던 ‘국내 통신 시장을 KT, SK, LG 등 3사가 독점해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라는 주장에 대해선 "네트워크 구축과 설비에 비용이 많이 들어 많은 업체가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0개 국가에서 통신 1위 업체들이 모두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가계 소비 지출에서 통신비 비중은 계속해서 줄고 있고, 지난 5년 사이 데이터 요금 단가는 82% 인하됐다"며 "서비스 품질과 월 사용량을 고려하면 한국의 통신비는 비싼 수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정부가 기업 활동의 영역을 침해한 것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가격 구조는 정부가 개입할 때보다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 질 때 가장 효과적으로 형성된다"며 "이번 원가 공개 결정은 통신의 질과 관련해 기업의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고자 하는 투자 동기를 상실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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