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市政 자평한 출마선언문 보니…도시·국가경쟁력등 '아전인수'식 치적
與 박원순 우상호 박영선 모두 '인연' 맺은 김기식 금감원장 옹호 나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출마 선언에 앞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출마 선언에 앞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장 3선 도전을 시사해 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화했다. 예비후보 자격으로 민주당 소속 우상호·박영선 의원과 경선 3파전에 본격 뛰어들게 됐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에 앞서, 오전 8시쯤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탑에 헌화·분향했다.

방명록에는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고 적었으며, 전직 대통령 묘역 중에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찾아 참배했다. 같은날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대통령까지 참배한 것과 대조된다.

박 시장은 출마 선언에서는 "내 삶을 바꾸는, 서울의 10년 혁명. 문재인 정부와 함께 완성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연임을 "혁명"에 비유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지난 6년 시정을 "숨가쁜 혁신의 나날들이었다. 시민의 삶이 바뀌는 변화의 여정이었다. 도시의 주인이 바뀌는 시간이었다"며 "사람에 투자한 도시의 경쟁력은 더 커졌다"고 자평했다.

특히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동안 국가경쟁력이 26위로 떨어지는 동안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6위로 올라섰다"며 "이 모든 것은 시민과 함께 이룩한 성과"라고 했다.

'도시경쟁력 6위'로 인용된 통계는 일본 모리기념재단의 민간 싱크탱크 '도시전략연구소'가 발표한 '2017년판 세계의 도시 종합경쟁력 순위' 발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44개 도시를 대상으로 평가가 이뤄지는데, 지난해 기준 서울은 박 시장의 시정 첫해인 2012년부터 '6년째 6위'를 유지했다. 

서울은 첫 평가를 받은 2008년 13위에서 2009년 12위, 2010년 8위, 2011년 7위로 순위가 향상돼 왔지만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박 시장이 당선된 이듬해인 2012년 한 계단만 더 오른 채 정체 중이다. 도시경쟁력은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중(2006년 7월~2011년 8월) 급상승한 셈이다.

지난 6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컨설팅회사 AT커니가 발간한 '2017 글로벌 도시 보고서'에서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2015년 10위, 2016년 32위에 이어 당해 38위로 크게 떨어졌다. 박 시장 재임 중 서울의 비약적 상승은 없었던 셈이다.

'국가경쟁력 26위'는 세계경제포럼(WEF, 소위 다보스포럼)이 매년 137개국을 대상으로 집계 후 발표하는 통계를 인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13위에서 2017년 26위까지 추락했다. 박 시장의 언급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다만 4년째 26위로 나타난 주된 원인은 '3대 분야 12개 하위 부문'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효율성 증진' 분야 26위 ▲'노동시장 효율' 부문 73위 및 '금융시장 성숙' 부문 74위 ▲'기본 요인' 분야 '제도적 요인' 부문 58위 ▲'기업혁신·성숙도' 분야 '기업활동' 부문 26위 등 반(反)시장적 요소가 친(親)노동 좌파인 현 여권의 극심한 반대로 개선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 시장은 이날 치적 중 하나로 "채무 8조 감축"도 거론했는데, "임기 중 '부채' 7조원 감축을 공약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채가 아닌 '채무' 7조원 감축으로 말을 바꿨다"(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2016년 기준 서울시 산하기관까지 포함한 전체 '부채'는 28조6176억원으로 전년대비 4295억원 늘었고, 특히 서울시 단독 부채는 2016년 7조7005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763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대중교통 무료화로 시 예산 150억원 증발'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지만 박 시장은 "지난 6년의 서울시정의 경험과 실력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갈 것이다. 서울은 이제 각자도생의 세상을 끝내고 공동체적 삶에 기반한 사회적 우정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 

지금껏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반(反)문재인' 후보로 부각돼 온 상황을 고려한 듯 "이제 문재인 정부와 함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서울은 촛불광장의 정신을 일상의 민주주의로 뿌리내리게 할 것"이라며 "도시의 매력과 품격을 높여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로벌 도시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비롯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예비후보들이 최근 '피감기관 갑질'·'내로남불'로 연일 파문이 확산 중인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옹호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주체사상파 노선의 학생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전대협(전국대표자협의회)' 부의장 출신 우상호 예비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 '김기식 원장이 사퇴할 기준이면 안철수도 사퇴해야'라는 제목의 포스터 형식 게시물을 올렸다. 1987년 8월 전대협 출범에 앞서 주사파 학생운동단체 구국학생연맹(구학련) 활동을 했던 김 원장 구명에 나선 격이 됐다.

그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과거 카이스트 교수 재직 당시 미국 펜실베니아 출장과 관련 "김기식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을 들고 나와 구속까지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전에 본인부터 돌아보셔야 한다"면서 "2009년 3월과 10월, 그리고 2010년 6월, 2011년 5월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카이스트의 예산을 협찬 받아 유학중인 딸 방문 등 지극히 개인적 외유성 출장으로 의심되는 명백한 사례(정부예산 4500여 만원)에 대해 이제는 서울시민과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답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안 후보의 김 원장 비판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본인 문제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고 밝혀, '안철수 때리기'를 통한 '김기식 구하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원장과 '참여연대 공동 창립발기인'인 박 시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오랫동안 보아온 김 원장은 금감원장으로서의 역량과 자질이 충분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정치공세는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감쌌다. 김 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특보를 맡은 이력도 있다.

바른미래당 안 예비후보는 10일 "김 원장에 대한 입장을 박 시장이 말씀해주셔야 한다"라고 지적했으나, 박 시장은 이날 김 원장의 갑질·내로남불 행적 비판을 '지나친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나선 것이다. 

박영선 예비후보는 김 원장에 대해 "출장 건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동안의 공과 과가 있지 않나"라며 "성과를 내다 보니 거기에 대한 안티세력도 상당히 많이 존재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박 시장등의 '정치공세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박 예비후보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간 단일화협상팀(민주당 측)에서 김 원장과 함께 한 인연이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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